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며느리는 원래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살아가나요
우리는 누구나 미래와 과거에 대한 이야기와 판단,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 머릿속에는 내면의 대화가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가 비난받아야 하고 이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겪게 될 일들을 통제하려 한다. p141
내가 한국에 돌아가려면 5년이 남았다. 그럼 엄마 아빠 나이가 (한국 나이로) 70세니까 이제 건강하게 사실 날이 10년 정도 일 것이다. 너무 조금 남았다.. 어떡하지. (눈물이 주르륵) 남편이 어렸을 때 유학 가면서 아버님께 5억을 갚기로 각서를 써놨다. 그 사진을 아버님이 직접 며느리인 나에게 보내주셨을 때.. 나는 참 복잡한 마음이었다. 진짜 갚아야 되는 건가? 어렸을 때 유학을 보내면서 그런 각서를 애한테 작성하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그걸 막 며느리가 된 나에게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부모님은 돈이 넉넉하지 못해 나를 유학 못 보냈지만, 그 돈을 모아서 한국에서도 학원 + 학교 다 보내고, 결혼할 때 보태라고 그 이상을 해줬는데. 그러면 우리 부모님께도 5억 드려야 하지 않나. 내가 일을 휴직하고 미국을 따라가면 돈을 못 버는데. 그동안 남편이 번 돈을 모았다가 나중에 그 5억을 부모님께 드리면 어떡하지. 나는 어떡하지. 나는 왜 그동안 부모님께 돈을 왜 못 드렸지. 엄마 아빠가 돈 모으라고 할 때 그래도 용돈 좀 드릴걸. 후. 나도 부모님께 잘할걸. 우리 엄마 아빠가 불쌍해 열심히 모아서 아들 딸 집해주고, 먹여 살리고, 아직 까지도 용돈 주려고 하는데. 자꾸 비교가 된다. 비교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나는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이란 미국 전쟁이고 나발이고 시간 되면 한국 가서 잠깐이라도 보고 싶은데. 전쟁 걱정 때문에 웬만하면 한국에 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게 너무 서운하고, 내 마음을 못 알아주는 것 같다. 아들은 여기서 공부하긴 하지만, 나는? 내가 웃고 있는다고 그냥 헤헤 해맑은 애가 아닌데. 마음속은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속이 문들어지는 기분인데. 그냥 한국에 있을걸 그랬나. 나는 결혼하면 안 되는 마음 상태였나. 아직도 부모님의 존재가 많이 큰 거 보면, 전쟁이 일어나서 비행기 타고 가다 죽더라도 엄마 아빠 보고 싶다. 남편이 보고 싶어서 미국에 왔는데, 여기서는 부모님이 보고 싶고.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와 이미지, 익숙한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영화 보기, 즉 재현된 삶이라는 것이다. 결과가 바뀔 수 없음에도 계속해서 곱씹는 후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 두려움, 경계 등. 그런데 우리는 그 영화를 사실이라고 믿거나 내 삶과 동일시한다. 그것은 일종의 감옥이 되어 우리를 걱정과 불안, 고통에 빠트린다. p141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상상 : 내가 돈을 벌지 못하는 동안, 그는 성공의 길로 가는 것. 나는 그동안 돈을 못 벌면 우리 부모님께는 눈치 보면서 조금밖에 해드리고, 그의 부모님께는 5억을 드리게 되는 것. 돈이 많으면 그의 부모님께 해드리는 것이 뭐가 문제겠나. 문제는 내가 지금도 많이 아끼면서 살고 있는데, 그런 돈 이런 돈 모두 아끼는 내 노고를 못 알아줄 것 같아서.
아직은 그와 한 배라기보다는, 각자의 부모님과 한 배를 탄 가족인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내 돈, 우리 엄마 아빠 돈 이렇게 느껴진다.
어제는 엄마 아빠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보고 싶음, 그리움으로 엄마 아빠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의 어머님 아버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에도, (사위에게 5억 갚아야 한다는 각서를 보내지 않고 나에게 쓰게 한 적도 없는) 나의 엄마 아빠가 생각나고 미안함, 고마움, 그리움으로 눈물이 났다. 그도 나에게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왜 나를 부모와 이렇게 떨어지게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원망으로 눈물이 났다. 요가할 때도 땀과 눈물이 매트를 젖게 할 정도로.
우리는 완벽한 자신을 상상하며 끊임없이 과거를 자책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때 나는 그러지 말아야 했어.' 앞으로도 나는 잘할 수 없을 거야.'와 같은 생각들을 보라. 완벽해지기 위한 그 무엇도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괴로움일 뿐이다.... 당신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를 계속해서 믿지 말기 바란다. 언제나 오늘이 내가 깨어나는 날임을 잊지 마라. p146
어제오늘 엄마 아빠 생각을 하면서 울면서 나는 동시에 지난여름에 미국에 2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썼던 일기를 펼쳤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 학기 동안 부모님과 있는 시간에 집중하기' '학교에서는 학교 일에, 친구들과 만날 때는 친구들과 동료들과 시간 보내는 데 집중하기' '멀리서도 그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라고 적혀있다. 이 일기를 보며 나는 다시 또 한숨이 나왔다. 나중에 또 한국 가면, 미국 그리워하려고 이러니. 왜 자꾸 울어. 질질 짜. 왜 이렇게 지금에 집중을 못해. 지금 하는 시부모님과의 관계, 우리 엄마 아빠의 건강, 그와의 관계 등 모두 다 네가 만들어낸 상상이잖아. 왜 그래 진짜. 또 나중에 후회하려고.
책에 나온 대로 왜 지금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중에 또 후회하려고 그러냐고. 얼른 마음을 다잡으라고 나에게 재촉하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임을 알았으면 거기까지. 지금에 집중해 집중하라고! 나에게 윽박지르지 않아도 된다... 네가 널 이해해주지 않으면 너무 외롭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