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갤러리 투어(6)-코톨드 갤러리
런던 코톨드 갤러리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 16점을 모아 특별전을 하고 있다.
반 고흐는 35점 정도의 자화상을 남겼다. 비교적 많은 자화상을 남긴 것은 평생 가난했던 그가 모델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아 주로 자신을 그린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고흐가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하면서 인간 내면의 서로 다른 자아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몰입한 작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여섯 개의 자화상을 서로 견주어(?) 보았다. 처음에는 고흐 ‘한 사람’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각각의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서로 다른 고흐를 만났다. 단순히 1886년, 1887년 또는 1888년의 고흐라던가, 수염이 없는, 밀짚모자를 쓴, 자른 귀를 붕대로 감은 ‘한 사람’의 고흐가 아니었다. 분명 서로 다른 열여섯 명의 고흐였다.
‘한 사람’이 그린 ‘자화상’이라면 색감, 붓터치, 시선, 눈빛 모든 것이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심지어 일관 되게 텅 빈 표정마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작가마다 화풍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자화상’의 세팅이나 색채감, 표정, 각도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습관적인’ 자기만의 붓터치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동일하다. 그래서 (심지어) 서로 다른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도 동일 작가 작품이라는 느낌이 있다.
반 고흐의 ‘자화상들’은 달랐다. 고흐는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작품이 또 분명히 고흐 작품이라는 느낌 있다.
정신분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어쩌면 ‘한 사람’의 정신이 분열된 것이 아닌 고흐 안에는 정말로 너무나 많은 자아가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하여 매일매일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야 했고.
그것도 아니라면 고흐는 매일같이 자신의 틀을 깨뜨리고 ‘습관적’인 작업이 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이 사유하여 작품마다 매번 다른 자아로 태어났거나.
이번 전시는 코톨드 갤러리 인상파 상설 전시관 내에서 ‘모네, 마네, 르누아르, 세잔드, 고갱’ 등의 작품과 함께 있다. 물론 모두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이지만 그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한 사람의 작품이다. 물론 그들의 작품도 충분히 나를 사로잡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아무래도 나는 ‘열여섯 명 빈 센트 반 고흐’를 다른 작가들의 열여섯 배만큼 더 사랑할 것 같다.
어딘가에서 있을 또 다른 열아홉 명의 고흐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