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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co Cat Feb 11. 2016

바르셀로나 건축 기행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사그라다 파밀리아 입구


천사의 숲


사그라다 파밀리아 외관은 마치 촛농이 녹아 붙은 듯 울퉁불퉁한 질감으로 조각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풀이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주인공은 신, 주교, 천국이 아니라 나무와 과일과 풀이었다. 반복되거나 대칭인 것이 하나도 없다. 내부로 들어가니 탁 트인 숲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기둥은 마치 하늘을 받치고 서있는 나무같았고, 미사곡이 아니라 새소리와 나뭇잎이 나부끼는 소리로 가득했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내부 기둥을 스케치하고 있는데 한 꼬마가 옆에 앉아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가브리엘!' 엄마가 가자고 부르는데도 고개를 젓더니 다시 그림에 몰두한다. 기둥 한번 보고 나 한번 보고 사뭇 진지하게 스케치를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눈을 마주치며 웃어 보이니 쑥스러운 듯 황급히 수첩을 거둔다. 그 아이의 이름은 가브리엘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천재 가우디의 하중 실험


규칙적인 구조도 기둥을 어디에 어떻게 세우는지, 하중이 어떻게 흐르는지 계산하는 과정이 복잡한데, 언뜻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구조를 어떻게 모두 계산했을까? 건축학과 수업을 청강할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축구조 중에 하나가 슈투트가르트 공항 내부 기둥이었다. 불규칙적인 나뭇가지의 모양으로 기둥을 만들어 복잡한 하중 전달 방식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가가 고안한 해법은 복잡한 계산이 아니라 중력을 이용한 간단한 실험이었다. 널빤지에 실을 매달아 거꾸로 뒤집어 실이 떨어지는 모양 그대로를 구조에 적용한 것이다. 나중에 가우디 박물관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몬주익 성과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더 뺄 것이 없음'의 숭고함


몬주익 공원 옆에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라는 현대 건축물이 있다. 웅장하고 화려해 관광객들로 붐비는 몬주익 성과 크게 대비되는 이 곳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바닥에 낮게 엎드려 있다. 1929년 바르셀로나 박람회의 독일관으로 지어졌다가 철거되었지만 이후 작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다시 조립되었다고 한다. 입구에는 주변의 소음을 모두 머금으려는 듯 얕고 넓은 물이 차분하게 흔들렸다. 막힌 공간이 없이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다. 바닥, 기둥, 지붕이 공(工) 자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숭고미에 압도 당했다. 네덜란드 출신 현대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는 'Less is more.'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원기둥에서조차 군더더기를 빼고 하중을 견디는 가장 최소한의 면적인 십자 모양만 남겨서 기둥을 세웠다. 차가운 트래버틴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르니 알맞은 바람과 8월의 녹음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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