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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Nov 06. 2019

연인 서태후 - 펄 벅

* 서태후하면 떠오르는 것.

 

청나라 말기 서구 열강의 침입에 맞서며 전통을 고수하려 했던 보수파. 무술정변, 광서신정. 그리고 이화원.

 

*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띄는 점 3가지.(내가 책을 선택한 이유)

 

1. 표지에 그려져 있는 서태후가 무척 예쁘다.

2.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벅 여사의 작품

3. 책의 두께가 어마어마하다.

 

우선 두번째 이유부터 살펴보면, 펄벅은 대지(大地)로만 만나본 작가이다. 한 11년 전 읽은 책이라 희미하지만 여전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책인데, 우선 방대한 양이었지만 재미있었고 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역사, 사람, 장소 등)을 배경으로 만든 소설이 인간과 땅에 대한 교훈과 감동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훌륭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이 책 역시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읽고난 후 괜찮았다.^^)

 

어마어마한 두께. 사실 다 읽고 보니, 어마어마하다기 보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전 두께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두꺼운 책, 또는 긴 대하소설은 (재미있거나 혹은 가치있다는 전제 하에) 다 읽고난 후에 그 책에 빠져지낸 시간만큼의 기분 좋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 왜냐하면 한동안 책 속에서 알게 된 사실과 책을 통해 느낀 감정을 곱씹으며 쫓아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지 속의 아리따운 서태후는....ㅡㅡ 흠흠.. 나중에 언급.

 


 

연인 서태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한 나라를 통치한 황후로서의 모습만 아니라 알려져 있지 않은 그녀의 모습, 한 남자만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간 여인의 모습을 비추고 싶어한 것 같다.

 

 

만주족 황실경비대 기인의 집안에서 자라며, 정혼자 영록을 사랑한 예흐나라. 하지만 함풍제의 후궁으로 자금성에 입궁하였는데, 그녀는 일찌감치 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권력을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그래서 황제의 총애를 얻게 되고, 장차 황제(동치제)가 될 태자를 낳아 자희 황후가 된다.

 

이 때 청나라의 상황은 연일 개방을 요구하는 외세의 침략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함풍제는 젊은 나이에 죽게 되고, 아직 어린 아이인 태자를 천신만고 끝에 황위에 앉혀, 그가 16세가 될 때까지 동태후(함풍제의 정실이자 서태후의 사촌동생)와 함께 공동섭정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말이 공동섭정이지, 서태후에 의한 섭정이었다.

 

그런데 후계자가 없는 상태로 동치제가 일찍 죽게 되자 서태후는 함풍제의 동생 순친왕과 자신의 여동생 사이에서 태어난 갓난 아이인 조카(광서제)를 황위에 앉히게 된다. (소설에서는 왜 어린 조카를 황위에 앉힌 건지 나오지 않아서 궁금증이 생겼는데, 알아보니 종법상 동치제의 아들뻘에서 황위를 이어야 하지만 동치제와 항렬이 같은 어린 광서제를 선택하여 섭정을 계속 이으려고 했다고 한다. 역시 권력에 눈이 멀었어.)

 

광서제가 성장한 이후 섭정이 끝난 서태후는 이화원에서 머물면서도 자금성 내의 첩자를 통해 여전히 권력을 놓지 못하고, 광서제의 개혁 의지(변법 자강 운동)에 불만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무술정변을 일으켜 황제를 감금시키고, 다시 권력을 잡게 된다.

 

 

두꺼운 책 속의 긴긴 줄거리를 중국의 역사적 사실이나 서태후와 동태후, 아들, 조카, 며느리와의 관계 등은 생략한 채 서태후를 중심으로 짧게 요약을 해보았다.

 

연인 서태후에서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아편 전쟁(애로호 사건) - 태평 천국 운동 - 양무 운동 - 변법 자강 운동, 무술 정변 - 의화단 운동까지(주로 청왕조의 시각에서 바라본) 외세의 침략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여 이리저리 뜯기며 점차 몰락해가는 청나라 말기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지에서도 그랬듯, 소설 속에서 중국의 역사적인 사실은 인물이 살아가는 배경으로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서태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면,

그녀의 개인적인 면, 정치적으로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모두 떠나서 청나라라는 국가에게는 너무나 불행한 인물이 오랜 기간 시대를 장악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 위주로 모든 것이 돌아가던 시대에 꿈과 야망과 욕심을 가지고 황후라는 자리까지 올라 4명의 황제가 거쳐간 약 반세기 동안 천하를 호령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개인적인 능력은 누가봐도 대단하다.하지만 군비로 쓰여야 할 돈으로 이화원을 건립한 점이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시대에 대한 안목이 없었던 점, 선조들이 이어온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보다는 (적어도 내 눈에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권력을 유지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에게 잔인했던 점. (특히 황제나 태후에게까지... 서태후때문에 인생이 바뀌어 좌지우지된 사람이 한 둘인가? 청조의 마지막 황제 역시 그렇지 않은가?) 들은 서태후가 역사적으로 본받을만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ㅡ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을 무렵 중국 내륙에 있는 마을을 찾아갔을 때, 그 곳 사람들은 아직도 서태후가 살아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녀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ㅡ

 

"이제 우리를 누가 돌봐 줄 것인가?"

 

실제로 그녀는 백성들에게 늙은 부처라고 불렸다고 한다.(외국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전쟁이 자주 일어나 시대가 흉흉했기에 선량한 백성들은 더더욱 황실에 의존했을 것으로 보인다.)

 내 생각에 수천년동안 길고 뿌리 깊은 유교 사상이 박힌 민중들 특히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내륙, 시골의 백성들은 황제를 하늘이라 여기며 살았을텐데, 북경 자금성 안에서 일어난 일을 조금도 알지 못했을 그들, 땅과 자연만 알고 황실과 자신들은 구분되어 있어 고개도 들 수 없다고 아는 그들이 말하는 서태후의 모습은 본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녀가 백성과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통치했을까? 그랬다면 그 당시 그렇게 사치를 하진 못했겠지...)

 

 

그리고 책에서는 서태후가 나이가 들어도 굉장히 아름다운 여인인 것처럼 묘사 되었는데, 실제로도 경국지색이었는지 궁금하여 사진을 검색해 본 결과.......

젊었을 때의 사진이나 초상화는 찾을 수 없었지만, 나이가 들었어도 평온한 모습보다는 고집스러운 얼굴로 보인다. 그리고 젊었을 때도 그다지 예뻤을 것 같지 않다.^^; 아니면 젊었을 땐 예뻤는데, 나이 들어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드러난 건가? 

서태후의 긴 손톱을 보라. 진짜 손톱인지, 아니면 책 속에서 나온 황금 손톱 덮개인지..(마지막 황제 영화에서도 황후의 손톱을 보면 진짜 손톱이라기보다는 손톱 덮개였던 것 같다.) 지위가 높은 여인일수록 손톱이 길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살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 물에 손을 안 묻혔기 때문이겠지. 근데 저 손톱 덮개로 마음에 안 드는 환관이나 시녀들의 얼굴을 후리기도 했겠지..? ㅡ_ㅡㆀ

이 사진은 마지막 황제 앞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서태후의 모습. 마녀 같군. 책을 읽는 중간에 사진을 찾아봤기에 환상을 버릴 수 있었지만, 아마 책을 다 읽은 다음 사진을 찾아봤다면 대단히 실망했을 것 같다. 그만큼 책 속에서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었기에.  


어쨌든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과 허구를 어디까지 구분 지어 읽어야 할지 읽으면서도 고민했지만 책의 표지, 책 속에 묘사된 그녀의 모습은 왠지 허구일 것 같다. 

그리고 서태후가 사랑했던 이화원. 서구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개인의 안락과 욕심을 위해 군비까지 끌어다가 만든 이화원. 어떤 곳인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저 바다같은 호수를 사람들을 동원하여 파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옆에 보이는 동산은 호수에서 판 흙으로 쌓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불쌍한 청... 개인의 욕심으로 부국강병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청일 전쟁 당시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에게 질 수 밖에.

 

 

책을 보면서 청나라의 운명이 과연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서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어렴풋이 기억에 남은 마지막 황제를 다운받아서 보았다.

영화 속에서 서태후와 관련된 부분만 떠올려 보면, 그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채, 또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듯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 역시 서태후에 의해 인생이 바뀐 대표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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