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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망스러운 스타벅스

아인슈페너와 멀어도 너무 먼 당신.

by 샌프란 곽여사
아인슈페너.

며칠 전 인친님의 커피 포스트를 봤다.


캡션으로 [이 집이 그렇게 유명하다며? ]라며 같이 올라온 사진에는 에스프레소와 이게 뭐지? 긴가민가 헷갈리는, 그러나 확실히 맛있어 보이는 커피가 다소곳이 놓여있다. 이 집은 커피맛으로 유명해 간판에 이름도 달지 않고 운영을 한단다. 매우 궁금하다.


‘이 집이 무슨 커피로 유명한가요?’라고 물으니 아인슈페너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맨날 핸드드립 커피와 원두만 찾아다녔지 커피의 다양한 형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만드는 법을 한 번 보았다.


[아인슈페너 만드는 법]


먼저 에스프레소 두 잔을 준비한다. 원두를 드르륵 갈고 냄새를 킁킁 맡은 뒤 (커피 향 변태) 꾹 꾹 평평하게 다져서 치이익-쪼르르르. 두 잔 완료. 나는 입으로도 커피 내린다.


그다음엔 생크림의 필요하다. 생크림에 설탕을 기호만큼 넣고 기계로 저어 꽤 된 느낌으로 만든다. 이래야 컵 안의 모양이 이쁘게 잡힌단다. 하얀 크림과 지옥같이 쓴 에스프레소의 대비. 아인슈페너를 뜨거운 걸로 마실 때는 커피의 뜨거움에 크림이 금방 녹아 더욱 되게 만들어야 한다.


크림이 완성되면 잔에 얼음을 소복하게 채우고 잔의 중간까지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되게 만든 생크림을 숟가락으로 얹고 코코아 가루 톡톡. 생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고 커피를 음미한다. 섞지 않는다.


끝.


생크림. 달고 입술에 아주 가볍게 닿는 그 느낌. 수줍은 처녀처럼 애가 타게 입술에 닿고는 달콤함으로 정신을 몽롱하게 한다. 달콤함이 익숙해지려는 찰나, 지옥의 악마처럼-근데 잘 생긴 악마처럼 섹시한 향기가 나는 에스프레소가 입 안으로 쳐들어온다. 그 섹시한 악마와 수줍은 생크림 처녀가 섞이면서 내는 이 쾌락의 향연!!!!!


나는 참을 수 없다!!!!!


그러나 집에 생크림도 없고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고 마트는 문 닫았다. 바람이 휭 하고 내 입안으로 부는 듯 춥다.


나는 밤새 침을 꼴깍꼴깍 삼기며 아인슈페너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느 카페서도 아인슈페너를 보지 못했다. 아 잠깐? 스타벅스의 콜드 브루 with sweet cream 이 비슷한데? 콜드 브루 커피 위로 컵의 1/3 정도의 두께를 차지하며 악마의 쓴 맛 안으로 파고들던 크림. 그래! 이거다!


오늘은 짜장면 먹는 날인데 그 중간에 스타벅스가 있다. 룰 우 랄라 걸어서 도착. 호기롭게 주문하고 그동안 쌓인 포인트로 결제! 공짜라니 더 좋다.


“지영!”


주변에서 맴돌다 번개같이 받았는데…

차라리 마트 냉장고를 뒤지지…

이거 뭐야. 이 특색 없이 뒤섞여 악마의 커피 향이고 수줍은 생크림 처녀의 향이고 나발이고 짬밥처럼 섞인 이 커피. 나는 발 밑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따분한 표정의 바리스타는 휘적이며 멀어지고 있었다.


“밤을 지새우며 기다려서 받은 내 콜드 브루를 이 따위로 만들어내고 휘적이며 걸어!!!”

라고 꽥 소리 지르며 머리채를 잡고 싶었지만 난 교양이 있는 여자이므로 그러지 않았다.


생각만.


뭐, 맛은 그럭저럭 평이한데 커피를 이렇게 섞어서 내다니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커피위로 크림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먹음 직한 모습, 프레젠테이션 못 배웠나. 아…


어쨌든 커피는 길 위의 꽃을 보며 다 마셨다. 아인슈페너. 마시고 말 거야. 거품 내는 기계는 있으니 캠핑용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를 사야겠다.

꽃보며 화를 삭혔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아마존으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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