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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너무 오래 떠들 땐, 커피.

아직 안 끝났어?

by 샌프란 곽여사


“He talks way~~~~~~ too much like, he can’t shut up! 그는 말을 너~~~~ 무 많이 해 이건 뭐, 닥칠 수 없나 봐!”


그래. 그가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당신이 입을 다물 수 없는 것처럼.

창가에서 담배피는 남편


남편과 LA 시절부터 오래 인연을 맺고 있는 친구 맷 Matt은 현재 팟캐스트를 같이 하고 있다. 어느 파트너십이나 그렇듯, 삐걱 인다. 내가 보기에도 맷은 상대방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쉬지 않고, 빨리 떠들어댄다. 누가 더 많이 말하나 시합이라도 하는 듯 떠들어댄다. 당신들, 서로 상대방의 말을 듣기는 해?


남편이 ‘이번 주 에피소드 어땠어?’라고 물으면 난 ‘지난 주보다 훨씬 낫네!’ 라며 애써 대답한다. 취향을 많이 타는 팟캐스트와 알 수 없는 미국인들의 성향상 스테레오 타입의 인간인 내가 좋다, 나쁘다 말할 수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히 전날 내가 잠자리에 들며 뇌가 보낸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갈무리하는 게 내 루틴인데 오늘 아침은 그의 떠나갈듯한 일방적인 대화에 마구잡이로 범해지는 기분이다. 내 뇌는 곧 지치고 질려 NO 사인을 보내기 시작한다. 난 곧 따분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honey, i’m sorry but my brain can’t listen anymore. 자기야, 미안한데 내 뇌가 더 이상 들을 수 없데.”


아, 미안! 건성으로 답하며 1초 침묵하지만 곧 ‘그런데 진짜…’ 하며 다시 이어진다. 골이 아파온다.


그의 휴대폰이 울린다. 그의 죽마고우 PL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파트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거실을 쿵쿵대며 이 쪽 끝부터 저 쪽 끝을 정신없이 걸으며 떠든다. 스피커 폰도 아니건만 그의 목소리가 다 들린다. 나는 어제 보다만 책을 집어 들었다.


[읽고 싶어서 읽는다기보다는…]

“바 하하하하! 듀드! 그래서 내가 말했지, 듀드 넌 좀 닥쳐야 해! 논스톱 토킹이라니 입에 거품이 인다고!”

[읽고 싶어서 읽었다고 하고 싶어서…]

“크하하하 that’s awesome, Dude! it’s crazy, Man!”


아.. 씨. 욕 나오네. 여태 이 시끄러움을 어떻게 견디고 살았나 대견할 정도이다.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나왔다. 어제 읽던 곽재식 작가의 [삶에 지칠 때 작가가 버티는 법-작가 특보]라는 책을 나가서 공원에서 읽을 생각이다. 나와보니 햇살이 따듯하고 상쾌하다.


남편의 지긋지긋한 소음에서 멀어진 나는 금방 평온을 되찾았다. 걷다 보니 Nick이 분주하게 커피를 만들고 있다. Hole In The Wall Coffee는 언제 봐도 평온하다. 닉에게 인사를 하고 커피를 주문했다. Light Roast, Blond. 헷갈리지 않기 위해 컵에 BL이라고 쓰여있다. 한 모금 마시니 고소하고 크림 같은 질감의 커피가 목으로 넘어간다. 맛은 분명 커피의 쓴 맛인데 향과 목 넘김은 크림 같다. 크림 같은 쓴 맛이 첫 번, 크림 같은 풍미가 중간, Light Roast의 산미가 혀 뒤에 남는다.


좋다.


남편이 지긋지긋한가? 나가서 커피를 사시오.

뭐하러 둘이 붙어 앉아 지겨운 대화를 듣나?

커피 한 잔이면 행복할걸.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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