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워킹맘으로 살아볼 결심
33개월, 13개월 두 딸을 낳고 기르다 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훅 가버렸다. 첫째 출산과 육아를 위해 1년 6개월을 휴직한 후 복직을 결정하자마자 생각지도 않았던 둘째를 임신한 사실을 알아버렸고, 복직을 무를 수 없어 임신 기간을 오롯이 임산부 워킹맘으로 지내야만 했다. 출산 이틀 전까지 일을 하면서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첫째를 돌보느라 임신 사실조차 잊고 지내는 날이 많았으며 잔뜩 불러온 배를 힙시트 삼아 첫째를 안아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둘째는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고 40주를 꽉 채워 3.65kg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휴직.
애 하나와 둘의 육아는 확연히 달랐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은 첫째에게 달갑지 않은 존재였고, 첫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투정을 부렸다. 상대적으로 무난했던 둘째에 비해 예민한 첫째를 날이 선 채 혼내는 날들이 잦아졌고 하나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예정에도 없던 둘째를 낳은 무모함을 탓하다가도 생글생글 웃어주는 둘째 앞에서 몹쓸 후회를 하는 나 자신을 한탄했다. 결국, 두 아이 모두 부모의 결정으로 세상의 빛을 보았으니 아이들은 잘못이 없었고 모든 것은 내 탓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1년을 온전히 두 아이 육아를 하며 견뎠고 둘째는 무럭무럭 자랐다. 첫째는 19개월에 어린이집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가여웠는데, 복직을 위해 둘째에게는 미안하지만 13개월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아이는 11개월이 접어들기도 전에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고, 어린이집 적응을 위해 보낸 시간제 보육에서도 방긋방긋 웃으며 잘 지내주었다. 그렇게 복직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2023년을 마무리했고, 아빠의 직장과 두 아이의 어린이집을 모두 고려해 춘천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3월을 기점으로 우리 부부는 각자의 직장에서, 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바쁜 한 해를 보내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디데이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걱정거리는 늘어만 갔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도 없이 연장반까지 활용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잘 지내줄지도 걱정이고, 상대적으로 나의 출근 거리가 멀어져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남편이 잘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아빠의 직장 내 어린이집이라 아빠가 등·하원을 모두 맡아야 했는데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리고 돌려봐도 무리가 되진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고민해서 당장 해결될 게 아니면 고민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 우리 부부와 두 아이를 믿고 일단 부딪혀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2주는 염려한 대로 쉽지 않았으나 서로를 믿고 다독여 준 만큼 꽤 할만해졌다. 낯을 많이 가리고 예민한 첫째는 그새 컸는지 이전보다 적응이 빨랐고, 무난한 둘째는 역시나 새로운 곳에서도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주었다. 퇴근 후 아이들 하원해서 아직 퇴근 전인 엄마를 대신해 아이들 간식과 저녁까지 챙기느라 분주한 남편은 이번에도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고 육아보단 일이 적성에 맞는 난 새로운 곳에서 신나게 일을 즐기는 중이다.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부모님의 조력 없이 부부가 온전히 아이 돌보며 일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우리는 서로를 대견히 여긴다.
오늘도 아침 6시, 아이들이 깰까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출근할 준비를 마치고 아이 둘을 깨운 후 등원 준비를 했다. 이제 배변 훈련을 마친 첫 아이와 아침 첫 우유는 먹고 가야 하는 둘째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킨 후 육아엔 적합하지 않은 출근 복장 위로 아기 띠를 채우고 둘째 아이를 안아 카시트에 태운 후 잘 다녀오란 인사도 잊지 않았다. 좀 빠듯하고 약간은 더 피곤하며 가끔은 또 미안하지만 아침 7시, 우리 모두 집을 나서며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