5.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고군분투 한 일주일

여덟 단어, 박웅현

by 우주먼지


이전에 책은 도끼다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서 우연히 고르게 된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라는 책에 지금 내 상황에 공감되는 말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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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주에 쉽지 않은 한 주를 보냈다.


최근에 내가 자기 연민에 빠져서 이렇게 힘들다고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소한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한 문제가 뭔지에 집중하며(챗 지피티 활용 많이 함) 내 할 일을 하나씩 지워가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요즘 일을 빠졌던 시간을 보강하는 기간이라,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와서 그런지 모든 사람의 인사치레 오지랖이 다 거슬렸다. 아주 많이.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애기는 그래도 40 전에 낳는 게 좋은데.

그래도 애기는 있으면 좋아.

(지금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나에게) 그래도 애기 생길 수 있지 않아? (휴직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로..)

매일 영상 통화해?

그래도 어차피 아기 낳을 거면 빨리 갖는 게 좋지.

아기 낳을 계획 있어요?


나는 30년 넘게 난 지금의 삶이 죽고 싶다까지는 아니었어도, 정말 꾸역꾸역 버텨온 삶 같은 느낌이라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라. 지금 나도 살지 말지 결정을 안 했는데, 새 생명을 어떻게 낳아서 책임질까? 하는 마음인데. 그렇게 말하면..


원래 다 준비해서 낳지 않아.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나의 15년 지기 친구한테서.


그러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게 다 너무 자극적이었다. 결혼을 하면 결혼 잔소리는 피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결혼하니까 더 난리다.




아무튼, 이렇게 직장에서든, 주말에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모든 말이 다 나에게는 자극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온 그의 가족으로부터 온 메시지에도 내가 과민반응을 했다.

결혼식 영상을 보내주시며, 그의 가족 측에서 엄청 울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셨겠지만,


펑펑 우셨다는 카톡에 내 마음은 또 쿵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카톡을 보고

내가 그렇게 싫으신가?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싫으면 나와의 결혼 영상을 보고 펑펑 우시지.

진짜 내가 뺏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도 여전히 나보다 그의 어머니가 더 좋을까?


그래서 자꾸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그 메시지를 받은 날은 내가 야자 감독하는 날이었는데, 야자 감독을 하다가도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다. 집에 와서도 엉엉 울다 잠들었다.




모둠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자극이었지만, 일주일에 수업 22시간에, 밀린 행정일, 퇴근 후 미국 박사 지원 준비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면서.. 할 일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 내 생황에 집중하기 위해 진정시켜 줄 책을 찾았던 게 박웅현의 여덟 단어였다. 이 문단은 이번 주에 나를 버티게 해주는 한 문단이 되었다.


소풍 가면 다른 사람이 앉은자리의 잔디는 언제나 푸르러 보입니다. 언제나 내 앞의 잔디는 듬성듬성한 것 같고요. 그러나 저편 잔디에 선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저쪽에서는 이쪽 잔디가 빽빽하고 푹신해 보일 거예요. 엄친아라고 고민이 없을까요? 엄친딸이라고 완벽할까요? 내가 선 곳의 잔디가 듬성듬성할지언정 이 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남의 답이 아니라 나의 답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나의 복잡한 생각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주일.

그런데 이런 고군분투가 나만 하고 있다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오지랖 넓은 잔소리를 하는 사람,

아들을 그리워하며 나에게 그들의 감정을 툭하고 던진 사람,

진심으로 내일 죽을 수도 있고, 3개월 뒤에 죽을 수도 있기에 내가 5개월 뒤에 미국으로 돌아가 그를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한국에 온 나에게 애기 문제는 정말 고민하기 버거운 문제인데 그런 나에게 '원래 준비 다 하고 낳을 수 없어'라고 툭 던지는 사람.


이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필요이상으로 화가 나고, 마음이 불편했던 건 그들은 걱정과 고민거리가 없을 거라는 부럽고 질투하는 마음이 기저에 있었기 때문 같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잔디가 듬성듬성 척박한 땅 같아 보여도,, 이 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


조금 진정이 되고 나니, 내가 또 자기 연민에 빠질 때 보려고 캡처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인스타, distancing이라는 곳에서 캡처함


지금 내가 하고 있었던 것,


1. 반추 -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계속 곱씹으면서 에너지 소비


2. 마음 읽기 -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확정하고, 그들의 생각이나 의도를 내 마음대로 단정함


3. 감정 추론 -내가 느끼고 있는 게 맞다는 생각.













여덟 단어 책에서 7 words rules라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두서없이 말고 7 단어로 정리하라고 했는데, 오늘 글은 실패한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남을 부러워서 그랬다는 건지. 그냥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은 그의 가족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는 건지. 애기 문제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오지랖이 듣기 싫다는 건지. 뭔가 나에게 지금 가장 큰 생각거리인지도 모르게 그냥 복잡하네.


누군가 읽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저의 부정적 이야기가 혹여나 같이 생각이 많아지게 하진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오히려 이렇게 복잡하게 자기 연민에 빠져 사는 사람을 보며, '아 그래도 내가 저 사람보다는 더 생각을 단순하게 하네. 다행이네. 또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여기 한 명 또 있네'와 같은 안도감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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