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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힘을 자각하라!

다큐 Tony Robbins - I Am Not Your Guru를 보며

by 한지유


주말 간 라이프 코치 Tony Robbins 다큐멘터리를 봤다.


몇 주 전 코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다큐멘터리를 추천해 주셨는데, 보고 나니 왜 나에게 추천해 주셨는지도 이해됐고 코칭의 힘, 나의 존재와 나의 힘에 대해 다시금 자각하게 됐다.


토니 로빈스는 ‘Date With Destiny’ 라는 대규모 실시간 세미나를 운영하는데, 몇천 명이 일주일간 머물며 자신의 고통, 트라우마, 한계를 직면하고 자기 다운 삶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다큐는 2014년에 진행된 세미나의 처음부터 시작까지 백스테이지와 스테이지 위에서의 토니로빈스의 모습을 담는다.



다큐는 이런 장면으로 시작한다.

“왜 자살 충동을 느꼈죠?”




이 세미나에는 자신의 삶을 바꿔내고 싶은 2,000명이 모여있었고, 그중에는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사람, 뭔가 막혀있는 사람,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토니 로빈스는 6일간 스피치를 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즉흥 코칭을 진행한다. 코칭을 받는 사람은 받는 동안, 당황하기도, 울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결국 받기 전과 굉장히 다른 나로 변화하고 새롭게 태어난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두 시간 내내 자주 울고 웃었다. 대규모 세미나다 보니 관중이 집중하게 만들려고 ‘동의하면 Aye라고 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나도 ‘Aye!’하고 외칠 정도였으니까 ㅎㅎ


토니 로빈스는 이 세미나를 1988년부터 지금까지 약 37년째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지금까지 코칭은 1:1로 가장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대형 규모로도 밀도 있는 경험과 깨달음이 가능하다니 놀라웠다.


‘어떻게 저 포인트에서 저런 질문을 했을까? 표정과 감정에서 무엇을 읽은 걸까?’,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사람과 저런 역동을 만들어낼까?’ 놀라운 부분이 많았지만 나는 오늘 고통과 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고통이 우리를 형성한다.


다큐멘터리와 세미나에서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인생에서 없었으면 좋을 그럴만한 크기의 고통.


토니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런 고통이 우릴 이렇게 만든 거라고. 시련은 우릴 발전시킨다고.

그리고 고통을 만든 원인과 사람에 대해 비난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효과적으로 비난하라고 했다. 그 고통이 나에게 준 거지 같고 싫은 것을 비난하려면 동등하게 그 고통이 반대로 나에게 준 강점과 좋은 것 또한 말해야 한다고.




이렇게 멋진 라이프 코치가 되어 수만 명의 삶을 바꾸는 토니 로빈스는 아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여러 번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토니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약물 중독으로 심지어 아들인 토니에게 비눗물을 강제로 먹게 한 적도 있다고 했다. 토니는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전 심리학자가 돼야만 했다. “만약 엄마가 내가 원했던 모습의 엄마였다면, 지금의 내가 절대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강인함, 심리적 근력, 공감하는 힘은 어머니 덕분에 길렀다고 말한다.


그리고 토니 로빈스는 말한다. 자신은 그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자신은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도와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내 어린 시절에도 내가 불가항력적으로 마주해야만 했던 고통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고, 누군가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이제 와서 돌아보건대 그 고통과 그 경험, 그 시간은 나를 이렇게 형성하고 성장시켰다. 유전자 조합, 부모님, 자라온 환경, 교육 수준 등도 있겠지만 내가 인생에서 겪어야 했던 그 고통이 나를 형성하는데 꽤나 큰 축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유독 내가 가진 지나친 강박과 상처 또한 거기서 비롯됐음을 인정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고 싶었다. 강하고 힘이 세고 키가 큰, 물리적으로도 강하고, 경제적인 능력을 갖춘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런 내 욕구는 나의 추진력, 독립성,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해내는 의지를 만들어 냈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전학을 참 자주 다녀야 했다. 다닌 초등학교만 5개 정도인데, 조금 친해질 만하면 전학을 갔다. 아마 그 덕분인지 나는 처음 보는 누구랑도 대화를 잘하고, 편견과 가치판단 없이 마음을 열고 사람을 받아들인다.

친척, 선생님이고 할 것 없이 어른들은 똑 부러진 아이였던 나를 참 예뻐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어떤 행동이 어른들이 좋아하는 행동인지도 참 잘 알았던 것 같다. 할 일을 잘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말을 잘하고, 나보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하는 것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살피고 사랑을 주고, 알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차마 아직 여기에 자세히 다 담아낼 순 없지만, 불가항력적으로 마주해야 했던 정말 피하고 싶던 고통이 함께했다. 그리고 그 고통은 나를 형성했다. 아마 고통이 덜한 조금 더 온화한 환경 속에, 좀 더 이상적인 유년시절을 보냈다면 조금 더 행복했을 순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그런 고통이 있다는 걸 안다. 누군가는 누가 들어도 패닉이 올만큼의 커다란 고통을 가졌을 수 있고,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고통일 수도 있으나, 그 사람한테 만큼은 그게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고통이니까, 사실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고통인 거다.


인생에서 충격을 줄만큼의 고통은 우리의 뇌에 새겨지고 우리를 바꾼다. 우리를 형성한다. 충분히 우리를 발전시키는 재료로 쓰인다.








자신의 힘을 자각하라, 당신의 힘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큐를 보며 또 하나 배운 건 ‘자신의 힘을 자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이다.

토니 로빈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 힘은 배려심이고 사랑이에요. 순수한 의지만 있으면 계속할 수 있어요. 순수한 의지는 제 인생의 전부예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듯, 삶의 목표 또한 다르다. 삶의 목표가 없을 수도 있다. 괜찮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자각하는 것은 너무 중요한 것 같다.


2025년 11월 18일 한 달 전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러닝을 시작했다. 나는 오래 걷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종아리에 부하가 가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배드민턴, 수영은 해도 러닝과 등산은 싫다며 매번 피해오던 나였다. 그러다가 근처 사는 친구의 권유로 내가 얼마만큼 뛸 수 있는지 궁금해서 일반 운동화를 신고 뛰어봤다. 혼자서 6KM를 뛰었다. 며칠 뒤에는 10KM를 뛰어봤다. 6분대의 페이스로 10KM를 완주했다. 평소 러닝을 하던 팀원이 이 정도면 정말 잘 뛰는 거라면서 '지유님은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함)’이라며 내년에 하프마라톤에 나가보라고 했다.


러닝을 처음 해서 전혀 감이 없던 나는 정말 내가 인자강인가? 러닝을 잘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프마라톤을 신청해도 될지 궁금해서 생각이 많던 어느 날 하프마라톤 거리를 뛰어보기로 했다. 인생 여섯 번째 러닝, 혼자서 21KM를 6분 4초 페이스로 뛰었다. 나는 여전히 이게 잘한 건지 대단한 건지 알지 못했지만, 팀원이 평소에 연습도 안 하고, 물도 음식도 없이 아프지 않고 이 정도를 뛰는 건 그냥 주어진 신체적 능력, 재능이라고 했다.


30년 만에 내 신체적 능력을 깨달은 거다. 나는 잘 뛸 수 있는 몸을 갖고 태어났다. 알았다면 진작 했을 텐데.



갑자기 러닝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러니까 우리가 각자 자신이 가진 힘과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니 로빈스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수업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서 “나는 누구도 준비 없이 이렇게 진심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말할 수 있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며 책을 선물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스피치 대회에 나가보라고 응원했다. 그 이후로 토니 로빈스는 모든 스피치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몰랐던 숨겨진 러닝 실력, 토니 로빈스의 즉흥 스피치 능력처럼 이렇게 누군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도와줄 수 있지만 사실 나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잠재력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 없이 끌리는 것, 자꾸 시간과 돈을 쓰게 되는 것, 엄청난 노력 없이 남들보다 조금은 잘했던 무언가. 그게 바로 자신의 힘이자 능력이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하는데 진심이다. 누군가의 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응원하는데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안다. 부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의 목적을 깨닫고 하루라도 더 많이 충만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아마 내가 인생을 걸고 무언가를 한다면 이 쪽 길임을 확신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무언가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당신의 힘은 무엇인가?

내게 주어진 이 능력,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두 가지 질문을 나와 세상에 던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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