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가 들어 와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이유 : 니가 책임질래?
월요일은 한가한 날이다.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이니 직장인들은 마음의 부담이 있고 직장인이 아니라도 월요일은 뭔가 피곤한 날이다. 오늘은 내가 바 안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날인데 무척 한가해서 나는 가게 안의 창문을 씩싹 빛이 나게 닦았다. 반짝반짝 빛나게 닦은 유리창을 흐뭇하게 쳐다보는데 손님들이 들어와서 바에 앉기 시작해 나는 곧 의외로 바빠졌다. 첫 손님의 팁이 좋아 나는 엄지척을 하며 오늘은 순항이구나, 아주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때 누군가 제대로 닫지 않은 뒷문으로 들어온 홈리스와 마주쳤다. 공사판 인부가 입을 법한 벙벙한 잠바에 군데군데 뭔지 모를 짙은 갈색, 검은색의 진득한 무언가가 묻어있고 머리는 먼지와 기름이 뒤섞여 버석버석해 보였다. 그 남자는 몰래 화장실로 들어가려다 나를 보고는 크게 움츠러들며 "화장실 좀 써도 되겠습니까...?"라고 꽤 정중하게 물어봤다. 나는 작게 움츠러든 그 남자가 순간 안돼 보이기도 했고 혹시 내가 거절할 경우 미쳐 날뛸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그러라고 했다. 내가 미친년이지.
그 홈리스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서 가게 안은 무척 바빠지고 덩달아 나도 바빠졌는데 나는 그럴수록 무척 애가 탔다. 화장실 두 개 중에 한 개를 차지한 그 홈리스가 30분이 지나고 45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30분이 지났을 때 나는 괜한 자비심을 베풀어 이 꼴이 났다고 괘씸한 새끼라며 쌍 욕을 했지만 45분이 지나 1시간이 지나자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게 되었다. 혹시나 그 안에서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홈리스가 자살해서 소문이 나면 가게 매출이 뚝, 떨어질 테고 그 책임을 내가 어떻게 다 질 것인가. 하지만 화장실 문 사이로 센서등이 계속 꺼졌다 켜졌다 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안심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손님들은 바쁜 시간에 두 개 중에 하나가 못쓰게 되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망할!
이쯤 되면 누군가 나서서 발을 동동거리는 나를 도와주려고 끼어들기 마련인데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근처 지구담당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나: 경찰서죠? 여기 어디 어디 레스토랑인데 홈리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두 시간이 되도록 나오지 않아요. 경찰: 인종이 무슨 인종이죠? 아시안, 백인, 흑인, 히스패닉.
나: 백인이에요.
경찰: 어떤 옷을 입었나요? 상의는 무슨 색상입니까?
나: 밝은 갈색 잠바를 입었어요.
경찰: 바지는 무슨 타입입이죠?
나: 낡은 블루진이에요.
경찰: 무기를 소지했나요?
나: 아니요.
경찰: 체격이 상, 중, 하 어떤 편인가요?
나: 키는 큰데 말랐어요.
경찰: 곧 순찰 중인 경찰이 방문할 겁니다. 신고하신 분 이름이요?
나: 지영이요. J I Y O U N G.
경찰: 신고하시는 전화번호요?
나: 415 000 0000 이요.
경찰: 경찰이 곧 갈 겁니다.
나: 오케이 감사합니다.
4-5분 뒤 덩치가 좋은 경찰들이 권총을 차고 셋이나 들어서서 "경찰입니다. 이제 나오시죠!" 하고 문을 다섯 번은 두드렸을 때 그 안에서 그 망할 홈리스가 말끔한 얼굴로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그 남자가 문을 열고 슬슬 나오는데 좀 두려운 마음이 들어 바 안으로 나는 세 발자국 들어가서 경찰이 조심스럽게 그 남자를 뒷 문을 열어 인계하는 것을 보고 한 숨을 놓았다. 콧수염이 나고 특수한 안경을 쓴 경찰관에게 정말 무서웠다고 하소연하니 그 경찰관이 이제 괜찮다고 우리가 데려갈 테니 걱정 말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손이 달달달 떨렸다. 경찰이 들어와서 홈리스를 인계하는 동안에도 모두 내 몫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다시 바 안에서 일을 하는데 씨발 (욕해서 죄송) 다른 홈리스가 또 들어온다. 백인 남자인데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멋대로 자란 머리카락에 비니를 눌러쓴 행색이다. 이 남자는 달려오는 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도로 위에서 갑자기 빙글빙글 도는 미친 짓을 자주 하는데 오늘은 날이 추워 자꾸 안으로 들어온다. 그 남자가 들어왔는데 주방 식구들이나 서빙하는 친구는 멀뚱하게 쳐다본다. 이 남자를 그대로 두면 슬금슬금 둘러보다 갑자기 식사 중인 테이블로 다가가
"돈 좀 주실 수 있나요? 배가 고픈데요."
이런 흰소리를 해서 식사 중인 손님들을 기겁하게 만든다. 그런 틈을 주지 않으려면 바로 튀어나가 그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가라고 해야 한다. 기세등등한 태도지만 우물거리는 말투로 '여기 일하는 사람이 9시 45분쯤 파스타를 만들어준다고 오라고 했는데요.' 라며 거짓말을 한다. 그런 사람은 여기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남자가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쉬운 듯 나갔다. 가게 문을 닫고 서빙보조 친구에게 문 열어놓지 말라고 저 미친놈 또 들어온다고 신신당부했다.
바 안으로 들어와 일을 하다가 허리를 펴고 둘러보는데 그 미친놈이 어느새 다시 가게 안에 들어와 이번엔 홀 중간쯤 되는 지점에 창가게 기대어 있다. 나는 또 달려 나갔다. 아니 씨발, 날 잡아라 그래. 익스큐즈미. 내 표정이 좋지 않자 그 남자가 기세가 죽었다.
'아... 저기 위층에는 뭐가 있죠?'
'사무실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차가운 내 표정을 보고 그 남자는 뒷걸음질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그 남 지으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손짓으로 나가라 훠이 훠이를 했다. 나가면서도 주방을 향해 내 파스타는 어디 있냐고 흰소리를 했다. 우리 가게문 닫았다고 소리쳐 남자를 쫓아냈다. 이 남자는 이런 짓을 뒤로도 3번을 더 했다. 그때마다 나는 바 안에서 뛰쳐나와 이미 1편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그 남자에게 얼굴로 그대로 표현하며 쫓아내고 또 쫓아냈다.
이 말하려고 서문이 길었다. 미국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잘 보장하고 차별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이런 공권력, 특히나 경찰과 관련되는 일에는 체류신분이 불법인 사람들은 당연히 두렵고 어렵다. 접시 닦는 사람들, 피자 만드는 사람, 주방장 이외에 모든 직원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온 불법체류자다.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경찰과 엮이는 일은 혹시나 이게 원인이 돼서 본국으로 추방을 당할까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다. 설사 내가 피해자 일지라도 경찰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혹시 이런 일에 연관되어 홈리스와 치고받기라도 하면 그게 어떻게 뒤집혀 내가 가해자가 되어 추방을 당하는 이유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방 식구들은 모두 남자라도 이런 일에 쉽게 나서지를 못한다. 길 가다가 어느 취객과 시비가 붙어 얻어맞아도 이 사람들은 쉽게 경찰을 부르지 못한다. 살면서 수많은 불이익이 있어도 대부분 참고 넘어간다. 나는 그 처지를 잘 알기 때문에 경찰과 대화를 해도 거리낌이 없는 내가 나서서 이런 일들을 처리하게 되었다. 하루에도 12시간씩 고되게 일해 본국의 가족들에게 번 돈 모두를 보내는 식구들인데 내가 어떻게 나 편하자고 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겠는가. 게다가 한 번 불법체류자로 추방을 당하면 다시는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다. 미국이 아니면 어디로 가서 돈을 번단 말인가? 모든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이 사람들의 밥줄이 끊기는 것이다.
내가 나서고 말지.
* 혹시나 신고를 받는 경찰의 인종을 묻는 질문이 인종차별 아니냐 하실 분들을 위해 첨부를 합니다. 미국에 다양한 인종이 사는데 범죄의 경우 인종의 파악이 범죄자의 신속한 검거에 필수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 신고를 해도 인종을 특정 짓지 않으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도 순간 빠른 판단을 하기가 어렵습니니다. 그래서 인종, 키, 옷 색깔 최대한 자세하게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