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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victus Nov 30. 2020

나에게 '일'이란

'쓸모의 워크' 첫번째 글을 시작하며

'쓸모의 워크'에서 쓸모는 우리이고 워크는 일인데,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먼저 생각해본다.


'일'이라는 단어를 놓고보니 새삼 다른 느낌이다. '사업'혹은 '창업'이란 키워드로 생각하고 소통해왔으니까.


일을 한다 / 노동을 한다 / 내 노동력을 통해 무언가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 그 가치를 다른 무엇과 교환한다


내가 일을 통해 얻고자 했던 가치는 '내 생각이 맞다'라고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 하나가 5년 전 창업의 시작이었다.


어렸을 적에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똑똑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운동도 잘했었다. 그런데 내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는 일에서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눈치를 많이 보기도 했고. '틀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앞선다. 그 상황이 지나서야 '아 그 때 내 생각이 맞았구나.'하고 후회하는. 그런 타입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해도 된다'라는 스타트업 씬과의 만남은 늘 틀릴 것을 걱정하던 나에게 '틀려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주었고, 그렇게 오랜 시간 내면에 쌓여왔던 무언가를 터뜨렸다.


퇴사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6년 전 입사한지 3개월 된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왔다. 회사 점심시간에 동기들과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밖으로 나가 부모님과 전화로 의논을 했다. 그리고 5분만에 내린 결정이 퇴사였는데, 더 어려운 일이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주변에선 그 때의 그 결정을 '리스크를 테이킹하는 멋진 청년'으로 보았지만, 지금의 내가 보았을 땐 '안정적인 부모님의 지원 속에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외동아들'의 무모한 결단이었다.


6년이 지나 2020년이다. 열심히 달려왔으나, 사업을 잘 운영해내지는 못했다. 성공 사례로 다뤄질만한 창업가의 스토리도 먼 일이다. 오히려 내 부족한 결정들에 대한 책임으로 앞으로 최소 7년간 묶여버린 신세다.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더 여유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을 누리려는 노력을 한다. 부모님 생각이 나면 망설임 없이 전화도 해보고. '월요일 아침이라 아버지 문안인사 드리고 일 시작하려고 전화했죠'라며 안하던 너스레도 떨어본다. 바쁘게 일하던 중 누가 와서 말을 걸어도 마음이 급하지 않다. 진심으로 듣고 웃으며 대화를 나눈다. 기타를 사서 유튜브 강좌를 보며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곡도 쳐본다. 손가락 끝이 너무 아프다. 축구도 다시 시작했다. 잘못된 의사결정들로 팀을 잃어버렸는데, 축구를 하러가니 인사 몇번과 주고받는 패스에 5분만에 끈끈한 팀이 만들어졌다.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견뎌내는 지난 몇년과는 다르게 1~2시간만에 '승리'를 얻었다. 순수하게 열심히 뛴 결과다. 그런 곳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과 어디서 왔으며, 무슨 일을 하며, 제주도민이며 아니며 등 대화도 해본다.


나를 다시 그렇게 찾아간다. 가족을 중요히 여기고, 사람을 좋아하며, 음악과 축구를 좋아하던 원래의 나로. 이러는 사이 다시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이미 내 손을 벗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산적한 의사결정들이 나를 좇을 때가 있었다. 초조함 속에서 나름의 우선순위를 매겨가며 하나씩 해결나간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불안함 속에서 내 앞길을 가로막은 덤불을 맨손으로 마구 헤쳐나가기 바빴다. 제대로 일을 마친 것이 몇 없었다. 이제 한가지 일을 온전히 붙잡고 마치려 한다. 그럴 수 있는 에너지가 조금씩 쌓여간다.


지난 6년은 초기 창업에 대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나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나라는 사람이 창업을 함에 있어 장단점' 정도였다면, 지금은 '나라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히 여겨야할 것'에 가깝겠다. 일이란 나에게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보다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배움의 시간이었다. 쓸모의 워크는 나에게 그러한 배움의 기록이며, 또한 정기적으로 정리를 하는 습관이 부족한 나에게 주는 또 하나의 챌린지다. 비록 11월 첫번째 글을 11월 30일 23시가 되어 마무리를 해가고 있지만, 다음 글은 12월 마지막 날인 31일의 하루 전인 30일에 끝마치길 바란다. 그리고 1월엔 이틀 전, 2월엔 3일 전. 그렇게 한번에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 결국 큰 변화를 이뤄내기를. 바뀌지 않는 나의 어떠한 단점도 결국 시간을 들여 바꿔내기를. 이 지난한 사업의 과정도 결국 성공의 스토리로 쓰여지기를. 5년 뒤의 40대에 접어든 나에게.


단골 카페의 문구로 첫번째 글을 마칩니다.


small steps every day

돈 워리 비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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