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빨래방에 퍼지는 지린내… 범인은!

노숙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 법

by 샌프란 곽여사

샌프란 홈리스

농축된 지린내 미친다


빨래방에서 건조기에 빨래를 넣고 있는데 어디선가 지독한 지린내가 풍긴다. 아. 어디에 홈리스가 들어왔나 보네. 왼쪽 곁눈으로 캠핑용 슬리핑백을 움켜쥔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말들은 안 해도 세탁실 안에 알게 모르게 불편한 기운이 차오른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들은 홈리스에 익숙해 놀라거나 허둥대지 않지만 신경이 아예 안 쓰인단 뜻은 아니다. 비누냄새와 섬유유연제가 폴폴 나는 공간에 누가 오염물질을 떠트린듯 순식간에 퍼지는 지린내에 미간이 구겨진다.


샌프란의 홈리스들이 옷을 충당하는 방법은 구호단체에서 지급하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아무 빨래방에 들어가 건조가 된 채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빨래 중 맘에 드는 것을 집어가는 방법이다. 갓 세탁이 완료된 바삭하고 따끈한 빨래는 홈리스들도 무척 좋아한다. 청바지, 가방, 수건 자기가 필요한 아이템을 기다리고 있다가 다 됐다 싶을 때 주변에 주인이 없다면 가져가는 식이다. 건조기에 넣어놓은 빨래를 찾으러 갔는데 남편의 청바지가 없어지고 가방이 없어진 경험이 꽤 된다.


노숙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곳에 두려워서 못 들어온다. 하지만 노숙자로 오래 있었던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도덕적인 잣대, 위생, 남의 시선 의식 등등의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들이 희미해지고 그저 배고픔, 추위, 내가 필요한 것 등등에 집중하기 때문에 빨래방에 사람이 있던 없던 거침없이 들어와 쓰레기통을 뒤지고 주변 사용자들에게 동전을 구걸한다. 빨래방 밖에서도 한눈에 보이는 건조기에 젖은 빨래를 넣고 완료 시간보다 3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빨래방에 사람들이 모두 침묵하며 서 있다. 혹시 내 빨래 가져갈까 걱정되어 30분이 넘는 세탁/건조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것이다.


경찰을 부르라고?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르면 오지도 않는다. 난동을 부리거나 위해를 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와도 그냥 달래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끝이다. 빨래방 주인을 부르라고? 귀 찬타. 세탁기와 건조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불러서 뭐라 한단 말인가. 경찰을 부르라고 하겠지. 경찰을 부르면 오지도 않으니 그저 눈에 안 보이는 듯 최대한 오염된 공간의 공기를 마시지 않고 볼일을 빠르게 끝내는 게 최선이다.


나는 빨래를 차곡차곡 개어서 잘 정리된 서재의 책처럼 쌓아서 오는데 이번엔 건조기에서 바로 바구니로 몽땅 쓸어 넣었다. 갓 완료된 세탁물들이 구겨지는 게 미안하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더러움이 묻는 것 같아 망설이지 않았다. 기분이 너무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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