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릴레이
역대급으로 힘든 날 #돈도싫다
생각해보면 아침부터 좀 꼬였다. 아침 10시 반에 시작하는데 바텐더라 평소에 마음가짐이 좀 널널하다. 금요일 밤 몰아치며 일하고 바로 이어서 아침에 일하는게 부담인데 뭐, 바 안에서 음료만 만들어내면 되니까. 점심 11시 30분에 20명 예약이 있어 전날 동료한테 문자도 보내놨는데 11시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더니 11:15분쯤 사장님이 ‘아파서 못 나온다고 전화왔다’ 하며 알려온다.
바 세팅하느라 바쁜데 20명 단체까지? 악.
그래도 뭐 하지 뭐. 나 일당백이야. 훗.
근데 일찍부터 들이치는 비예약 손님들이 사방팔방 안팎으로 앉기 시작하고 주문받고 물 가져다주고 하는 와중에 20명 단체의 음료 주문도 받고 시스템에 따다다닥 입력하고는 부리나케 바 안으로 들어와서 칵테일, 맥주, 와인 주문대로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뭐 하나 따르고나면 금방 어디에서 전화오고 다시 또 하나 만들어내놓으면 또 전화가 오는데 그 와중에 어떤 여자가 어색하게 입구에서 손을 흔들어대길래 얼른 나가보니 화장실 좀 써도 되냔다.
XX
써! 쓰라고!!!!! 쓰란말이야!!!!!!!!
미친년처럼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도 웃으며 쓰세요, 라고 말했다)
바빠 죽겠는데 계속 울리는 전화에 내 신경줄이 끊길랑 말랑하는걸 간신히 부여잡고 일했다.
시간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것또한 지나가리라, 누가 했는지 참말이다. 미친듯이 부지런히 움직이다보니 1시쯤 지원군이 왔고 2시엔 보스한테 독촉 전화받은 똥씹고 짜증 이빠이 난 표정의 바텐더가 도착했다.
오케이.
휴, 생각보다 스무스하다. 지나갔어.
와 지원군 오자마자 한가해지는거 실화?
누가 카메라로 지켜보다 지원군 오면 무전치는 듯.
‘야 지원군 왔다. 다 빠져 이제부터!’
그리고 저녁, 미친듯이 바쁜 예약팀과 비예약팀의 릴레이, 오 돈 쏟아지네! 좋아 !
하지만 9시 넘어서 들어온 10명 테이블과 바로 그 뒤 따라 들어온 8명 테이블을 보니 기가 꺽였다. 나 12시간째 일하는데 이거 실화야…? 저녁을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 누가 시간을 돌려놨나?
그 와중에 한 테이블에서 같은 피자를 3개 주문하는데 3개를 각각 엄청 까다롭게 뭐 빼고, 뭐 넣고, 뭐는 따로 주고 이렇게 주문한다 ㅠㅠ 후라이팬 날아다니는 주방에서 쌍욕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지.
나갈거 독촉받으며 다 나가서 이제 좀 편해지는데 와…계산 잘못했다. 한 테이블 아가씨 3명 더치페이 했는데 하고보니 누가 내 빌지에 피자 두 개를 더해놨다. 알고보니 서빙보조 한 명이 실수했단다.
여기서 꼬인 결제 실수가 번지고 또 번져 두 테이블 더 실수해서 총 3테이블의 계산서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를 했다. 내 책임이다. 누굴 탓하랴.
손님들은 너그럽게 용서하고 이해해줬지만 나는 속이 너덜너덜해졌다. 일 잘한다고 자부심이 있었는데 갈기갈기 찢긴 기분이다.
시말서 써야할거같다.
어떻게 됐는지 나중에 후기 올리겠다.
스트레스 받는 날은 폭식이 정답이다. 햄버거와 콜라 & Garlic Fries 사가지고 먹고 바로 잘거다. 오늘 첵아웃 뽑아서 보니 혹시나 했는데 환불 건수와 금액 다 나오네. 에라이 ㅠㅠ
확인해보니 오늘 내가 일한 이래 하루 최고 팁 찍었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돈도 밉다. 돈이 뭔 죄냐. 제대로 일 못한 내 죄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