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 일상적인 가혹행위, 구타 싸제에 있을 때는 생소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군대 안에서는 당연하게 되었다. 무뎌졌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지만 이 울타리 안에 만 들어오면 나 자신이 변화했다는 것도 모르게 변하였다. 견장에 달콤함에 빠져들수록 자신이 변화했는지 모르게 변화한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무리’에 속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모두들 알고 있다. 모든 것들이 삐뚤어졌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무리’에 들어오면 먼저 배우는 것이 고개를 삐뚤 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바르게 보이니 말이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였다. 보일러실에서 얼굴을 맞고 입안 쪽이 다 터져 복도를 걷고 있는데 소대 선임이 얼굴이 부었으니 간부에게 보이면 안 되니 내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만 해라 했다. 선임들이 내무 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내 모습을 아니꼽게 보았지만 얼굴을 보고는 반은 납득했는지 자기 할 일을 하였다. 한동안 북적이다. 내무 실에는 전역을 한 달도 안 남은 선임과 내가 둘이 남게 되었다. 그 선임과는 한마디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소대막내에 가까워서 굳이 친해질 필요가 없는 듯했다. 중간 계급들이 알아서 하니 밑에 후임과는 굳이 말 썩을 필요가 없었을 거다. 항상 구석자리에서 책을 읽었다. 조용한 정막을 먼저 깬 건 선임이었다.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얼굴이 많이 부었다를 시작해 의례적인 질문과 답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선임은 신학교를 나왔는데 군대 오기 전 과제가 무교 자를 전도하는 그런 거였다고 했다. 하지만 전도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질감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의 종교에 더 심취해서 잊어버리려 했지만 도저히 극복되지 않았고 군대로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군종장교로 군 생활을 하라고 하였지만 왜인지 그것은 내 인생에 나에 어떤 뿌리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그래서 일반병으로 입대했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의 결정이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종교가 있냐고 나는 무교라 말했다. 선임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는 말했다.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는 줄 알아?” 난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임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은 없었다. 궁금한 건 아니지만 이유를 말을 안 해 주니 괜스레 짜증이 났다. 내무 실이 너무 조용해져서 숨 쉬는 소리가 다 들렸다. 선임은 그 정막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검지와 엄지손각락에 벌레라도 있다는 듯 뱅글뱅글 돌리면 손가락을 비벼 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수분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렇게 한참의 정막 뒤에 선임이 말했다. “두렵기 때문이야” 난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고 물었다. 무엇이 두렵냐고 선임은 인간은 자신의 죽음이 ‘무’ 가되는 것을 싫어해 윤회로 바퀴벌레로 태어나든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몸이 타들어가든 하품이 나오는 천국에 가든 자신의 죽음 이후의 자신의 존재가 계속되기를 원해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를 믿는 거야 자신의 비루한 인생의 마지막이 흙과 물 같은 존재가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지 그의 말을 들어보면 신학대 학생이 이지만 종교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약간 의아하다는 듯 그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던 식의 이야기의 돌림 같았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도 무언가 계속해서 같은 말의 흐름, 웃긴 건 짜증 나고 지루하다 생각이 들지만 어느 순간에는 또다시 빠져들고 다시 지루하고 짜증 나다가 어느 순간 다시 빠져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 주기가 짧아졌다. 그는 그 이후로부터 나에게 계속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 이후로부터 내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지금에서야 객관적인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달라진 지도 모르게 달라지고 있었다.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무언가가 ‘살의’가 일어났다. 하지만 애전과는 조금 달랐다. 어떤 편안함이 느껴졌다. 애전에는 막 흥분되고 몸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살의를 느낄 때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어떤 식으로 죽일지에 대한 계획이 마구 떠올랐다. 선임과 이야기할수록 뚜렷해지고 짙어졌다. 나를 때리고 가혹행위 하는 선임들을 죽이기로 했다. 하나하나 계획하고 준비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데 후임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후임과 나는 입대 날짜가 차이가 났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나에게 말을 편하게 걸 수 없는 군번이었다. 약간은 의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난 후임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아무 생각 없이 후임의 말을 기다리는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한 달 뒤에 하세요” 난 후임의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후임이 다시 말해줬다. "하시려는 일 한 달 뒤에 하세요".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후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내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생각을 어떻게 안 것일까 그런 나의 생각이 조용히 바람이 새어나가듯 입술사이로 말이 새어 나 같다. “어... 어.. 떻게” 멍하니 있는 나를 보며 후임이 말했다.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오히려 안 좋으니 한 달 뒤에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달 뒤에 이유를 들어보시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부탁이니 한 달 뒤에 그 일을 해주세요." 난 후임임의 말을 왜인지 헛으로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의 그림들로 내면의 어떤 것을 달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전역한 달 남았던 선임은 며칠전 전역하였다. 전역하기 몇 시간 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이마를 두드렸다. 일어나 보니 선임이었다.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할 말 있으니 화장실로 따라오라 했다. 그리고 선임이 내무 실을 먼저 나 같다 붉은 취침 등이 오늘따라 더 짙은 피색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침낭에서 빠져나와 내무실로 나가려는데 왜인지 후임이 생각나 후임이 자고 있는 쪽을 보았는데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듯 한 기분이었다. 후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가면 안 된다는 싸인을 보내왔다. 고민이 되었다. 선임인데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과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될 사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고민되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 주인공들이 생각났다. 주인공들은 화장실을 가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고 이야기가 전개되니 말이다. 하지만 난 주인공이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주인공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난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난 눈을 질끈 깜고 자는 척을 했다. 몇분 쯤 지났나 발 거름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두려움에서 오는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며 눈이 마주칠 것 같아 차마 눈을 떠서 감각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날 밤은 내가 살아온 삶 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상나팔이 듣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선임이 있는 쪽을 봤다. 누워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오늘 그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부터 뿌연 연기 같은 존재가 어느 순간 목을 죄여오는 무언가가처럼 독을 품을 뱀처럼 느껴진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었다. 아니다 후임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은 후부터였다. 그때부터 그 선임에게서 느껴지는 공기가 달라졌다. ‘그래 이유를 들어야 해’ 난 후임에게 찾아가 물었다. 한 달 전에 이야기해 주기로 한 거 지금 답해달라고 후임의 대답은 뜬금없는 답볍이였다. “나에게 절대 연락하지 마 나도 몰라 그냥 결과가 보여 알려준 것뿐이야” 도무지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후임이 자신도 부탁받은 거라 했다. 다른 소대에 오늘 전역한 선임의 동기가 소각장에서의 말과 웬만하면 둘이 같이 있는 순간을 만들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이다. 다행히 그날 저녁에 깨어있어서 말리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방금 생각났는데 손가락을 보지 말라고 전해주라고 했는데 그건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후임의 말을 들으면서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왜 하필 이 녀석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너에게 그런 부탁을 한 거야?” 후임은 자신도 그건 잘 모른다고 했다. 조금 짐작이 가는 건 있다고 했다. 그게 무엇이냐는 눈빛을 보내니 후임이 말하길 부탁을 하기 전에 한 가지 물었다고 했다. 그 선임과 한 번이라도 말을 섞어본 적이 있느냐고 아니라고 말했고 그런 식의 질문!? 취조가 몇 번더있었다 했다. 그 선임과 말을 썩어냐 안썩어냐에 대해서 그리고 부탁을 했다고 했다. 부탁을 받고 왜 그런 일을 해야 되지 물어볼 생각은 안 했냐고 난 말했다. 후임이 원체 군번 차이도 많이 나고 부탁하는 표정과 말투가 물어봐서는 안될 것 같았다 했다. 그 선임은 왜 그런 걸 부탁했을까?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나.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 보면 난 누군가를 죽이려 했다. 어떤 한 사람은 말렸을 거다 어떤 사람은 그 선임이었고 그 선임은 무엇 이였을까? 한 번도 두 명이 붙어 있었던 적을 본 적이 없었다. 상황을 보고 보면 신학대학교 선임은 내게 무언가를 하려 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소대 선임은 그것을 후임을 시켜 그것을 제지하려고 했다. 무엇을 막으려 했는지 왜 막으려 했는지 둘의 관계는 무엇인지 알 듯 말듯한 연결되지 않았다. 후임이은 그런 내모 습이 알겠다는 듯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도 호기심 비슷한 게 생겨 몇 가지 알아봤다고 했다. 지금의 중대에서 살인이 한번 있었다고 했다. 중대에서 소문난 악마가 있었는데 어느 날 중대에서도 존재감이 거의 없는 한 후임이 악마가 잘 때 죽였다고 했다. 그 당시 간부들이 대부분 물갈이되었고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켜본 병은 오늘 전역한 두 명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살인사건 전에 존재감 없던 선임과 자주 붙어 다녔던 선임이 그 선임이라 했다. 뱀처럼 느껴지는 선임 이야기를 듣고 나서 머리가 멍해졌다. 일 더하기 일이 왜 이가 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듯했다. 정답은 알지만 왜 그런 정답을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 이유를 알고 싶지만 그 이유를 알려줄 선임은 연락을 거부했다. 그렇게 나에게 있었지만 없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