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이럴 줄은 몰랐다.

실은, 내 이럴 줄 알았다.

by Carpe diem

내 차가 세신을 마치면 24시간 내에 비가 오는 머피의 법칙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순간, 필요 이상으로 빈번하게 적중하는 나의 촉까지 더해 묘한 쾌감마저 일었다. 연일 가문 날씨에 한 주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일말의 의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일곱 개의 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날이 당분간 지속될 모양이다.


이쯤 되면 궁금증과 호기심의 기로에 서기 마련이다. 이런데도 머피의 법칙은 유효할까. 반복되는 우연이 필연으로 점철되면서 ‘법칙’이라는 단어까지 수여받았으니 여지없이 들어맞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몹쓸 호기심은 당연한 듯 세차장 행으로 이어지고 말끔해진 차를 정갈하게 세워둔 채 묘한 기대감을 표하고 귀가한다.


다음 날 아침 기가 막히게도, 어설픈 비가 다녀간 흔적이 역력하다. 육안으론 보이지 않던 미세먼지까지 덤으로 안긴 간밤의 비로 일기예보 속 해 뒤에 수줍은 구름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6월의 초입, 방심하는 사이 모기가 집으로 침입했나 보다. 거울에 붙은 모기 한 마리가 제법 통통한 걸 보니 이미 대차게 물린 게 분명하다. 약이 오른다. 어울리지 않게 빈혈 환자라 헌혈 한 번 못해 본 내 입장에선 소중한 피를 약탈당했으니 가만 둘 수 없다. 뭐든 손에 잡히는 걸로 정확하고 빠르게 내리쳐야 한다.


적중! 수직 강스파이크를 정통으로 맞은 모기의 버둥거림 주변으로 붉은 피가 선명한 걸 보니 제대로 빨대를 꽂았구나 싶다. 섬멸을 확인한 후에야 유난히 간지러운 무릎 근처로 손이 간다. 벌겋게 오른 물린 자국이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더울 거란 올여름에 대한 각오는 이미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6월의 모기로 예고 없이 여름을 맞을 줄이야. ‘이럴 줄은 몰랐다’는 말로 한정 짓긴 지나치게 생경한 밤이었다.

감이 좋은 하루하루가 기분 좋게 머물다 저물기를 반복한다. 엄마에게 혼날 거란 촉만 정확히 일치하던 어린 날의 나와는 엄연히 다르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별다른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으니 더 바랄 게 없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소모전이란 단어 말고는 설명이 불가한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 날이 있다. ‘갑자기 제동이 불가한 상황에 놓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 다시 오면 어쩌나’를 시작으로, 꼬리가 긴 걱정과 잡념으로 이어진 후 ‘오지도 않은 상황을 굳이 가정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 밤이 무슨 의미가 있나’로 결론이 나면 기다렸다는 듯 잠이 쏟아진다.


아침 7시 3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야 할 시간에 눈을 떴다.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뭐든 멀어지면 무뎌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청한 잠이었는데 그 위로에 고스란히 당했다. 아니, 숙면을 위한답시고 감촉에서 최대한 멀리 둔 알람만큼이나 내 기상 시간도 안일해진 셈이다.


실은, 내 이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