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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Jan 27. 2024

사랑이 더 비싸다, 호캉스 날린 이야기

엄마를 지켜야했던 나의 긴 하루

아직 오두운 시간, 응급실에서 돌아와 잠이 든 엄마

엄마를 모시고 새벽 4시에 급하게 응급실을 가서 나는 참 마음이 바빴다. 당장 몇 시간 뒤에 엄마는 출근을 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절대 무리였다. 링거를 달아 진정제와 온갖 소화제가 투입이 되면서 힘을 조금 되찾은 엄마도 걱정이 됐는지 상사에게 미리 연락을 하라고 한다.


“엄마 그런데 지금 새벽 5시인데 전화를 받을까…”


“괜찮아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라 깨 있을 거야…”


엄마의 상사는 새벽에 걸려온 전화가 심상치 않았는지 제깍 받았고 흔쾌히 하루 응급휴가를 주셨다. 이제는 내 차례다.


‘진주야, 미안해. 오늘 못 만날 거 같아. 엄마가 응급실에 갑자기 오게 됐어. 복통이 심해서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너무 놀라서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어. 미안해.’


43세인 내가 20살에 대학교 기숙사 동기로 만난 진주는 무려 7년 만에 연락을 했는데도 흔쾌히 만나자고 해주었고 (원래 카톡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마지막 연락은 4년 전 캐나다 출장을 와서 ‘지영, 나 옆나라에 와서 너 생각나서 전화해 봤어’ 그게 마지막임) 내가 영어가 그리우니 이태원에서 만나자고 하니 또 흔쾌히 이태원에 있는 호텔로 1박을 잡았다. 그 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도 마시고 저녁도 먹고 밤새 수다를 떨자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 검색을 해보니 최근 리뉴얼한 이 호텔의 1박 숙박비는 무려 22만 원 … 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새벽 5시에 보낸 카톡은 8시가 넘어서 1 표시가 사라졌고 곧 괜찮다며 나중에라도 어머니가 괜찮아지시면 연락을 달라고 답이 온다.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두 시간이 지나 우리는 집에 왔다. 엄마의 얇은 팔을 붙잡고 오는데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한지. 내가 없으면 이렇게 차가운 새벽에 혼자 수납을 하고 문을 힘겹게 열고 나와 찬 바람이 부는 주차장을 홀로 걸어 나오겠지.


어두컴컴한 새벽 주위를 두리번거릴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산사태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내가 없었으면 우리 엄마는 어떻게… ’ 이 생각을 수 없이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해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벌떡 일어나 거실에 나와보니 엄마가 죽은 듯이 자고 있다. 조용히 다가가 엄마 얼굴을 살피니 기운은 빠져서 헬쓱해보여도 얼굴색은 평안하다.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려니 엄마도 부스스 일어났다.


“아이그… 지영아 너도 엄마 때문에 놀랐지. 고생했다.”


“아니야. 집에 금방 왔잖아. 엄마는 배 안 아파 이제…?”


“응, 괜찮아. 근데 너 오늘 서울 가서 진주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어서 가라, 늦겠다…”


“진주한테 못 만난다고 벌써 얘기했어. 나 추워서 나가기도 싫었어, 솔직히. 집에 있을 거야.”


사실 가고 싶었다. 춘천에 사는 친구가 서울 출장에 맞춰 호텔을 잡았는데 그걸 날리게 생겼다. 이 날 놀 생각을 하고 출장 다음날 연차까지 썼는데 나는 너무 미안해서 엉덩이가 달싹일 정도였다. 엄마가 괜찮으면 지금이라도 나가야 하나 무척 고민이 되다가도 무슨 소리, 당연히 곁을 지켜야지 호되게 결심을 한다.


새벽에 그렇게 끊어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던 엄마인데 오늘 눈을 부릅뜨고 괜찮은지 지켜보고 엄마가 먹을 식사도 챙기고 약도 시내 나가서 지어와야 한다.  진주에게 미안한 건 앞으로 갚을 날이 많지만 내가 엄마에게 지금 못하는 건 죽는 날까지 후회할 일이다. 엄마에게 미안한 일은 지금까지 수 없이도 많이 해왔다.

눈 오는데 마음이 심란해 장을 보고 좀 뛰었다


“엄마, 나 가서 약국도 들리고 장도 좀 봐올게.”


“눈이 막 날리기 시작하는데 엄마 괜찮아. 그냥 집에 있어, 사고날라…”


“아이구 이 정도 눈은 쌓이지도 않아. 금방 다녀올게!”


“그래, 조심히 다녀와.”


나도 엄마에게 쓸모 있는 자식이고 싶다. 엄마가 급할 때 도와주고, 힘들면 받쳐주고, 외로울 때 재롱도 부리는 자식이고 싶다. 내 쓸모를 다해서 너무 좋다. 눈 좀 맞으면 어떠랴. 마음은 따듯하다.

결국 나 먹자고 차린 밥상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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