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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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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30. 2019

영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욕망?

영국 사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건물 매입’ 논란 이후 결국 하루 만에 사퇴했다. 죄목(?)은 국민 정서법이다..

내가 이해한 이번 사건의 국민 정서법은 나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던 욕망이 공직자 김의겸에게는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이 아니라면 부동산 매매나 소유가 누군가에 의해서 허용되고 말고 할 사안은 아니다.  단지 능력에 따른 개인의 선택일 뿐이고, 그 능력은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가능한 모두에게 능력을 키울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이와 함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이 모든 과정에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지도 않아야 하며 억울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 아니 억울한 면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런던에는 로열 알버트 홀, 바비칸 홀, 퀸 엘리자베스 홀 등 많은 공연장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적인 연주가들이 공연을 한다. 공연장에 따라 18세 미만 혹은 35세 미만은 단돈 5~10 파운드로 티켓을 구할 수 있다. 영국 최저 임금이 £8.21 (2019.4월 기준)이니 한 시간만 일해도 런던 필하모니와 조성진의 협연을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공연이라도 좌석에 따라 백 파운드가 넘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억대 연봉자와 아르바이트생이 취미만 같다면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돌체 가바나와 유니클로를 입고.......




<Barbican Hall>


영국에는 3만여 개의 공립학교와 2천5백여 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공립학교는 당연히 무료이며 사립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연 1만 파운드에서 최고 4만 파운드를 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재정적 여력이 되지 않아도 자녀가 학업 또는 다른 방면에 뛰어나면 장학금이나 100% 재정 지원을 받고 입학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립학교를 없어져야 할 공공의 적으로 보지 않는다.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다만 언론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출신자의 대입, 취업 과정이 더욱 공정 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말한다. 그러면 대학교와 기업은 듣는 자세를 취한다.  예로 올해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을 합해서 일컫는 명칭) 입학 결과,  Top 100 사립학교 중 어떤 곳은 한 명도 합격시키지 못했다. 반면에 런던 동쪽 지역의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역) 한 공립학교에서는 40명이 넘는 학생이 옥스브리지에 합격했다. 주요 일간지 및 방송은 환영하며 특집 기사를 냈다..




<사립학교 입학 시험 후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



영국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나, 아이들 학교 원서접수 시, 부모 호칭을 적는 란에 ‘Duke/Duchess(공작), Earl/Countess(백작), Baron/Baroness(남작), Lord(영주), Sir(경)’등 선택 사항이 있다. 아직도 귀족의 호칭이 사용되고 그들 만의 생활양식과 언어도 뚜렷이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계층 갈등은 없다. 일반인 심지어 외국인도 결혼을 통해서 로열패밀리가 될 수도 있고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나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면 Lord나 Sir 정도의 작위는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로열 패밀리에 관심은 있지만 선망의 대상이 되어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21세기에 왕족이 웬 말이냐며 없애자고 하지도 않는다.




<케이트 미들턴 공주/ Duchess of Cambridge>



런던의 주택가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가운데 길을 두고 오른쪽 왼쪽으로 또는 골목을 끼고 고급주택과 허름한 주택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고급 주택들의 담장은 높지도 않아서 수 억 원대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한남동 부촌의 요새처럼 높게 쌓인 담장과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보면 런던이 빈부격차의 갈등도 없고 절대빈곤도 없는 곳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시내 곳곳에는 노숙자들이 넘쳐난다. 반면에 땅값 높기로 유명한 런던에 수십 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한 수천억 부동산 자산가들 또한 셀 수 없다. 그들 중에 고위공직자나 정계 유명인사, 인기 연예인, 유명 스포츠인 그리고 예술가도 있다. 의외로 평범해 보이는 수백억 상당의 다주택 소유 정년퇴직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시다.  그래도 다주택 보유자를 투기 세력이라거나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정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 런던 주택가>


 아마도 그들이 내 욕망을 누르고 짓밟아 그들의 욕망을 채웠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것은 제도나 법규가 공정하여 정당하게 부를 이루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반면에 한국은 교육은 평준화되어야 하며 국민 모두는 1가구 1 주택 이어야 하고 강남 아파트는 서울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가격이어야 한다. 그에 반하는 욕망은 불법이나 편법 그리고  부당이익을 통한 반칙왕들만이 누리는 것으로 간주되며 사실 어느 정도 그렇기도 하다. 이런 한국사람들에게 영국은 이상한 나라 일 것이다. 고상한 취미, 더 나은 교육, 더 좋은 일자리, 더 넓은 집, 더 높은 지위. 이러한 내 안의 작은 욕망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제도적으로 보호받는다..



<버킹검궁 앞 동상>



모두의 욕망을 똑같은 크기로 재단하고 하나의 틀에 맞출 수는 없다.  물론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자신만의 욕망을 극대화하고 타인을 짓밟는 행위는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고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이 사람을 향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적폐로 규정하고 서로에게 화살을 겨누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사퇴하는 것 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단순히 내 집 마련의 꿈이나 노후 대책을 위해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투기세력으로 몰린  문재인 지지자들도 상당수 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겨누어졌던 화살에 강한 비판을 실어 돌려보낸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투기세력’이나 ‘적페’로 규정하고 겨누었던 사람을 향한 화살을 거두고 불법, 편법, 그리고 부당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3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하여 노부모를 모시고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고자 했던 그의 작은 욕망 때문에 청와대 관저를 떠나게 된 김의겸 대변인. 이제 오 갈 곳  없게 된 그분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김의겸 #청와대 #부동산 #욕망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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