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뷔지에하우스에서 만난 아티스트 청년
베를린의 공동주택 꼬르뷔지에하우스
베를린의 올림픽 스타디움 뒤쪽에는 르 꼬르뷔지에가 2차 대전 직후 지은 아파트가 있다. 르 꼬르뷔지에는 여전히 고전 건축 양식이 일반적이던 1920년대에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을 시도한 사람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대표 작품 '빌라 사보아 Villa Savoye'를 현대 건축 양식에 기여한 공로로 유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건축학과 전공 수업을 청강할 때 현대 건축사 파트 제일 첫머리에서 그를 배웠고, '인문학적 건축학'이라는 교양수업에서도 교수님이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설명해주셨던 건축가였다.
프랑스가 주 무대였지만 전후 베를린 인구가 급증할 당시 공동주택 '꼬르뷔지에 하우스 Corbusierhaus'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곳의 정식 명칭도 'Unité d'habitation'이다. 그의 작품이 박물관이나 유적이 아니라 건축 당시 용도 그대로 기능하고 있다니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느낌은 묘했다. 일정하고 단조로워 보이지만 불규칙적인 리듬이 있고, 큰 규모로 압도하지만 인간적이었다.
꼬르뷔지에하우스에 사는 미스테리 청년
"혹시 건축보러 오셨어요?" 곁에서 서성이던 한 남자가 말을 건다. 조금은 후줄근한 차림에 선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며 반갑게 대답하니 집을 보여주겠다며 따라오란다. 꼬르뷔지에 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자부심을 주는 듯 했다. 11층에 내려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따라가다가 그의 집에 도착했다. 그는 지금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동생은 건축가이고 자신은 아티스트라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아티스트이거나 건축가들이라고 했다. 그는 펜과 노트를 빌려 그림을 그려가며 집의 구조를 설명해주었다. 르꼬르뷔지에 하우스는 단층인 세대, 복층인 세대가 있는데 복층인 세대는 1층이 넓고 2층이 좁은 세대와 2층이 넓고 1층이 넓은 세대가 맞물려 지어져있었다. 아파트에 복층구조를 도입하기 위해 고안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깔끔하게 꾸며놓은 집을 구경하고 막 나가려는데 발코니에서 야경을 한번 보란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금빛 조명과 넓게 뻗은 대로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었다.
100년 전에 지어진 현대 건축 작품, 그 안에 지금은 예술가와 건축가가 산다. 그것은 작품인 동시에 안에 사람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었다. 베를린의 예술가들은 그 곳에 모여살며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http://www.berlin-shots.de/index.php/artikel/items/das-corbusierhaus-am-olympiastad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