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날씨가 화창했던 것 같은 어느 날 친구들과 나는 학교 점심을 맛나게 먹고
매점에서 산 아이스크림 한 개씩을 핥으며 학교 운동장 어디쯤 그늘에
앉아 시덥지 않은 농담도 하고 가끔은 매우 진지 한 이야기를 주절이
떠들다가 어떤 이야기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친구 한 녀석이
‘난 찌그러지는 캔이 될지언정 깨지는 병이 되겠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의미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자신의 신념, 자존심이 타인의 어떠한 힘에 의해 유리처럼 깨질지언정
할 말은 해야겠다 캔처럼 찌그러져 있지 않겠다 뭐 그런 의미로 해석이 되는
말이었다 나는 그 당시 이 친구의 이 말이 너무 멋있었다
우유부단하고 강단이라고는 어느 비밀금고보다 강력한 곳에 처박아 두었기에
저 말이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러리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꼭 저 말이 맞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필요한 그 어떤 때에는 맞지만 그렇다고 정론일 수 없었다
어떨 때는 철없는 사람의 객기로 보여지는 그 어떤 것이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잘 설명해주는 드라마 씬, 대사가 있었다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를 아는가 여기서 길태미, 홍인방의 대화이다
생각나는 데로 타이핑하는 거라 다를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
길태미: 무사가 자신보다 강한 무사를 이기려면 뭐부터 배워야 하는지 알아요.
홍인방: 글쎄요?
길태미: 납작업드리는 법부터 배워야 해요
홍인방:........... (의외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길태미: 무사는 한번 지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거든요 그러면 더 이상
강해질 기회도 사라지는 거니깐요.
그래서 먼저 납작 엎드리고 상대보다 강해질 때까지 엎드리고 또 엎드려야 해요
사대부는 뭐 성질 것 살아도 유배 한번 갔다 오고 하면 되지만 무사는
목숨을 잃으니깐요
나는 이씬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지금 이 시대는 뭐 목숨까지 잃을 일은 없다지만
....... 다만 목숨만 안 잃을 뿐이지 그것과 견줄만하것을 잃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병은 깨지면 원래 모습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캔은 찌그리면 찌그러질수록
비록 작지만 생긴 모습은 못나고 작아지지만 단단해진다 더욱더 강한 사람이 찌그러트리면
더욱더 단단해진다 찌그러지고 찌그러져서 더 이상 찌그러질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지면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된 적도 본 적도 없어서 하지만 왠지 그런 사람은 괜히 건들고 싶어 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유리는 깨질수록 모래 알갱이와 같아져 흩날리고 말 것이다
그러면 자유로워지려나 난 친구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것도 없다 깨지는 것도 찌그러지는 것 도 좋다
다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는 하지 말라 둘 중 하나는 겪어봤으면 한다
깨지던 찌그러지던 둘 중 하나라도 격고 있다면 그래서 고통받고 있다면
그런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 그래 그것 당신이 방금 생각한 거 그게 봐로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