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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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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Apr 06. 2019

부활절은 요한 수난곡과 함께!

영국 문화



바흐(J.S Bach)의 <요한 수난곡>은 신약성서 요한복음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그려낸 바로크 시대 음악 곡이다. <마태 수난곡>과 함께 바흐 종교음악 가운데 걸작으로 꼽힌다. 수난곡은 성경 4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를 기초로 이루어진 오라토리오(독창, 합창, 관현악이 어우러진 줄거리가 있는 곡의 모음)이다. 주로 사순절(부활절 이전 40일간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간) 동안 유럽 전역에서 공연된다.






런던에서도 사순절을 맞아 Southbank Center에서 ‘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 ‘가 연주하는 <St.John’s Passion>의 공연이 있었다.

공연장 내 로열 페스티벌 홀(Royal Festival Hall)은 대부분 백발의 노인들로 가득했다. 연주가들이 악기를 들고 무대 한쪽으로 들어선다. 생전 처음 보는 악기도 있다. 바로크 시대 사용되었던 오보에(The Oboe da Caccia)이다. 현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악기라 한다. 무대 반쪽은 아직 텅 비어있다.




<바로크시대 악기 The Oboe da Caccia>


검은색일 뿐 평상복 차림의 합창단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휘몰아치듯한 걸음걸이로 강렬한 은발의 지휘자가 들어선다. 대영제국 훈장과 기사 작위까지 받은 사이먼 레틀경 (Sir Simon Rattle)이다. 영국 출신인 그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Berliner Philharmoniker)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 음악감독이다. 항상 새롭고 혁신적인 무대를 선보여 미래를 향한 지휘자로 불린다.



< Sir Simon Rattle>





예상했던 대로 무대는 정통 바로크 클래식 연주와는 다르다. 무대 배치, 의상 모두 현대적이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연주도 기대된다.

묵직하고 조용한 연주와 노래로 공연이 시작된다. 기존 수난곡 형식과는 다르게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연기가 더해진다. 아니 연기라기보다는 몸동작이다. 극적이지도 과장되지도 않다. 그런데도 두려움, 슬픔, 고통, 절망이 모두 느껴진다. 무대 형식은 현대적이지만 공연 자체는 과거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 고난’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공연 내내 숨 죽이며 연주를 듣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내가 십자가를 지고 있던 듯했다.

연주가 끝나고 숨 막히는 듯한 정적이 잠시 흘렀다. 객석에 불이 켜진다.  공연이 끝났다. 백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두 일어나 한참 동안 기립 박수를 친다.




<요한 수난곡 공연 후 @Royal Festival Hall in London>




무겁고 처연했던 숨 막히는 무대가 잊히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예수. 가롯 유다가 배반할 것을,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 세 번 부인할 것을,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을, 사흘 만에 부활할 것을, 하늘에 올라 아무도 모르게 다시 올 것을... 그렇게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냥 유쾌 통괘 상쾌하게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지..

십자가에 못 박히고, 가시 면류관에 찔리고, 창에 찢겨 피 흘려도 '야야~. 이 정도는 별거 아니야~. 난 하나님 아들이잖아!'

예수를 보며 통곡하는 마리아에게 '엄마! 엄마! 걱정 마세요~ 저 부활할 거예요!'

예수를 배반하고 괴로워하다가 거꾸로 처박혀 죽음을 맞이하는 가롯 유다에게 '야~ 괴로워할 거 없어. 그래야 하늘의 뜻이 이루어진다니까. 네 잘못이 절대 아니야! 괜히 미안해서 죽고 그러지 마라~~'

예수의 죽음을 보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애들아! 겁먹지 마~ 나 사흘 후에 다시 올게~'



이렇게 하실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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