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너무 멋지다. 어쩌지?
헉헉헉- 언덕을 오르는 가녀린 체구의 지영은 자신의 몸집만큼 큰 가방을 짊어지고 있다. 맞바람이 불어오자 그에 밀려 뒤로 나자 빠질 것 같다. 안 되겠다. 쉬어가자. 망할 샌프란시스코 바람.
Lafayette 공원의 벤치에 털썩 앉은 그녀는 팔다리를 아무렇거나 벌리고 늘어졌다.
“아씨-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바람이 불어 ㅠㅠ 힘들어 죽겠네!”
휴대폰을 꺼내 든 그녀는 습관적으로 인스타를 확인하고는 곧 벤치 옆 꽃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꽃이 핀 바닥에 붙어 앉아 카메라를 꽃의 얼굴에 들이댄다.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고 -소리를 남발하며 무릎을 두드리지만 사진을 확인하는 얼굴은 꽤나 흡족한 듯 입술이 양 옆으로 솟는다.
사진을 확인하며 무슨 포스트를 올릴까 생각하다 보니 한참이 지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대각선 위치의 벤치에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와 면바지에 연보라색 맨투맨 셔츠가 썩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단정한 남자다. 다소곳하게 내리깐 눈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 뭘 보고 있을까?
‘이런 공원에 저런 남자라니…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다음 달 21세 생일을 맞는 지영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미국 남자들이 부담스러웠다. 덩치도 너무 크고 ‘hey, baby-‘ 하며 들이대는 게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연애에 대한 그 나이대 여성다운 호기심은 많았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하얀 얼굴과 단정하게 다물린 입술을 보니 갑자기 자기의 입술이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 처음인데…
지영은 곁눈질을 하며 남자를 훔쳐봤다.
적당히 벌어진 어깨선이 맨투맨 셔츠 위로 불거져있고 하얗지만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은 분명 남자의 손이다. 고양이처럼 살짝 올라간 붉은 입술과 마지가 불거진 손가락은 묘하게 어울린다. 매끄러운 듯 단단한 턱선이 남자답다.
카톡!
조용한 공원에 갑자기 울린 카톡 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작은 소리로 아씨-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재빨리 진동으로 돌렸다.
큭-작게 웃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곁눈질로 확인한 그는 입가의 미소가 약간 짙어졌을 뿐 같은 자세 그대로였다. 기분 탓인가.
그때, 남자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유창한 중국어로 통화하기 시작한다.
‘뭐야, 중국인이네. 한국 사람이 좋은데. ‘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단정한 얼굴과는 다르게 성숙한 남자의 분위기가 풍긴다.
드르륵드르륵- 이번엔 그녀의 휴대폰이 울린다. 혜선이 답이 없는 지영에게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한 것이다.
“쪙! 내가 추천한 책 봤냐니깐? 씬 진짜 많아!”
19금 로맨스 소설의 중독자인 혜선이 다짜고짜 소리친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나 이상형 봤어. 목소리 되게 멋져! 말투도 엄청 조곤조곤하고… 나 손에 되게 집착하는 거 알지? 이 남자 손 하얗고 고운데 되게 남자다워! 나 너무 떨려.”
“술 한 잔 하자고 해! 친해지는데 그게 최고야!”
“야! 첨 보는 남자한테 어떻게…그리고 나 미국 나이로 21세 되려면 아직 한 달이나 남아서 술 못 마셔. 넌 성인이다 자랑해? 칫-“
“아 맞다. 너 생일 안 지났지… 아쉽네. 그럼 뭐 어쩌지?”
둘은 쫑알쫑알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