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과 태도

Goodbye my 20’s, 결국 하는 사람

20대 10년 리캡

by 한지유


내 아이폰 메모장에는 이미 5000개가 넘는 메모가 쌓여있다. 그간의 쌓인 메모와 불완전한 나의 기억을 훑으며 건져낸 나의 10년 리캡.


내 10년의 공통점은 넓고 얕은 탐색 속에서 내 마음이 향하는 나의 길을 찾고 그 길을 다시금 깊고 좁게 파는 일의 연속이었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커뮤니티에 제일 못하는 사람으로 들어가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나오기 위해 애쓴 시간들의 반복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을 한 문장으로 남기면 ‘결국 하는 사람’이다. 아둥바둥이든 즐겁게든 마음이 와닿으면 결국엔 해내는, 내가 바라본 나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



2015: 나는 왜 살까?
2016: 새로운 환경과 사람, 그 속의 진짜 나
2017: 할 수 있다
2018: 이젠 한 우물 깊게 팔 때
2019: 제일 못 하는 사람 말고 잘하는 사람
2020: 수도선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2021: 허슬과 J커브
2022: 번아웃에서 다시금 기회 찾기
2023: 배움은 훔쳐먹는 것이다
2024: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2025: 카르페디엠, 현존. 지금, 여기




2015: 나는 왜 살까?

신소재공학과 입학, 취준 하라는 대학과 공대 수업이 정말 적성에 안 맞았음. 자퇴할까 하다가 경영, 마케팅, 철학, 디자인 등 온갖 전공과 교양 수업을 들음. 대안학교인 열정대학을 다니며 맥주, 정치, 장사,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탐색함. 커피, 사진, 기타도 배웠음

‘나는 왜 살까? 무엇을 위해 살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 대학생 때 해야 하는 일은 경험의 스펙트럼을 늘리고 관심이 생기면 깊게 들어가 보는 탐험의 시기라고 생각했음.

이때 나는 언제나 겉바속촉이었고 외유내강이 되길 꿈꿨음.



2016: 새로운 환경과 사람, 그 속의 진짜 나

바로 휴학 때림, 3개월간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하고 여권도 캐리어도 털려봄. 혼자 하는 여행에서 처음으로 의무가 아닌 자유함, 그리고 온전한 자아의 감각을 느낌. 스스로의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됨.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의 세계관이 넓어짐을 느낌. 여행 중에 처음으로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을 알게 됨.

한국에 돌아와서 언니오빠들과 버킷북 크라우드 펀딩을 했음. ‘당신의 꿈을 담고, 그 꿈을 닮아가길 바라며’라는 슬로건으로 버킷리스트를 적는 다이어리었음. 처음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판다는 재미와 보람을 느낌.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다짐함.

사람을 볼 때 겉모습이 아닌 매력과 장점을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눈을 갖길 바람. 언제나 지혜를 갖기를 갈망했고 ‘그럴 수 있지’라는 삶의 태도 하나를 배움.



2017: 할 수 있다

내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화, 디자인 능력을 갖고 싶다고 생각함. 그래서 글, 사진, 영상, 디자인 중에 고민하다가 산업디자인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함.

미대 입시도 안 한 나는 수업에서 제일 못하는 학생이었기에 어떻게든 따라잡으려고 매일 강남으로 스케치, 라이노, 캐드 학원 다님. 처음으로 아무리 열심히 해도 C가 나와서 울고 좌절도 해봄. 이때 처음으로 ‘뒷심, 끝까지 하는 법’을 배웠음.

열심히 나의 시간과 애정을 투자했던 버킷북 프로젝트를 중단하며 처음으로 팀이 해체되는 경험을 함.

엄마랑 첫 해외여행을 했는데, 소녀 같던 엄마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음.



2018: 이젠 한 우물 깊게 팔 때

이제 내가 정한 디자인이라는 길에서 성장하고 싶었고 디자인에 정말 몰입한 한 해. 당시의 나는 강점 분석에서 ‘최상화와 집중’ 테마를 갖고 있었음.

이때 처음으로 UX라는 분야를 알게 됐고 책과 논문을 정말 많이 봤음. 학교가 답답해서 다른 대학교에 혼자 가서 학점 교류와 산업 디자인 학회에 들어감. 디자인 외주도함. 돈 받고 하니까 책도 포스터도 정말 열심히 만든 듯.

‘당신의 삶의 묻다’라는 모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책을 만듦.

거짓된 꾸밈 ‘척’이 없게 살기를 바람.



2019: 제일 못 하는 사람 말고 잘하는 사람

제일 잘한다고 하는 삼성디자인 멤버십에 어찌어찌 들어감, 진짜 턱걸이로 들어간 듯. 그때 주변 사람들 환경의 영향으로 다시 한번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 짐. 이때의 동기는 못하기 싫은 = 잘하고 싶은 경쟁적인 마음이었음. 쓸모없는 것을 만들지 말자라는 디자인 철학도 생김.

이 시기에 멋진 친구들을 아주 많이 만났고 아직도 인생 친구임, 이게 네트워킹의 힘이라고 생각함.

졸업 작품으로 할머니의 음식을 영상으로 남김. 리틀 포레스트 같은 감성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지유식당이 버킷리스트였음.

글을 쓰고 싶었는데 브런치 작가 지원했다가 떨어짐. 블로그에 글을 씀.

처음으로 서핑을 했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커피에 눈뜸.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를 삶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기를 애씀.



2020: 수도선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힘들게 들어간 삼성디자인 멤버십을 다시 나옴. 대신 멤버십 디자인 선배였던 대표님의 회사에 디자인 인턴으로 들어감. 이때도 나의 컴포트 존을 뛰어넘는 뭔가 인생에서 꽤 큰 결정이었던 느낌인데 대기업은 나랑 안 맞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음. 대표님께 디자인 기본기를 많이 배우고 이때 데이터 분석, 코딩도 혼자 좀 배움.

사실 인턴할 때부터 해외인턴을 하고 싶어 했고 퇴사 후 여름 한 달 면접보고 다시 미국 회사 인턴으로 들어감. CEO한테 꼭 들어가고 싶다고 메일 보내서 입사함. 사실 미국에 직접 가고 싶었는데 코비드가 시작됐고 내 모든 인턴 기회가 닫혔었음, 나는 원격으로 일을 시작함.

원격으로 근무하며 자기 관리를 다시 배움. 아침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누가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매니징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었음.

갓 완공한 청년 행복주택에서 살면서 첫 인테리어도 하고 요리도 많이 했음.

자존감, 회복 탄력성,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데 관심이 많았음.



2021: 허슬과 J커브

미국 스타트업 하이퍼쿼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됨, 주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였지만 내가 첫 디자이너였고, 항상 C-level과 일했기 때문에 정말 많이 배웠음. 스타트업이란 뭔지, 좋은 매니저란 어떤 것인지를 배웠음.

시차 16시간, 원격으로 일하는 게 나랑 너무 안 맞아서 미국 비자도 진행해 봤지만 잘 안 됐음, CEO랑 1:1할 때 냅다 움. 그래서 팀원들 만나러 보스턴 리트릿을 했고 보스턴-뉴욕-동부를 3개월간 여행함.

영어도 디자인도 몰라서 정말 매일매일이 공부고 성장이었음. 인생 첫 PT도 받고 해커톤도 했음.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강했던 시기.

묵묵히 할 일을 하는 것, 겸손, 그리고 메타인지에 관심이 많았음. 성장이 아닌 무용함의 매력도 알게 됐고, 인생은 트레이드 오프라는 것을 배움.

서핑 보드와 슈트로 살 정도로 서핑도 꽤 많이 함. 물건이 아닌 건강, 자기 계발, 더 넓은 경험을 위해 돈을 쓰는데 집중함.



2022: 번아웃에서 다시금 기회 찾기

여행하고 돌아와서 1년간 원격으로 다시 열심히 일함. 일하면서 처음으로 돈 받고 기고도 하고, 외주도 하고, 유튜브도 했었음. 프로덕트 스터디, 영어 스터디도 꾸준히 했음.

본가 제주도로 가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도 함.

사실 여전히 언어 소통 스트레스는 컸고, 여전히 사람 좋아 인간인 나는 매일 혼자 일하는 원격 근무 환경이 잘 맞지 않았고 너무 쉬지 않고 무리해서 처음으로 번아웃을 겪음. 무능함, 회의감, 무기력, 나를 잃을 것 같은 느낌에 엄청 노력하고 환경을 바꾸기 위해 다른 집에서도 살아보고 운동을 열심히 함, 마지막으로 출퇴근하는 회사로 이직을 결심.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받은 도움이 힘이 됐음. 그럼에도 회사에서 ‘How to work’에 대해 제대로 배웠음.

인격적 성숙을 하기 위해 애썼고, 심리학에 대해 얕게지만 공부했음. 몰입하면 좁아지는 시야를 넓히고 유연한 태도를 갖고 싶었음.



2023: 배움은 훔쳐먹는 것이다

대학생 때부터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토스로 이직함. 토스에 와보니 이전 20명짜리 스타트업과 문화가 비슷하면서 독특했음, 그리고 생각보다 따뜻했음. 배움은 훔쳐먹는 것이다라는 김태리 배우의 말처럼 실시간으로 쌓이는 레슨런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음.

입사할 때부터 창업과 리더를 하고 싶다고 말했음. 디자이너였지만 리더십, 매니징에 대해서 틈틈이 공부함. 팀과 팀원을 사랑하고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성숙하진 못해서 감정에 비해 팀플레이를 잘 못했던 것 같음.

코칭이라는 분야를 알게 돼 그 길로 월급보다 비싼 수업을 등록하고 배우기 시작함. 남을 도우려고 시작한 코칭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나를 돕게 됨. 나의 내면과 깊게 만났고, 좋은 어른과 코치분들을 얻었음.

또 진성리더십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진정성과 자기 긍휼에 대해 배움. 힘들거나 지혜가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는 멋진 어른들을 얻었고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것의 힘을 알게 됨.

번아웃 예방의 중요성을 배웠기에 온전히 쉴 수 있는 취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재즈에 빠지게 됨.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씀.

개인적으로는 돈을 열심히 모았고, 사랑의 정의를 다시 하게 되기도 함.



2024: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1년간 코칭에 몰입하며 돈 받고 코칭도함, 그리고 가을 코칭 자격증을 취득했음. 디자인보다 더 짜릿한 무언가를 찾았다는 생각에 기뻤음.

나는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걸까 PM이 하고 싶은 걸까 100번 고민함. 이때 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지 코치가 되고 싶은지도 고민을 많이 했음. 좋은 리더들 곁에서 리더와 PM이 하는 일을 배우고 공부함.

이후 흥미로운 제안으로 HR 분야로 이동함.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함. 제주도에서 수영하다가 이안류에 휩쓸려 죽을뻔하기도 하고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하기도 했음. 죽음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정말 많이 고민하고 글로씀. ‘인류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남기고 싶다는 사명을 씀.

요가와 배드민턴, 도예를 시작함. 수영도 배우기 시작함. 제주에서 자연,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음. 특히 엄마의 퇴직 후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게 기억에 남음. 평소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재즈, 공연을 즐기며 나만의 힐링레시피를 하나 둘 늘려감.

매달 말 자산을 점검하고 빡세게 지출을 관리하며, 처음으로 순자산 1.5억을 달성했고 하반기에는 부동산에 대해 돈 주고 강의 들으며 준비함.

결정적 순간의 대화라는 인생 책을 만났고, 겉과 속의 일치, 파레시아, 지행합일에 관심이 많았음.



2025: 카르페디엠, 현존. 지금, 여기

리더 하고 싶다고 몇 년 노래 부른 탓인지 새로운 팀을 덜컥 맡게 됨. 처음에는 잘 몰라서 떨렸고 두려웠음, 오히려 무기력하기도 했었음. 시간이 지나 점차 익숙해지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정말 많이 공부하고 훈련함. 팀원들의 도움으로 리더로서 성장하고 자신감을 갖게 됨. 나의 강점과 약점을 더욱 뼈저리게 알게 됨.

몇 년간 돈 모으고 공부하고 임장하며 꿈꾸던 집을 샀고 5월에 이사를 함. 한강과 올림픽 공원으로 산책 갈 수 있는 집. 온전히 혼자서 노력해서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되게 뿌듯하고 꽤나 큰 안정감을 느낌. 집들이를 하며 요리도 참 많이 했음.

AI 공부를 정말 많이 했고 바이브코딩, 크리에이티브 코딩의 재미를 알게 됨. 혼자서 기존에 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재미는 짜릿함. AI 만큼 ‘나’에 대한 탐색도 많이 함.

배드민턴 동호회에 등록했고, 추석 이후로 스쿠버다이빙, 러닝, 보컬레슨을 시작함. 취미 따위 하나 없이 매일 일-공부만 하던 인간에서 취미 부자 인간이 되어버림. 몰입과 치유가 된다는 공통점.

꼭 일을 잘하려면 성공하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움. 일이든 취미든 조금 힘들지라도 즐거우면 장땡.







이렇게 돌아본 나의 이십 대, 앞으로의 삼십 대 10년은 어떤 삶이 펼쳐질까, 어떤 삶을 만들어갈까 설렌다. 20대와는 또 차원이 다른 인생의 변화들을 마주하겠지.

Adios my 20's, and welcome my 3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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