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되어야만 하는 이유
“잘 지냈어?”
모처럼 소고기, 그것도 한우 투쁠을 구워 먹고 배불러서 널브러져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핸드폰에 뜨는 반가운 이름.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나의 친구였다.
“아니, 나 아팠어. 많이.”
하고 얘기하는데 얘기할 틈도 없이 연신 질문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런 게 전혀 불쾌하지 않았던 건 내가 궁금했고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반가워서 그렇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밥은 잘 먹고? 어디 아프지는 않지? 아니 내가 전화 좀 한다는 게 자꾸 까먹어. 애를 키우면 그래. 밥은 먹었어?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
질문이 끝나고 나는 친구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줬다. 밥은 잘 먹고 있고 최근에 많이 아팠고 그래서 설에 올라가지 못해서 며칠 전에 집에 다녀왔다고, 연락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아이 있는 엄마와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내 말에 친구는 또다시 질문을 퍼부었고 우리는 그렇게 20분 넘게 통화를 이어갔다.
20대에 결혼해서 초등학생 두 아이 유치원생 한 아이 무려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는 뭐랄까 나와는 달랐다. 내가 이 친구를 걱정하고 챙기는 건 생일, 그리고 화장품 추천이나 무언가 신박한 물건이 보이면 연락했다. 가끔 교육정보를 알려주기도 했지만... 그런데 친구는 이렇게 내 안부를 물으며 나를 챙겼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날이 추워져서, 비가 많이 와서, 연락을 너무 오래 안 해서. 분명히 나보다 더 챙길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을 텐데 나를 잊지 않고 물어봐준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오늘은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다. 아이들이 개학하고 학교를 가면서 시간표가 변동되는 일이 생기는데 중학생 아이 하나가 연락도 없고 연락을 했는데도 답이 없었다. 아마도 해결되지 않은 그 일이 신경 쓰여서 잠이 깼을 것이다. 일찍 일어났지만 나는 알람 소리가 나기 전까지 침대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억지로 일어나서 인터폰을 보는데 아무도 없다. 분명히 택배겠지. 기다리던 운동화가 드디어 온 걸까 궁금했지만 나는 다시 누웠다. 그런데 메시지
하나가 나를 기어코 일으켰다.
‘ooo님이 보내신 소고기/돼지고기 상품이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 아까 그 초인종은 이거다. 이상하게 그 택배회사는 꼭 물건을 먼저 주고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데 아까 초인종도 분명히 이게 맞을 거다. 놀라운 마음과 ‘고기는 상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서 현관에 나가보니 고기 포장가방이 놓여있다. 가방을 열어 아이스박스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하면서 나는 연신
“미쳤어 진짜. 이러면 내가 뭘 먹고 싶다고 말을 못 하잖아. 미쳤나 진짜.” 하고 말했다.
고기는 아는 동생이 보낸 거였다. 며칠 전, 내가 유튜브를 보고 짜파게티에 소고기를 올려먹었는데 고기를 잘못 구운 건지 질기고 맛이 없어서 먹다 남겼고 결국 버렸다. 그 얘기를 하며 내가
“역시 소고기는 한우야. 얘는 호주에서 오느라 근육이 발달됐나 봐.” 하고 얘기했는데 아마도 그걸 듣고 보낸 것이리라...
당장 소고기 사진을 찍어서 동생에게 보냈다. 그리고 왜 이런 걸 보내느냐고, 이럼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못 한다고 했더니 그게 아니란다. 원래부터 설 선물로 뭘 보내려고 했었는데 내가 많이 아팠고 그런 걸 보면서 몸보신할 수 있는 걸 보내고 싶었단다. 아프지 말고 잘 먹으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조금 전에는 작은 엄마와 통화를 했다. 사촌 동생일로 한 거지만 난 이상하게 작은 엄마 앞에서 솔직해진다. 엄마에게는 하지 못 하는 말들도 작은 엄마 앞에서는 잘한다. 내 말을 듣던 작은 엄마가
“그럼 우리는 다 가족이지. 사촌이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라고 얘기하는 말씀에 생각했다. 내가 사촌 동생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건 우리가 가족이기 때문이구나. 그리고 내가 이렇듯 다른 가족들도 다 나를 응원하겠구나.
누군가의 안부를 일부러 챙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누군가의 건강을 염려하고 식사를 챙기는 일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안부를 챙기는 친구의 전화가, 나의 건강을 걱정하는 동생의 인사가 고맙다.
그리고 안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 (아님 말고). 이런 마음들이 나를 힘내게 만드는 원동력이고 그래서 내가 힘을 내고 있다는 것도.
내가 어느 곳에 있든 어떤 자리에 있든 나를 응원해주고 내가 잘 되기를 바라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해야지.
그리고 계속 작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 까지도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