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갈증, 아지랑이, 햇빛, 밝음, 땀, 목마름, 움직임, 고통 그리고 파리 그래 파리 단편적인 단어들만이 머리에서 맴돈다. 사고가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 생명을 가진 존재의 의무로 생존이라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뇌가 발악하는 것이리라 생각이 든다. 눈동자 위로 총총 걸어 다니는 파리가 내가 살아 있는지 죽어있는지 판단하는 듯 빤히 나를 쳐다본다. 마지막으로 알을 까서 구더기로 득실거리는 몸뚱이를 만들기 전까지 얼마없어 꺼져가는 생명이라도 맘껏 만끽하라는 듯 동정하듯 나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내 몸은 고통으로 발악할 거라는 것을 아는데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몸이 전혀 움직이지가 않는다. 아무리 꿈틀대려 해도 평소에 자연스럽게 되던 것들이 안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당연하게 되지 않을 때 가장 혼란스러워진다. 주위를 둘러보고 싶지만 고개조차 좌우로 돌아가지 않는다. “빌어먹을 죽는 건가” 입술을 까딱까딱 욕지거리를 내뱉어 보아도 내뱉은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주위에 모습으로 생각을 더듬어보려 해도 이제 그것도 글러먹었다. 기억 속에 남은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인지 기억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죽음의 순간이 오면 난 어떤 생각, 감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일지 궁금해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상황에 노여지고 보니 딱히 생각이랄 것도 감정이랄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현재 내 몸이 절실하게 바라는 것들만 갈증처럼 원하고 원한다. 생각과 마음은 내려놓았는데 아직 유기체들은 살아가려 아직까지 발악하는 것을 절실히 느껴진다. “빌어먹을” 다른 의미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웃음이라는 것도 나왔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왜인지 발기를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일까 그게 뭐라고 작동이 잘된다는 생각이되니 죽는 이 와중에도 왜인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빌어먹을” 찰나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천둥번개가 치듯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 같다. 눈물이 왈칵하고 하고 솥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나에게 감정이라는 시스템이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없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었는데 지금 보니 잘 작동되고 있었나 보다. 당연하게 작동하는 것들이 무언가의 삐그덕임에 힘겹게 그전과 같이 당연하게 작동하려 하지만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에 내가 그것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나는 인연처럼 인사를 하는 기분이다. 반가움의 인사일까 아님 작별인사일까 원래 있었던 존재들이니 작별인사가 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죽어 가고 있구나 죽음 앞에 어찌해야 할까 두려웠다. 두려웠었다. 나이가 찰수록 죽는다는 것이 두려웠었다.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를 지나 하나둘 버려야 하는 것들이 생기는 나이가 되면서 무서웠었다. 많은 것들에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더더욱 그러했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말이다. 어쩐지 옛날 수많은 왕들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음이라는 것 앞에 담대했던 수많은 영웅들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노쇠하여 점점 몸도, 마음도, 정신도 갉아 먹히기 전에 이런 상황이 온 것도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포기하게 된다. 손가락이라도 까닥할 수 있었으면 뭐라도 시도해볼 텐데 어쩌면 난 죽었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정신이라는 것만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와서 말해줬으면 좋겠다. 지옥이든 천국이든 뭐든 와서 넌 죽었다고 말이다. 어려운 것 감당하기 힘든 모든 것들이 휘몰아친다. 조울증 환자처럼 육신은 분명 돌덩이처럼 가만히 있을 터였다. 하지 마 내 안은 자연재해로 휘몰아친다. 멸망한 모든 생명들이 이렇게 사라졌을까 많은 것들이 결합되고 해체되는듯하다 그 속에서 질문에 질문은 던져진다. 그중 가장 모르겠는 질문은 난 정말 지금 죽어 가고 있는 것은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