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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에서 부서 사장 표창 받은 이야기

내가 본 일잘러의 조건

by 지영





올해 3월, 우리 부서가 사장 특별 표창을 수상했다! 회사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도 많은 가운데, 2023년에 발족한 신사업이 불과 2년 만에 표창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니 한 구성원으로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


이 신사업 테마를 처음 발굴하고 사업화까지 이끈 주역은 바로 팀장 T다. 쓰면서도 믿기 힘들지만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 몇 년간 단 한 명의 부하 직원 없이 혼자 사업화를 구상하고 신비즈니스로 수익까지 창출한 전무후무한 존재다.


현재는 신사업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른 관계 부서 부장으로 승진해 이동하셨으나, 입사 4년 차에 이 분과 짧게나마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 동안 그와 함께 일하면서 처음으로 나도 앞으로 이런 사회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억은 금세 휘발되기 마련이기에 그와 한 해 동안 함께 일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기록해 두어 두고두고 꺼내보려 한다. 아마도 내가 평소 생각해 온 일 잘하는 사람, 소위 일잘러의 특징과도 맞닿아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1. 업무 전문성


T는 매사에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넘친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일본 사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캐릭터라 어딜 가나 눈에 띈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결국 자기 확신의 근원은 업무 전문성과 이해도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T는 전지업계는 변화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자신이 아무리 바빠도 관련 전시회에 참가해 경쟁 타사와 최신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몰라도 그는 전지업계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지 관련 학회에 강연자로 참가하거나, 논문 공동 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T의 전공은 의외로 경영학인데 문과 출신은 R&D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내 ‘편견‘을 완전히 깨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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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T는 영어와 중국어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홍콩과 중국에서 13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중국어와 광둥어가 네이티브 수준으로 유창하다. 언어 장벽이 없으니 중국 업체와의 원료 가격 협상이나 합작 법인, 라이선스 계약 등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면 결코 이루어내지 못했을 성과다.


이건 여담이지만 그는 워커홀릭이면서 취미도 엄청 많은데, 모든 취미가 하나같이 단순한 취미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 레벨 수준이다. 일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는 모든 끝까지 파고드는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2. 업무 효율성


극도로 효율을 중시한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모든 업무를 완벽히 하기보다 중요한 일에 포커스를 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점을 둔 업무에서는 확실한 성과를 내다보니, 중점을 두지 않는 업무와의 퀄리티 차이가 너무 큰 것은 줄곧 지적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럴 때면 T는 회사에 쓸데없는 절차나 일이 너무 많은 탓이라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반항하지도, 무조건 순응하지도 않는다. 일을 단순히 처리하지 않고 항상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한다.


나의 경우, 주어진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한 편이었는데, 그를 보며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기는 힘들다는 것, 그리고 힘을 쏟아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선별하게 됐다. 우선순위를 구분하니 완벽성에 대해 마음의 부담을 한층 덜게 된 건 덤이다.



해외 거래처와의 회의는 밤낮이 없다



우리는 ‘속도’가 곧 ‘능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그는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일처리가 빠른 사람이기도 하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꼭 효율적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효율적인 사람은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고, 핵심에 집중하며 일을 구조화해서 처리한다.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업무 속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3. 관계적 지능


T와 함께 일하며 새롭게 알게 된 중요한 자질이 있다. 바로 관계적 지능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적 지능이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며, 그 관계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T는 신사업 아이템을 처음 발굴하고, 사업화까지 이끌어낸 주역이다.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 몇 년간 혼자서 사업을 키워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사장 특별 표창까지 수상했다. 그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건 그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업은 T가 어느 날 회사에서 동료와 나눈 소소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흘려들었을 대화였겠지만 그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읽어냈고, 그것을 실제 사업 아이디어로 구체화시켰다. 이는 관계적 지능의 핵심이다.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의미를 읽어내며, 그것을 현실로 연결 짓는 능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사업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수없이 생겼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고객들과의 대화 속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아무리 내부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답이 나오지 않던 문제가 고객과의 미팅 한 번으로 명확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T는 언제나 고객의 말에 귀 기울여 질문하고 그것을 전략으로 연결 지었다.



ぶどう家



무엇보다 내가 감동했던 부분은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반드시 전하고, 성과가 났을 때에도 그 공을 주변과 나누는 점이었다.


최근에 T가 다른 테마 담당으로 이동한 법무팀 직원과 나에게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법무팀 직원에게 고급 주방용 칼을 선물로 건넸다.(T의 취미 중 하나가 칼 수집) 법무팀은 성과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부서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자신이 이룬 성과는 결코 혼자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런 진심 어린 태도가 팀워크를 강화하고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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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는 환경에서는 관계나 소통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그를 보며 확신하게 됐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관계에 진심이고, 그 안에서 기회를 만든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앞으로 내가 닮고 싶은 비즈니스 퍼슨의 모습도 숫자나 스킬보다 먼저 사람을 중심에 두는 그런 사람이다.


… 안타깝게도 개발 업무는 어려움이 많고, 당장 효과가 있는 수단은 없고, 꾸준한 검증과 실험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관계자들 간의 꾸준한 노력과 소통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Passion&Patience(≒열정과 끈기)라는 말로 표현하곤 하는데, 여러분들도 이 활동을 통해 많은 자신의 관점과 철학, 그리고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과의 유대감을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신뢰관계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평생 사라지지 않으며, 앞으로 여러분들이 본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관점, 그리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살려 더욱 활약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본 테마를 지원하게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협력과 기여에 깊이 감사드리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 힘들고 즐거운 활동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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