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지금의 감정을 적어 내려가고 싶었을 뿐이다. 빌어먹을 달짝지근한 와인이 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게 하고 키보드를 붙잡게 한다. 며칠 전에 눈이 너무 부셔 주황색깔 조명으로 바꾼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진한 에스프레소 향이 나는 캔들에 위에 아롱이는 촛불 불빛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소소한 것들이 날 사치스러운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아니면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찾아 점점 잊혀가는 어린 날의 기억을 붙잡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어릴 적 누구나 알아주는 낙후된 동네에서 살았다. 다들 말하는 달동네라고 부르는 그런 곳 말이다. 저녁이면 달이 가장 크게 보일 정도로 높고 자주 다니는 사람이 아니면 길을 잊어 먹을 정도로 삐뚤빼뚤한 골목 건물들은 언제 지어졌는지 벽에는 수십 개에 금들 페인트 칠은 했다는 흔적들만 남은 건물들 비가 한참 내리지 않아도 골목골목 사이에 늘 있는 축축한 이끼들 어디서 피어오르는지 모를 뿌연 연기 자연재해를 다룬 영화에서만 나올 걷같은 모습의 풍경들 가장 빌어 먹은 것은 대부분의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동네에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이 있었고 늘 똥이 마려우면 줄 서서 볼일을 보거나 급하면 알아서 잘 해결해야 했다. 부족한 게 많은 동네에도 아이들은 있었다. 그것도 많이 있었다. 어디서나 하하 호호하며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늘 아이들은 꼬질꼬질했다. 어딘가에는 항상 콧물 자국이 있었고 어디 한군 데는 옷들이 해져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웃고 다녔다. 신기하거나 즐거운 것이 동네에 나타나면 물고기때 처럼 우르르 몰려다녔다. 여름날에는 양파망으로 허술하게 만든 그물채로 메뚜기 매미를 잡으로 다니며 뚝 같은데 올라 풀들을 미끄럼틀 삼아 놀다 풀독에 그날 저녁 하루종일 낑낑 알거나 가을에는 연을 날리고 지불놀이 하다. 불장난한다고 어른들에게 귀싸대기 맞기도 하고 겨울에는 동네 엄한데 바닥이 꽝꽝 얼기라도 하며 아이들이 미끄럼 타며 놀다 머리통이 깨져 병원 실려가기도 하고 동네에 어디에 라도 건물이 지어는 곳에 인부들이 살아지면 아이들이 몰려가 놀이터처럼 공사장에서 놀다 떨어져 다치셔 혼나기도 했다. 놀이터도 없고 요즘처럼 키즈카페가 없던 그때 동네에 한참 모험심이 많은 아이들은 그렇게 놀았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기억이 남는 어릴 적 기억은 해가지고 별이 보일 시간에 하늘을 바라보면 비행기가 반짝이며 동네를 덮칠 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동네를 가로질러 같다. 그 순간에 손바닥을 쭈욱 하고 펴서 하늘 위로 팔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뻗은 손바닥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부풀러 올랐다 분명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려서였는지 아니면 너무 허황된 것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늘 위로 날아가니 어떡해서든 잡고 싶었다. 잡히지 않는 무언가였지만 그게 그때의 희망이었고 열망이었다. 떨어져서 보면 반짝이는 별 같았다. 잡으면 잡을 수 있는 별 그리고 그 별을 잡아먹어 나도 또한 반짝이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금 하늘이 아닌 땅을 본다. 어두웠다 드믄드믄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여기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골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두우니 동네가 다르게 보인다. 삐뚤빼뚤 골목 금간 벽, 칠이 다벋겨진 건물, 축축한 이끼가 안 보이니 환상처럼 느껴졌다. 꿈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