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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co Cat Feb 03. 2016

나의 혼자 여행 수칙

혼자 가되 혼자 있지 말 것

혼자 여행을 하면 적응이 빠르다. 같이 여행하면 나와 여행지 사이에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개입하지만 혼자일 때에는 나와 여행지 둘만이 존재한다. 혼자가 아니라면 산뜻한 볕기에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싶어도 더 많은 것을 보고자 하는 친구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냥 아무 데나 앉아서 샌드위치로 때우고 싶은데' 생각이 들어도 떠밀려 맛집을 향하고, 그저 평범한 발코니를 스케치하자고 갑자기 멈춰 설 수도 없다.


무엇보다 혼자 여행의 묘미는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국경을 초월한 묘한 동지애는 나 홀로 여행자들만의 특권이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익숙한 세계와 잠시 작별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브릭레인 거리, 런던


뻔한 방법들이지만 누군가에게 알려주기보다 나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서 적어 두었다.

혼자 여행에서 친구를 만드는 법

1. 길/가격/방법/언어 무엇이든 물어본다.
- '안녕, 난 누구라고 해.'하며 평범한 인사로 시작하기에는 내가 숫기가 너무 없다. 그래서 가끔은 방법을 알아도 물어보았다. 표 사는 방법을 묻는다거나 당시 상황에서 가볍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상대방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2. 혼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 많은 경우에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반색을 하며 때로는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누구나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사실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 있을 때에는 괜히 더 주변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외로운데도 짐짓 바쁜 척을 하거나 '내가 원해서 혼자 있는 거거든'하는 표정을 짓긴해도 혼자는 외롭다. 둘 이상 다니는 사람들은 말을 걸어 친해지거나 합류하기가 어렵다. 그들 입장에서는 괜히 혹 붙여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 버스를 타고 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며칠 됐는지, 얼마나 머무는지, 어디를 가보았는지 묻는다. 중요한 것은 다음 행선지를 묻는 것이다. 만약에 같은 방향이라면 합류한다. 자연스럽게 정보도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미처 몰랐던 정보를 얻기도 하고 더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다.

4. 국적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둔다.
- 상대방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굳이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국적은  대화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거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첫 질문부터 국적을 물어보면 별로 의미 없는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대화가 지루해질 뿐만 아니라 상대방 고유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강남 스타일'을 안다며 다가올 때 고맙기도 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정보로 재단하려는, 타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접할 때면 불편했다.


다음은 이 방법을 썼던 경험들이다.


1. "이 기계 어떻게 쓰는지 아세요?"

포르토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지하철 표를 사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혼자 텐트로 유럽 일주를 하는 독일 친구를 만났다.

2. "안녕하세요."

팍세의 한 카페에서 우리말로 인사를 했다. 한국 기업에서 주재원으로 파견된 분이었다. 덕분에 차로밖에 갈 수 없는 팍세 곳곳을 구경했다.

3. "혹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 타지 않았니?"

경유지에서 한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독일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가는 포르투갈 친구였다. 한참 동안 짐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같이 기다려주며 분실 접수까지 도와주었다.

4. "자리 바꿔줄까?"

쾰른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독일인 친구가 불편해 보여서 물어보았다. 비행 내내 독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런던 시내까지 함께 했다.

5.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바르셀로나 호스텔에  밤늦게 도착해 같은 도미토리 사람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인도와 미국에서 온 친구들은 오히려 더 반갑게 맞이해 주며 나에 대해 물어왔다.

6. "같이 앉아도 될까요?"

베를린 소시지 가게에 자리가 없어 한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구 동독지역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는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7. 돈콩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옆 사람들에게 망고를 사서 말없이 건넸다. 비엔티엔에서 온 라오스 친구와 오스트리아에서 온 알버트 아저씨를 만났다.


많은 경우에 함께 식사를 하거나 여정에 합류하거나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며칠을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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