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한 사실, 중독자들.
날이 화창해서 커피 집 취재차 십 년 동안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7번가 쪽으로 걸었다. 그 전에는 내가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불안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건물들은 여태 우울해도 걷기가 불안하지는 않다.
Tech 컴퍼니들이 모여들며 부랑자들은 원래의 구역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그 자리를 아직은 비교적 싼 월세의 혜택을 보려는 술집과 카페, 레스토랑들이 메운다.
대체 언제 들어섰는지 모를 말끔한 모양의 아파트 건물 건너편 대로의 골목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이 있다. 나는 생각 없이 내 가드닝 인스타에 올릴 꽃 사진이나 건질까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면만 생각한 공원은 건조하고 삭막하다.
그런데 화장실.
보자마자 갑자기 오줌이 몰려내려 오는 이 기분, 뭐지? 급한 걸음으로 안에 들어가 봤다. 마침 막 청소를 마친 상태라 아주 청결하다.
그런데 나오고 나서 사진을 찍다 경고문을 보았다.
아니, 그럼 여성용품을 주머니에 쑤셔놓고 들어가던가, 일행이 없는 사람은 가방을 밖에 던져놓고 가란 말인가. 이 문구는 약간 틀어서 봐야 한다.
샌프란의 홈리스들 중에 약을 하는 사람은 주사 바늘과 유리 흡연기구를 휴대한다. 약을 놓고 한 동안은 희열에 빠져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늘어지거나 그 안에서 뭔가에 정신이 팔려 나오지를 않는다. 큰 불편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메쓰에 빠진 사람은 편집증이 격해져 아주 작은 무언가를 미친 듯이 들여다보거나 자신 신체의 한 부분을 집요하게 후벼 파기도 한다. 그 예로 화장실에서 혼잣말을 엄청 빠르게 하며 얼굴의 여드름을 손으로 잡아 뜯는 사람은 그 경우인 경우가 많다. 혹은 자기 발을 막 집어 뜯는다.
이 통은 그 주삿바늘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2차 감염이나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든 궁여지책이다. 주변을 보면 바로 옆에 아이들이 노는 공원이 있는데 사실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주삿바늘을 발로 밟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실용적이다.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화장실 안은 청결하다. 하지만 그래도 찝찝해 최대한 닿지 않도록 사용하고 나왔다. 이곳에서 잠을 정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샌프란의 공원에 와서 이런 주삿바늘 수거통을 보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하기를 바란다. 자유와 자유의 나라, 약도 자유, 중독도 자유, 인생을 그렇게 사는 것도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