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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Jan 03. 2023

몽실몽실한 해질녘과 차가운 공기,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강화도에서 본 몽실몽실한 해질녘의 구름과 노을, 그리고 차가운 공기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만 몸을 녹이다가,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나를 덮치지만, 근데 또 오랜만에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 꽤나 짜릿하다. 내가 머무는 곳이 곧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내 존재를 확실하게 알려주고자 나에게 더 매서운 칼바람을 선사한다.

근데 또 그게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아서, 멍하니 넋을 놓는다.


 내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도 크고, 인정받지 못할때 그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은 견디기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겨낼 수 있을까. 근데 이제는 별로 이기고 싶지가 않아.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거지. 왜냐면, 그러기 싫거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거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했지만, 갈수록 더 하기 싫어진다. 아득바득 어떻게든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살아가는건 내 인생이 아닌거 같거든. 살아있다는 느낌이 없다는 말이야. 힘들고 힘들 수록 강해진다는게 뭔지 모르겠어. 지난 날을 생각하면 나는 오기로 버티기만 했던거 같아. 근데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니지.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고, 어차피 지금이란 환상도 저 먼날이 될 지 모르지만, 그래도 싫거든. 힘들거든.


 근데 또 나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해. 왜냐하면 생각이 너무도 많거든. 과거 데이터로 이걸 끊어내야 하는걸 알지만, 용기를 내기가 쉽지가 않거든. 그게 내 맘데로 되지도 않아. 버퍼링에 걸린 느낌이랄까. 근데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진 말자. 그래도 살아가는거지. 이 순간이 지나도 살아가는 거지. 언젠가는 버퍼링 없이 쉽게 끊어낼 날도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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