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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Jan 31. 2022

믿을 수 없는 이야기 2

<등장 인물>

디디에 (학회장) 12살 : 학회장의 어린 시절

아빠 30대 : 학회장의 아버지

학회장 60세 : 현재의 모습

환자 : 단역

의사 : 단역

인턴 : 단역

아드리앙 : 전편과 동일

피에르 : 전편과 동일

수잔 : 전편과 동일

여자 : 전편과 동일

남자 : 전편과 동일







디디에 : 아빠.. 엄마는 좀 어때요?

아빠 : 디디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 같구나..

디디에 : .. 엄마를 보러 갈래요.. 허락해 주세요..

아빠 : 그래.. 오늘은.. 같이 엄마를 보러 가자..


E. 장면 전환


학회장 내레이션 : 겨우.. 독감으로 돌아가셨다.. 생화학 무기 실험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유출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을 때였다. 영문 모를 팬데믹으로 삽시간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있던 지옥같던 그때. 감염된 사람들은 감기 증상을 앓다가 점점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사망했다. 사망자가 인구 10분의 1의 수에 이르자 모든 나라는 감염자를 철저하게 격리했다. 가망이 없거나 나이 많은 환자는 포기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감염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뒤늦게 학교나 공공시설을 개조하여 병실을 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사와 간호사등 인력도 부족했다. 의대를 다니고 있던 학생들까지 투입되어 환자들을 돌봤지만 대부분 진료를 보다 함께 죽었다. 


E. 병원. 기계 삑삑대는 소리. 어수선한 분위기. 


환자 : (호흡 곤란과 함께 기침)

의사 : (다급하게) 어서 빨리 산소 마스크를 가져와! 

인턴 : 지금 남은 게 없어요, 선생님...

의사 : 아.. 젠장.. 

환자 : (죽을 듯 기침을 하며) 살려..주..세..요...

의사 : (혼잣말) 매일 매일이 지옥이구만.. 이 많은 환자들을 다 어쩐다.. 

인턴 : 선생님.. 환자의 바이탈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의사 : (괴롭다) 어쩔 수 없다. 이 환자는 가망이 없어.. 다음 환자를 보러 가자..


E. 장면 전환


학회장 내레이션 : 어머니는 학교를 개조한 병원의 병실에서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면회가 금지 되었다. 아버지도 하루에 딱 한번 방독면을 쓴 채로 방문을 했다. 면회를 마치고 병실을 나오자마자 온몸을 소독하는 통에 아버지의 피부에는 버짐이 자주 피었다. 그나마도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정부에서는 아예 모든 병실 면회 금지령을 내려버려 아무도 아픈 사람들을 보러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쓸쓸히 혼자 격리 되어 죽음을 기다렸다. 나에게는 돌아가시던 날 딱 한번.. 방문이 허락되었을 뿐이었다. 그 몹쓸 전염병은.. 인구의 절반을 잡아먹고 3년만에 사라졌다. 백신도 없었고 치료제를 만들지도 못했다. 의료 과학 기술이 꽤 발달했던 시기였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이 조작한 바이러스를 제어하지 못하고 어이없이 무너져버렸다.


E. 장면 전환


학회장 : 다음 이동때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 이동도 가능 하겠나?

남자 :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회장님. 수잔 폴캉을 기억하십니까? 

학회장 : 수잔? 중앙 데이터에 연결을 시도하던 그 수잔?

남자 : 네. 마지막으로 호르당 박사의 집을 방문하고 그 이후에 자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학회장 : 뭐라고? (생각을 하며) 그럼 어쩌면...

남자 : 우리쪽 사람들이 집을 확인해본 결과 샘플이 나왔답니다.. 혼자서 연구를 계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죄송합니다. 샘플이 누락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학회장 :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실험자 외에 움직이는 생명체가 잡히는 것이 있나?

남자 : 없습니다.

학회장 : 흠.. 그러면.. 어쩌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겠군.. 

남자 : 수잔도 이동을 했다고 보십니까? 

학회장 : 그렇다네. (혼잣말) 일부러 샘플을 반납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었지. 설마했었는데.. 그 연구원은 정말 집념이 남달라.. 샘플 하나 가지고 그 물질을 복구시키다니 말이야.. 

남자 : 그럼 이번에도 돌과 같은 매개체가 있을까요?

학회장 : 그 집에 분명히 단서가 있을거야. 내가 직접 가봐야겠네. (혼잣말) 시간을 이동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를..!! 


E. 장면 전환


E. 카페 소음


아드리앙 : 지금.. 그 말을 저보고 믿으란 말입니까?

수잔 : 그래서 제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잖아요. 

아드리앙 : 그러니까.. 내가 지금 생명 공학 연구소에 가서 실험 대상이 되겠다고 사인을 하면, 그들에 나에게 어떤 칩 같은 걸 넣는다는 말이죠? 그리고 그 칩을 달고 평생을 위치추적뿐만 아니라 신체 반응을 감시당하며 살아야 하는 거고.

수잔 : 그건.. 저의 추측이지만 아마.. 제 예상이 맞을거에요.

아드리앙 : 아니, 이 봐요. 대체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수잔 : 알아요. 이런식으로는 절대로 당신이 날 믿을 수 없다는 거.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요. 당신이 지금 생명 공학 연구소에 가면 크리스토프 호르당 박사와 피에르 비에르만을 만날거라는 거.

아드리앙 : 크리스토프 호르당 박사.. 피에르 비에르만.. 그, 그게 누군데요? 지, 진짜요?

수잔 : 그래요. 이게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증거에요. 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 하지만 명심해요. 그곳에 가더라도 절대로 실험 대상이 되겠다고 하면 안돼요. 그리고.. 그리고 피에르에게도 그걸 설득해야만 해요. 


E. 장면 전환


피에르 :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이야..

아드리앙 : 뭐가?

피에르 : 동굴 안쪽으로 이어져있는 길 모퉁이에 말이야.

아드리앙 : 길이래 봤자 막다른 길인걸..

피에르 : 그래 그 막다른 곳에.. 그 곳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있어. 

아드리앙 : 이상한 기운?

피에르 : 응. 처음엔 그냥 다른 곳보다 조금 더 건조하다고만 느껴졌거든? 그런데.. 자주 가니까 다른 곳 보다 더 따뜻하기도 해. 그리고 그 곳의 벽 너머에 뭔가.. 다른 곳이 있을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아드리앙 : 다른 곳 어디? 예를 들면 어디?

피에르 : 그건 몰라.. 하지만.. 뭔가 삑삑 거리는 기계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물 소리인가.. 아무튼 무언가 일정한 간격으로 같은 소리를 낸다는 건 확실해. 그게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아..

아드리앙 : 그 곳에.. 굴을 파 볼까?

피에르 : 나도 생각해 봤는데.. 우리는 도구도 없는데 어떻게?

아드리앙 : 우리의 손이 있잖아.

피에르 : 아드리앙.. (한숨) 그래. 어쨌든 여기 갇혀서 할 일도 없는데.. 한번 해보자.

아드리앙 :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피에르 : 그래. 가자, 따라와!


E. 장면 전환 


E. 기계가 삑삑 대는 소리


남자 : 뭔가 이상한데?

여자 : 뭐가 말이지?

남자 : 이 두 사람, 마치 자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자각한 것 같아.

여자 : 뭐라고? 그럴리가 없잖아! 어디.. (본인의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모니터를 보며) 흠.. 둘이 붙어서 지금 뭐하는거지?

남자 : 중앙 데이터와 맞닿은 벽쪽에서 뭔가를 하고 있어. 바이탈 상태를 보면 뭔가 운동을 할때처럼 온몸이 뜨겁고, 심장이 빨리 뛰고 있어. 

여자 : .. 설마 이 사람들... 너무 오래 굶어서.. 

남자 : 그, 그건 아닌 것 같군.. 호르몬 수치는 전혀 그런 반응과는 거리가 머니까.

여자 : (실망하는듯) 흠.. 그래? 그럼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남자 : 혹시.. 이곳과 자기들이 있는 곳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낸거라면? .. 상부에게 보고를 드려야 하나?

여자 : 일단 더 지켜보자. 지금 말씀 드린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며칠만 더 지켜보면 곧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와.

남자 : 흠..


E. 화면 전환


E. 학회장의 잠꼬대 하는 소리. 꿈자리가 사나운지 거칠고 안타까운 호흡


디디에 : (엉엉 운다) 엄마, 엄마를.. 한번만 엄마를 안아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의사 :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지켜보셔야 합니다. 두 분 다 진정해주세요..

아빠 : (울면서) 디디에, 안 된다... 엄마는.. 엄마는... 이미.. 죽었어..

디디에 : (소리친다) 상관없어요! ...아빠! 아빠... 엄마를... 왜 엄마를 이렇게 혼자 죽게 버려둬야하냐구요... 왜 우리는 이 감기를 치료하지 못하냐구요... 왜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나가냐구요!! 벌써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잖아요, 이 전염병때문에!! 우린 얼마나 더 이렇게 살아야 해요!!?




학회장 : (잠꼬대를 한다) 어,엄마.... 아빠.... 싫어... 싫어요... 아..아... 으아악!! (거친 호흡)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꿈이라는 것을 알아 차린다. 이내 숨을 천천히 고른다.)

학회장 내레이션 : 아.. 또 같은 꿈을 꾸었다.. 그 날 부터 지금까지.. 평생 이 꿈만 꾸는 것 같구나.. 이제 멀지 않았다. 수잔이 남긴 단서를 찾아서 시간을 여행할 수만 있게 된다면.. 나는 생화학 실험이 행해진 곳으로 찾아가 그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 막아서 그런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거야. 지금은 그 과정에 있는 거야.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은 몇 되지 않잖아? 그때의 희생자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지.. 괜찮아.. 그들의 죽음은 더 많은 생명을 구할거고.. 나의 어머니도.. 더 오래 살 수 있어.. 분명... 그럴 수 있어.. 그렇게 혼자 외롭게 죽게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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