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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Jan 06. 2024

태어나서

나무로 된 책상, 나무로 된 의자 그리고 나무로 된 바닥 작은 교실 안에 서있는 ‘나’ 춥다 라는 말이 자연스레 내뱉어질 정도로 추운 공간에 나는 한없이 공허한 ‘맘’으로 가만히 서있다 분명 주위에는 다른 아이들도 있지만 왜인지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하다. 창문틈사이로 들어온 작은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부들부들 몸이 떨려온다 왜 나만 이리 추운 걸까?, 왜 나만 이리 추운 걸까?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는 달달한 홍조가 띠지만 거울에 비추어진 나에 얼굴은 메마른 사막 같은 하얀 피부만 있다.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나무로 된 바닥에 넓게 비추고 있다. 나는 너무 추어 그곳으로 천천히 몸을 옮긴다. ‘그래그래 저 빛만 쬐고 나면 나도 다른 아이와 같은 홍조가 띠는 모습이 될 거야 분명’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 햇빛이 있는 곳으로 간다. 하지만 온몸이 추위에 얼어붙었는지 도무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얼음이 깨지듯 피부들이 쩌억쩌억 갈라지는 듯하다. 고통스럽지는 않다 무뎌졌다. 아니 아니다 이미 무뎌졌다는 것을 넘어썻다 무디다는 감정은 없다. 다만 그래그래 인정해 버렸는 말이 맞는 말이다. 모든 것을 인정하면 많은 것들이 자연스러워진다. 얼굴이 못생겨서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 욕망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몸이 뚱뚱해서 살을 빼야 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가난해서 악착같이 돈 벌어야 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한기로 인해 몸이 굳어버리는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등가교환의 법칙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 무언가를 주면 무언가를 얻는다. 다시 말하자면 무언가를 얻으면 무언가는 버려야 한다 시간이던 돈이던 사람이던 무엇이 됐던 바뀐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이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 자신과 나라는 울타리에 사는 인간은 안 그랬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등가교환이라는 주술의 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난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이’를 요즘 이렇게 부른다. ‘무능력’ ‘무책임’ 자라고 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가는 사람도 있고 그곳에 벗어 나온 사람도 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 모르지만 피는 흘리지 않는다. 그러나 두 다리가 무거워져 자유럽지가 않다. 그렇다고 벗어 나온 자들 또한 녹녹지 않다. 그들은 눈물대신 피를 흘리거나 아니면 자유로운 인간이 되는 거다. 결국 편안한 새장 안의 새가 될지 아니면 약육강식이 라는 말이 있는 있는 푸른 하늘의 새가 될지를 선택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직시한 사람은 고통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스스로 무뎌졌다 말하기도 하고 참는다라고 말하며 오슬오슬 떨리는 몸을 질질질 끌며 넓게 펴진 햇빛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어쩌면 해가지기 전까지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연에 행운이 겹쳐 해가지는 방향에 내가 서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반대가 있다. 힘들게 힘들게 햇빛이 있는 쪽으로 같더니 시간이 지나 햇빛이 다른 곳에 비출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다. 힘들게 힘들게 걸어와봐야 소용없다고 자책할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햇빛이 있는 곳으로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걸어가는가 그건 고민할 필요가 없이 말할 수 있다. 태어났기 때문이다.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받는 고통에 대해 그리고 다음에 받을 고통에 대한 당위가 부여된다. 누군가는 농담으로 주고받는 말 ‘태어났기 때문에 산다’라는 말 그 말을 들으면 살아간 농도와 경험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겠지만  먼저 실소를 내뱉을 거다. 웃긴 말이지만 진심인말 진심이지 않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번쯤은 대면해야 하는 말 그래서 실소를 내뱉는다. 그리고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한 번은 뒤돌아 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살아있는 동안은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삶’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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