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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하 Mar 16. 2020

참 잘 했어요! NO

누가 뭐라든 내 삶을 쓰고 싶다.


●참 잘했어요!



국민학교 때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다. 일명 일기 쓰기 숙제. 숙제 검사 후 참 잘 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셨다. 가끔은 코멘트도 달렸다. 감정이 상한 나쁜 일을 쓰고 더 나은 생각을 표현하므로 나는 괜찮은 아이가 되었다.



어느 날 기분이 나쁘고 감정이 해결되지 않았으매도 서둘러 결론을 냈다. 친구와 잘 지내야겠다. 불친절한 친구에게 내가 먼저 상냥한 아이가 되어 주리라. 이런 글 쓰면 또 참 잘했어요.



"주하는 참 예쁜 아이구나. " 코멘트가 달렸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상한 글쓰기를 배웠다. 내 삶을 담았는데 왜 누군가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야 할까? "참 잘했어요" 숙제 검사를 마쳤다는 확인 사살만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으면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을 했다. 내 안의 감정은 해결되지 않았는데 타인이 원하는  글은 어떤 것인지 일기 숙제를 마주할수록 알아차렸다.



일기가 나를 위한 글이 될 수 없음을 알았기에 일기 숙제가 없는 중학교부터는 쓰지 않았다.




●여진이가 입학했다.



30년이 지났는데 "참 잘했어요" 도장이 달라졌을 뿐 여진이 삶에 칭찬을 남발하는 피드백이 주어졌다. 숙제로 나오는 일기. 참 잘했어요. 글에 대한 좋고 나쁨을 알려주는 누군가의 피드백이 아이 글쓰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짐작이 있었다. 숙제니까. 좋은 것만 하고 산다고 좋은 삶을 살수 없으니 그냥 지켜봤다.



아이 글 읽고 좋고 나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잘 했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 또 다른 표현 아닌가? 밑줄까지 그어서 상세한 피드백을 남기기도 한다. 이런 문장을 쓰면 안된다는 의미를 품고



차라리 일기를 읽고 질문을 남겼으면 글쓰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큰 깨달음 얻지 않을까? 질문을 던졌다면 그 답을 찾으려고 생각이 깊어졌을텐데.




● '좋아요' 하트로 표현하는 이상한 칭찬법



읽지도 않았는데 좋아요를 누르고 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내 글도 좋아요를 남겨주세요. 무언의 바람 전달인가?



어떤 글을 읽으면 과거가 소환되고 나도 그런 적이 있어 무릎을 치는 순간이 있다. 그럼 그 과거를 글쓴이와 나누면 어쩌면 더 나은 생각이 흘러나와 서로를 도울지도 모른다.



자신의 과거나 생각을 소환하여 함께 나누기 보다 좋은 글입니다. 칭찬을 남긴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그대가 좋은 글이라 남기지 않으면 내 글은 좋은 글이 아닌가?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존재한다. 좋은 글이란 나쁜 글이 존재할 때 의미있는 좋은 단어다. 누군가의 글을 좋은 글이라 칭송할수록 내 글이 똥으로 보이는 시간을 당긴다. 내 글이 똥으로 보이면 한 문장 쓰기도 어려워진다.












모두가 연결되었기에 다른 사람을 위한 글을 써야한다고 배웠다. 나를 위한 글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위하는 글이 되는 순간을 쓰면서 기다리면 어떨까?






●사회적 동물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위의 인정을 받는 것에 큰 만족을 느낀다. 칭찬하여 가르치는 교육 방침도 이런 정신의 육성이 목적일 것이다. 다만, 이것이 지니치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에만 신경 쓰고 분위기를 읽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 독자적인 개성이 파괴될 위험도 있다.



균형이 필요하다. 주위에 대해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며 독자적인 자세를 취하면 사회에서의 활동이 성립되지 않고, 반대로 지나치게 사회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자신의 즐거움을 희생하게 되어 인생이 허무해진다.  





●글쓰기는 칭찬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길러준다.



혼자 글쓰기를 시작했다. 노트에 생각을 마구 적다 보니 과거를 낙관하고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질한 과거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의미 있는 과거가 가득했다. 과거를 재해석하면서 미래를 비관하여 오늘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이 종이에 펼쳐지자. 나와 유사한 상황에 길을 잃고 헤매는 분께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책을 써야겠다고 작정하고 돌입했으며 원고 쓰기를 즐겼다.




원고를 쓰다 보니 팔리는 글에 관한 다양한 경험이 생겼다. 이왕 쓴 글, 많이 팔리면 좋은 점이 많다. 많이 팔리기 위해 어떤 예를 들면 좀 더 내 생각이 잘 전달될까 고민하는 순간이 자주 왔다. 이 고민이 글쓰기를 방해했다. 쓰다 보면 생각을 잘 전달하는 문장력이나 기술이 쌓일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많이 팔릴 만큼 실력이 특출하지 않음을 알기에 온전히 경험과 마음을 담는 것에 집중했다.




내 마음과 경험을 담았는데 누군가는 허락 없이 타인의 인생을 "잘 했어요." 함부로 평가한다. 물론 공감하고 격려하고 싶어서 가장 쉬운 칭찬을 선택했을 것이다.  또는 나쁜 피드백을 한가득 전한다.




아님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에 익숙하여 아무 생각 없이 참 잘했어. 잘 살아왔구나 칭찬을 마구 날렸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




글쓰기는 의미 없이 넘치는 칭찬 사회 속에 칭찬을 거부하고 일단은 스스로 칭찬하는 길을 걷도록 돕는다. 내가 타인이 걸어온 길에 평가할 자격이 없음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나를 통제하는 능력



칭찬을 가득 들으면 부분의 삶을 전체로 착각하기 쉽다.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니 사회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인정에 목마른 삶을 오래 살았으니 이제는 다른 길을 걸어봐야 되지 않을까?




너의 칭찬이 없어도 나는 충분히 살아낼수 있어. 스스로 칭찬하면서 나를 통제하는 능력을 키울 때다. 나를 통제하는 힘이 없다면 누구나 글쓰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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