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오래 전부터 곪았을 거다. 기계의 고장처럼 바로 알 수 없기에 사람의 고장이라는 것은 특히 마음의 고장이라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을 치료해 주는 직업이 있다지만 고장 난 사람들은 자신이 고장 났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모른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고칠 수가 없다. 대게 고장 났다고 해도 삐그덕되지만 결국 돌아가긴 돌아가니깐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빵 하고 터지기도 썩 어문드러 지기도 그리고 딱지가 지어 나아질 수도 있다.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정확히는 무엇이 고장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방관한다 하여도 무언가 삐그덕된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럴 때면 작은 웃음이 나온다. 무언가 고장이 났지만 무엇이 고장난지 모르는 이 기분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무언 가 빼먹은 것 같고 무언가 놓친 것은 기분 때문에 그림자 같은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낭창하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러하지 못하다. 무언가 계속 두렵다 두려움의 근거가 없는데 두렵다. 억지스럽게 라도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신없이 몸을 움직여도 금방금방 감정의 기복이 그대로 돌아온다. 예전에는 어둠에서 밝음으로 돌아왔다면 지금은 쭉 어둠 어디쯤 회색깔에 서성이다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안돼 안돼하며 밝음을 찾다가 결국 회색으로 돌아와 버린다. 일부러 밝은 것을 찾는다 노래도 상쾌한 노래만 영화도 해피엔딩만 사람을 만날 때도 E성향만 만나려고 한다. 모든 것을 밝고 선명한 것을 찾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라는 색깔이 어두워지기만 한다. 마음속에 계속 싱크홀이 생긴다. 구멍이 커지고 많아질수록 구멍 안으로 빠져드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길어진다. 한참을 허우적 되다 원래의 나라고 생각했던 나로 돌아왔을 때는 지쳐있다. 점점 지친다. 점점 태양 위에 서있는 그림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러다 뿌연 안갯속을 쳐다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면 안 계속에 있는 내가 나를 알아볼 수가 없다. 온통안개여서 나를 못 알아본다. 점점 생각의 공백을 향유하다. 나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존재하는 사람인가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에 이유가 무엇일까 밥을 먹기 때문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껴서 쾌락을 느껴서 그 모든 것들이 거짓이 아니라는 어떠한 것도 없는데 그런 것들이 나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뜬금없이 하늘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왜인지 나라는 존재가 존재할 것 같았다. 강한 갈망이 생긴다. 갈망이 갈증이 난다 그럴수록 하늘을 쳐다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뜬금없이 생겨나는 구름의 모양이 전부가 내 자신의 모습 같다. 해맑게 웃는 나, 누구보다 슬픈 나 모든 것 나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 어떤 것보다 천천히 하지만 더 할나위 없이 성실하게 정신이 좀먹고 있다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느껴졌다. 아 내가 내가 아니구나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앞에 생선 한 마리가 시멘트 바닦 위에서 팔닥팔닥 거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더활나위 없이 반짝이는 은빛의 비닐이 둘러진 생선 한 마리가 바닦위에서 살기 위해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끊임없이 팔닥팔닥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물고기는 조금 있으면 죽는다는 것을 왜 나는 보지 않은 것을 보고 있을까 아니 왜 나는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을 머리에 재생되는 것일까 헷갈린다. 내가 본 물고기가 정말 내가 본 물고기인가 아님 망상하는 것인가 두렵다. 망상이 아닐까 봐 두렵고 망상일까 도 두렵다. 진실을 보고 싶을 땐 모든 것이 거짓처럼 보이고 거짓을 보고 싶을 때는 모든 것이 진실인 것 같다. 난 분명 어디인가 고장이 났다 분명 고장이 났는데 문득문득 고쳐야지 생각하지만 그것을 이져버린다. 회전목마 안에 가친사람처럼 말이다. 정신을 일을 까 두렵고 정신이 돌아오면 그것도 그것데로 두렵다. 딜레마에 있는 것인지 아님 딜레마를 만드는 것이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고장이 났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