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혹시 날…? 좋아하는 걸까?

행복한 착각을 하게 한 커피집 남자.

by 샌프란 곽여사

덥다.

혀가 말라 침 삼키기가 어렵다. Japan Town에서 잔뜩 음식을 사서 40 파운드짜리 백팩에 지고 한참을 걸었다. 일요일은 장 보는 날이라 한 시간 거리의 한국 마트를 걸어가서 이렇게 등짐을 지고 다시 걸어온다. 재팬타운에서 미리 하나 사서 손에 쥐고 오지 않으면 10블록이 넘는 오르막 내리막을 헉헉대며 Polk street까지 걸어야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이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 많던 커피숍 다 어디 갔어 ㅠㅠ 타는 입과 등짐의 무게에 온몸이 짜부 라드는 느낌이다.

그 쓰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만.

한 모금만 쭉 들이키면 이 고행이 싹 가실 텐데!!!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별 수 없이 진행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 드디어 지나치며 보던 커피샾에 들어갔다. Moka Coffee. 꽤나 단순한 이름인데 그래서 기억하기 쉽다. 성급하게 발을 들이고 문 앞을 지나는 그 찰나, 한 발은 안에 한 발은 막 문을 넘어서는 그 찰나에 빨간 글씨로 쓰인 푯말.


‘Closed


내 몸이 들어서며 언뜻 곁눈에 비친 그 신화 같은 찰나에 본 푯말은 나를 부스스 공기 빠진 풍선처럼 만들었다.

밧데리 방전 관계로 사진찍으러 다시 갔는데 져쉬쿤은 없고 커피 기계고장 ㅠㅠ


“are you closed? 문 닫았어요?”


“yes, dear. 네 닫았어요.”


“oh my god, i walked such long distance to come here. what time do you close? 아이고, 여기 오려고 엄청 오래 걸어왔는데. 언제 문 닫아요?”


“we close at 3pm. 오후 3시에 닫아요.”


시간은 이미 4시가 넘었다. 목마른 내 혀를 무엇으로 달래야 하나. 내가 너무 실망한 얼굴을 해서일까? 사람 좋은 인상의 남자는 곧 내게 물어온다.


“what do you want , dear? just tell me. 뭐 드시려고요? 일단 말씀해보세요.”


“I just want Iced Americano, thats it. im so thirsty right now.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목이 엄청 마르거든요.”


그 남자는 주인인 듯 하얀 미소를 시원하게 지으며 그 정도면 내가 만들어주겠다며 원두를 갈기 시작했다. 쭈글쭈글했던 내 이마는 단박에 펴지며 양갈래로 땋은 내 머리조차 기쁘다는 듯이 움찔 일어섰다.


남자는 원두를 갈며 자기 이름을 소개하며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왔다. Jashkun. 이름이 쟈쉬 쿤이란다. 깔끔하게 기른 검은 수염과 구릿빛 피부를 봐서 아마 지중해 부근의 어느 나라에서 왔지, 싶다. 이를테면 터키? 희고 가지런한 치아가 아주 멋진 남자다. 풍성한 검은 속눈썹은 남자의 눈을 참 자상하게 만든다.


그 커피를 받아 들고 돈을 내려는데,

아니? 그냥 준단다.

아니, 그럼 나 설레서 안돼!


난감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에 망설이며 섰다. 옆에 있는 원두를 담은 유리통이 보인다. 주인 남자의 환한 얼굴을 다시 보고는 원두를 한 봉지 샀다.

담 주에 문 닫기 전에 올게~ 하면서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양갈래로 딸은 머리도 팔랑이며 나왔다. 뜻밖의 호의를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아 휴대폰 셀카로 내 얼굴이 어떤가 보려고 했지만 간당간당하던 배터리는 운명한 상태다.


아쉽다. 같이 셀카라도 찍을걸.


설레면서 기쁜 마음으로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하며 집에 온다.


나 아직 솨라있다! 나 안 죽었어!

착각은 지 맘이고 행복감은 공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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