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해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목표를 이뤄야 한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들는 말이다.
모든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리 명상으로 마음을 다 잡아 보려고 해도, 어느샌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생각들. ‘왜 인간은 생각이 이리도 많을까?’ 를 고민하던 찰나에 내 경험들이 답을 말해주었다.
나는 사회가 바라는 모습이 되려 아둥바둥거렸다. 내가 쫒고자 하는 목표는 아쉽게도 내가 진정으로 되고자하는 모습이 아닌, 사회가, 가족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이었다. 남이 가진 재능을 탐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었으니 나는 당연히 잘 될 수 없었다. 아니, 행복 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나의 지침서가 되는게 아니라, 자기개발 서적을 나의 지침서로 삼았다. 내 삶의 주인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왜냐하면 자신이 없었으니깐. 왜냐하면 성공하고 싶었으니깐. 왜냐하면 인정 받고싶었으니깐.
내가 제일 잘하는 재능을 책은 알려줄 수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를 유튜브가 알려줄 수 없다. 물론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책도 SNS도, 영상매체도 경험의 하나이기 때문에 단서를 찾을 수야 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건 오직 직접 경험해봐야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가 따르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도전하기 주저하게 된다. 우리의 몸은 두려움에 굉장히 민감하다. 실패했을 때 받을 사람들의 눈초리와 수치스러움까지 감당하기에도 여전히 두렵다.
순수하게 빛나던 어린 루루의 마음은 먼지로 덮혀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먼지로 덮여졌다고 그 안에 있는 본질이 사라지지 않는다. 두껍게 쌓인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기만 한다면 다시 빛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린 루루는 지구라는 곳에 태어났고 적응해야 했기에, 생존해야 했기에,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했기에, 인정받고 싶기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색을 감춰야만 했다. 그런 루루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고, 이제는 나에게 맡기면 된다고. 널 다시 빛나게 해주고 싶다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이렇게야 만난게 어디냐고. 이제부터 함께 해주겠다고.
순수하게 빛나는 마음이란 어쩌면 아주 단순할지도 모른다. 어떤 명사와 형용사를 걸치지 않은 그저 ‘마음’ 그대로이다.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추악하거나 세련되지도 않은, 게으르거나 부지런 하지도 않은, 멍청하거나 똑똑하지도 않은, 더럽거나 깨끗하지도 않은, 혹은 그 모든 것인, 그저 ‘마음’ 그대로이다.
나는 나에게 붙은 형용사를 탈피하고자 한다. 엄마의 루루, 친구들의 루루, 동료들의 루루. 하지만 적어도 내 안에서는 ‘나’로 살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이 보는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의 루루를 보고 싶다.
나의 탈피는 세계일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새로운 시각이라함은 편견을 버리는 일이다. 한국인 습성으로 똘똘 뭉친 뇌를 가지고 다른 나라에 가보니 그곳에서는 180도 다른 관념을 추구하고 있었다. 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맞다고 믿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내가 맞다고 믿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틀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맞기도 틀리기도 하며, 맞지 않기도 틀리지 않기도 하다. '그것'은 그저 '그것'으로만 존재한다.
그전까지는 ‘A는 A다.’라는 명제로 살아왔다. A를 B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멍청하고 무식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어떤 인생에서는 A가 될 수도, B가 될 수도, C가 될 수도, Z가 될 수도 있다는걸 경험하고 나서는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인생에서는 그 사람이 믿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아직 헤쳐나가야 할 큰 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유일하게 버티게 해주는건 내 안에 순수함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아줄을 겨우 잡았다. 얼마 안가 줄을 놓쳤지만, 처음이 어렵지 갈수록 익숙해진다. 이제는 다시 떨어지더라도 이전보다 능숙하게 동아줄을 잡아 낼 것이다. 뛰어서 잡기도 해보고, 도구를 이용해 끌어내려보고, 어쩔 때는 계단을 밟아 올라가 잡기도 한다. 나만의 스킬이 하나씩 늘어간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방법도 하나씩 터득해 간다.
지금 내 인생에서 힘들고 슬픈 일이 다가오면, 빛을 가려버린 그 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캐내면서 맑은 내면을 찾기위해 노력 중이다. 나를 믿는다. 잘 해내리라고. 혹여나 해내지 못하더라도 정말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 수식어가 붙여지지 않은 '나' 를 향해 계속해서 달려갈 것이다. 순수한 나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먼지를 닦아낼 것이다. 꼭 어떤 모습이 되고자 하지 않고, 그저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