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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Jul 30. 2023

인스타그램을 줄이고 행복에 가까워졌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줄이면 생겨나는 효과

모바일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지운 지 벌써 8주가 지났다.

8주 동안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은 늘었고 조금 더 행복해졌다.




어느 날,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켜는 나를 발견하다.


사실 나는 8주 전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 헤비유저였다. 게시물과 스토리를 자주 올리기도 하고 자주 봤다. 하지만 그 사실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뭔가 모르게 인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올리고 나면 자꾸만 누군가의 리액션(좋아요, DM)이 궁금해진다거나, 또는 우연히 릴스를 보기 시작했다가 한 시간이 훌쩍 흘러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앱을 홈 화면에 등록하지 않고 모든 앱의 알림을 꺼뒀는데도 불구하고, 스와이프를 해가면서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켜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쯤 ‘세컨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하나 발견했다.

“정보가 소비하는 것은 명백하다. 정보는 그 정보를 받는 사람의 관심을 소비한다.”


이 글귀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


얻는 것: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의 소식, 새로운 장소와 전시 정보, 영감, 사람들에게 정보 공유

잃는 것: 내 관심, 시간, 에너지, 집중력


생각해 보니 얻는 것도 있었지만 잃는 것도 많았다. 지금까지는 운영 중인 ‘SDA’ 커뮤니티 계정이 있기도 하고, 또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얻는 영감과 좋은 자료를 도 꽤 많기 때문에 지우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해 왔지만, 계속해서 나의 관심, 시간, 에너지, 집중력을 잃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에 익숙해져서 1배속의 긴 영상을 보는 게 너무 지루하고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현대인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 다른 앱들과 달리 ‘인스타그램을 해야겠다’라는 의도를 가지고 앱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의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모습이 싫었고 고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번 앱을 지워보기로 했다. 꼭 필요하면 특정 시간에 아이패드를 통해서만 하기로 결심했다.




절제를 훈련하는 기회로 삼아보자


계정 자체를 지우지 않은 이유는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절제를 배우고 통제감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 스스로 핸드폰을 없앤 적이 있다. 중학생 때까지 아이폰을 실컷 쓰다가, 스스로 모바일 사용량이나 여러 소셜 앱 통제가 조금 어려워진다고 느끼자 공부에만 집중하자며 핸드폰을 정지하고 엄마에게 건넸다. 고등학생 3년 내내 핸드폰 없이 사는 게 굉장히 불편했고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아예 없애버렸기에 아쉽게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하는 것을’를 배우진 못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우는 게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절제과 통제를 배워보기로 했다. 또 모든 SNS가 그렇듯이 역기능만큼이나 순기능도 많아 잘만 활용하면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내가 가진 것을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앱을 지우다.

앱을 지울 때 ‘절대 다시 깔면 안 돼!’ 이런 결심을 하고 지운건 아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웠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왠지 모를 홀가분함도 느껴졌다.


모바일에서 앱을 지운 지 일주일 정도 지나 운영하는 커뮤니티 계정에 글을 업로드하기 위해 아이패드에 앱을 깔고 인스타그램에 로그인했다. “절대 하면 안 돼!” 이런 강요가 아니라 필요할 때 할 수 있어 더 부담이 작기도 했다.


이때부터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시기, 기기, 의도를 분명히 한 채로 사용하는 훈련을 했다.

언제: 퇴근 후 집에 와서 또는 주말 쉬는 시간에
기기: 아이패드를 통해
의도:  ‘공유할 자료가 있거나’, ‘친구의 소식이 궁금하거나’, ‘내 추억을 기록하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을 줄였더니 생겨난 효과


1주가 지나자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의도치 않은 랜덤 한 알림으로 내 집중력을 잃는 일이 사라졌다.
2~3주가 지나자 당장 올리거나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이 굉장히 줄었다.
4~5주 정도가 지나자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줄고, 무언가를 게시해도 게시물에 대한 ‘리액션’에 대한 궁금증이나 집착이 줄었다.
7~8주 정도가 지나자 인스타그램 자체에 접속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엄청나게 줄었다.


아이패드 인스타그램 이용시간 캡쳐화면
아이패드 인스타그램 이용시간 캡쳐화면


내가 이렇게 절제를 잘했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절제가 잘 됐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참는 게 아니라, ‘나의 시간과 집중력이 SNS를 하는 행동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 시간과 집중력을 아껴 내가 더 좋아하는 일, 하고 나면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는데 쓰겠다’라는 태도로 임해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안 하면서 아낀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사색을 하며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연결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친구들을 만날 때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은 우리 잘못이 아니다


8주간 이러한 노력과 절제 덕분에 조금씩 집중력을 지키고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가고 있지만, 이렇게 바뀌기까지 이미 수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속상해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뇌와 호르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랜덤 한 보상’에 강력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휴대폰의 알림, DM, 인스타그램 스토리 업데이트는 모두 뇌에 미니 보상으로 작용해,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리고 이 행동이 강화될수록 결국엔 우리 뇌의 인지 경로를 바꾸게 된다. 추상적인 개념적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바꾼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SNS 앱 사용자들의 사용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뇌의 인지적 작용을 거슬러 스스로 통제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서비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부분에 불편한 마음과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련 자료: What Happens To Your Brain When You Mindlessly Scroll?)




마치며,

8주간 인스타그램 절제 훈련을 하면서 즉각적인 변화와 행복감을 느끼게 됐다.

혹시 나와 같이 SNS를 무의식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해서 뭔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앱을 지우거나 사용량을 조절하는 노력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첫 시작은 자각을 하는 것이니 본인의 SNS 사용량이나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쯤 떠올려보시길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인스타그램뿐만 아니라 모바일 자체의 환경을 어떻게 세팅해야 모바일이 우리의 관심을 뺏어가는 못된 존재가 아니라 ‘우리를 도와주는 똑똑한 디바이스로 활용할 수 있을지’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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