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호스트 마리아나에게서 배운 Portuguese Mentality
2015년 3월 24일 - 4월 3일, 포르토-리스본-마드리드-바르셀로나
리스본에 있었던 2박 3일 동안은 동갑내기 마리아나의 집에서 묵었다. 함께 지하철을 탈 때면 꼭 한두 명씩 아는 사람과 마주칠 정도로 성격도 좋고 사랑스러운 친구였다. 마드리드에서는 어디서 묵냐고 묻기에 아직 모르겠다고 하니 바로 마드리드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는 모잠비크에서 몇 년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모잠비크는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로 지금도 포르투갈어를 쓴다.) 지금은 CSR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언젠가 동아프리카를 혼자 여행할 계획이라며 'Lonely Planet 동아프리카 편'을 보여주었다. '여자 혼자 어떻게 아프리카를 여행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여자도 할 수 있다며, 내가 지금 해야 다음 세대의 여자들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멋진 페미니스트였다.
첫날 Mariana가 포르투갈식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생선구이, 시금치 소스와 으깬 감자에 염소치즈와 포르투갈 그린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포르투갈 식사에 빠지지 않는 올리브유의 향긋함, 신선한 해산물, 치즈의 풍부함과 싱그러운 사과맛의 스파클링 와인이 그립다. 떠올리기만 해도 다시 행복해지는 식사였다.
독일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꼭 그 문제에 맞는 도구와 방법을 따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다. 주방에는 각종 프라이팬과 냄비가 종류별, 크기별로 있고 자취하는 친구들도 과일용, 빵용, 고기용, 버터용 칼이 모두 따로 있다. 그리고 빵칼로 야채를 써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포르투갈 사람들은 문제만 얼추 해결한다면 어떤 방법을 쓰든지 상관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즉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순발력과 새로운 용도를 찾는 창의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식사 중에 뭔가 빠진 게 있어 잠시 당황하던 Mariana는 'Desenrasco me'라고 하며 웃어 보인다. 포르투갈어에는 'To figure out how to do it anyways'라는 뜻을 가진 동사가 있다. 그야말로 포르투갈 사람들 특유의 사고방식이 집약된 표현이다. 내가 느낀 그들은 즉흥적, 긍정적, 창의적인 예술가 기질이 있다. 그녀는 어떤 도구의 원래 용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다. (어떤 일이었는지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린 와인 때문인지, 행복한 식사 때문인지 그날 밤은 잠이 참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