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잘리겠어.
그냥 아주 그만두지 그래?
지난주 Columbus Day 이후에 가게는 개판이 되었다. 무슨 말인즉슨, 직원들이 일이 하기 싫어 온 몸을 베베 꼬며 조금이라도 집에 일찍 가려고 온갖 꼼수를 피우는 상황이다, 이 말이다. 손님이 들어오는 흐름이 끊기거나 잠시만이라도 한가하면 서로
“아, 이게 대체 뭐야! 이럴 바에야 집에 가는데 낫지, 안 그래?”
하며 한숨+억장 무너짐+베베 꼬기 온갖 싫음이 넘친다. 우리(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콜럼버스데이 일주일 전부터 가게 분위기가 부산스러워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가게 안쪽으로 쌓이는 물품들, 그것을 들고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낯선 사람들, 주방장 율리시스의 날카로운 신경 (콜럼버스데이 특별 메뉴로 정신없음), 바 매니저의 박스 들고 들락날락 신공 한 마디로 모두의 정신이 사납고 날카로웠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과 정신사나움 (again???)의 연속이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콜럼버스데이 영상이 있습니다)
아침 9시부터 렌털 샾에서 빌려온 테이블과 의자들을 내리고 도로 위에 쭉 설치한다. 이 날을 위해 가게 컴퓨터에 좌석표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 테이블을 들 위에 이탈리안 국기색 흰색, 녹색, 빨간색의 식탁보를 깐다. 직원 두 명은 서서 큰 박스 가득 빵을 팔목 아프게 잘라서 담는다.
이탈리안들의 최대 행사 Columbus Day 행사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 앉고 직원들은 그동안 각오한 대로 최대한 빠르게 음료와 음식을 나르고 치운다. 바에는 큰 통에 이탈리안이 애정 하는 Aperol Spritz (오렌지향 Liquor, Proceco, Soda water) 믹스가 가득 들어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큰 국자로 떠서 얼음을 담아 내준다. 음식을 퍼서 담아내 가고 빈 식기들 다시 치워 들여오고 무한반복을 한다. 사람들은 도로변에 바짝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퍼레이드를 보며 이탈리아인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에 환한 얼굴로 환호하지만 우리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그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뿐이다. 행사가 3시 반쯤 종료되면 그때부터는 한 시간 동안 도로 위 세팅된 테이블을 일사불란하게 치우고 가게 안으로 몰려드는 손님들과 저녁 장사에 돌입해서 지지고 볶고 고함치며 몸과 마음이 곤죽이 되도록 일한다. 이렇게 정말 고되게 하루를 보내고 우리는 끈 잘린 관절 인형처럼 각자의 집에 돌아가 쓰러져 밤을 보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우리의 피로는 그냥 밤 잠을 자고 일어난다고 가시지 않는다. 별 짓 다해도 안 없어지는 김치통 냄새처럼 하루 이틀 쉬어서 회복이 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그다음 주 월-목은 점심영업을 주방장 권한으로 (물론 사장님이 오케이 했지만) 하지 않고 월, 화, 수 저녁 영업도 정해진 영업시간 (11시에 종료) 보다 훨씬 일찍 닫았다. 직원들이 모두 앓는 소리를 하고 툭하면 두어 시간 늦게 가면 안 되냐고 문의하거나, 내일 쉬면 안 되냐고 문의하거나, 오늘 집에 빨리 가면 안 되냐고 문의하게 되었고 모두에게 이런 연락을 쉴 새 없이 받은 사장님이 폭발했다.
목요일 쉬는 날이라 아주 푹 쉬고 금요일 나가려는데 이 날따라 흰색 셔츠를 깔끔하게 입고, 화장도 깔끔하게 한 뒤 팔찌와 귀걸이를 해서 화사하게 나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져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가보니 사장님이 바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하이! 하시길래 큰 소리로 하이 하며 들어갔다. 얼른 준비하고 나와서 둘러보는데 동료 킴이 슬쩍 다가온다.
“제이, 우리 이제 영업 종료 시간 지켜야 해.”
“응? 무슨 말이야?”
“손님 끊겨도 이제 일찍 못 가. 어제 보스가 가게에 들어와서는 ‘그렇게 일이 하기 싫어? 그런 사람 있으면 말해! 다른데 일할 데 많으니까 그만두고 나가!’ 하면서 난리도 아니었어.”
어쩐지 그 분위기가 싸-하더니.
그 와중에 주방 식구 중 한 명이 토요일 쉬고 싶다고 했다가 아예 영영 쉬라며 큰 소리를 들었다. 나는 심장이 덜렁댔지만 애써 아무런 척 안 하며 태연하게 일을 했다. 망할, 화요일 퇴근시간 찍는 거 깜박해서 근무시간 엄청 나왔던데, 그래서 그거 실수가 좀 있었다고 미리 문자로 보냈는데 나까지 기강 빠졌다고 드잡이 당하는 거 아닌가. 입 안이 좀 말라온다.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행동해야 실수가 없는 법이다. 보스는 금요일 저녁 내내 가게에 앉아 손님맞이를 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직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지켜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는데 감사하게도 내 테이블 중 하나가 보스에게
“그녀는 최고의 server에요! 내가 여태 경험한 서비스 중에 최고입니다!”
라며 깜짝 립서비스를 해서 보스의 광대가 승천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뒤로 휘유,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 큰 도움이었다. 한 동안 우리는 모두 몸을 사려야 한다. 직장인의 비애다. 한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누구도 큰 소리 듣지 않고 각자 만족스럽게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