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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Nov 24. 2022

따듯한 가을이라 고마워요

오늘 붕어빵 먹을 거야

가을에 하는 이별은 힘들다.

사실 어느 계절이든 이별은 다 힘들겠지만.

유독 우리에게 가을, 겨울의 추억이 많아서일까.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붕어빵 포장마차를 볼 때마다

해마다 첫 붕어빵은 같이 먹어야 한다고 약속했던 우리가 떠오른다.


재작년인가,

내가 못 참고 먼저 붕어빵을 사 먹은 적이 있는데

 

 "붕어빵을 먹었다고? 이 배신자!"

 라며 한 겨울 내내 얼마나 삐졌었는지.

그의 토라진 목소리가 기억이 나서 아직도 올해는 붕어빵을 사 먹지 못했다.


손발이 얼음장 같은 나를 위해 뜨끈뜨끈한 자기 손을 내어주던 그 사람.

영화를 볼 때면 자기 양말을 벗어 신겨주고 차디찬 내 발을 손으로 녹여줬었다.


다행히도 이번 가을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다.

혼자 춥고 싶지 않아서 원래 쓰지도 않는 장판도 빌려오고 월동 준비를 단단히 마쳤는데

11월 말이 되도록 따뜻한 가을이라 살만하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온도 때문일까,

벌써 목련이 봄인 줄 알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려는 사진을 봤다.


안돼...! 기다려.

지금 꽃을 피웠다간 금세 추워진 겨울바람에 놀랄 텐데.

봄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올봄에 찍은 목련. 내년 봄에도 예쁘게 부탁해


당장이라도 며칠 후면 겨울은 오겠지만.

내 세상에서 사라진 너 때문에 아주 추운 겨울이 되겠지만


첫눈이 오는 날,

크리스마스이브,

올해의 마지막 날,

그리고 새해.


많은 날들이 그를 떠올리게 하겠지만 추울 땐 덜덜 떨고 참아낼 거다.


겨울 다음은 봄이 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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