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내 앞에 앉아 있는 선생님에게 말을 해야 하는 게....
선생님이라고 해도 되나요?"
- 편 한대로 부르셔도 돼요 근데 왜요?
왜 말을 못 하는 거죠?
음.... 직장에 있는 동료들과 회식으로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회사 사람들이 술자리를 꺼려하는 것도 있고 다행인지 실장님
그렇니깐 회사 실무자로 가장 높은 사람이었죠.
그분이 건강이 안 좋으셔서 술자리를 꺼려했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회식자리가 건강식을 챙겨 먹는 그런 날이 됐죠
뭐, 모두들 Win-Win 하는 회식이었어요.
제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죠.....?
-아니요, 재미있는데요. 계속해주세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해주셔서, 음 그렇니깐 보통은 회식자리에서
저에게 누구누구 씨 많이 먹어요. 하는 정도가 대화의 전부였어요.
특별히 업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사적인 생각이라던지 감정이라던지
그런 것을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날 밥을 다 먹고 후식으로 식혜를 먹고 있는데 실장님이 저에게
질문을 해오시더라고요.
뭐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 저에게는 제가 몰랐던 저를 본 질문이었어요.
-어떤 질문이 이었나요?
‘지운 씨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저는
‘네’라고 간략하게 대답을 했죠. 저는 조금 당황했어요. 한 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거든요 당황한 채로 식혜에 둥둥 떠다니는
밥알을 보고 있는데 또다시 질문을 해오더라고요.
‘지운 씨는 고민이 있으면 누구에게 이야기 하나요’
순간 뇌에 과부하가 생기 더 라구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질문이었어요.
내 인생에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리스트가 0.00001초 만에 스쳐 지나가는 듯했어요.
그런 말 있잖아요. 죽기 직전에 자기가 살아왔던 인생이 영화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굳이 표현하자면 그랬던 것 같아요.
저 차 한 목음만 마시고 할게요.
-네 그러세요. 편하게 하셔도 돼요.
넵 감사합니다. 차가 맛있는데요. 무슨 차예요.
-캐모마일에요. 당뇨에도 좋고 음 마음에 안정을 조금 도와주죠.
저에게 딱 맞는 차네요…….
-다행이네요 차가 마음에 드신다니,
그래서 지운 씨는 어떤 대답을 했나요? 궁금한데요.
아. 아. 참 그렇니깐 어디까지 말했더라.
-영화처럼 순식간에.
맞다.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그렇게……. 하지만 대답이 나왔어요.
뇌는 과부하가 걸렸는데 말이죠. 순식간에 말했던 것 같아요.
‘다시는 보지 않는 사람한테요’라고
실장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듯했어요. 저는 다시 말을 했어요.
‘다시는 못 보거나, 안 볼 것 같은 사람한테요’
그 말이 끝나니 직장동료들이 의례적인 질문에 이상한 답변을 하는 제가 신기한 것인지
빨리 일어나서 집에 가야 하는데 멀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것인지 빤히 쳐다봤아요.
실장님은 음~ 그러면서 식혜를 한 목음 하시고는 ‘보통은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친구
그런 사람에게 고민거리를 이야기하지 않아?’ 이렇게 말하시더라고요.
-그러네요 보통은 그 실장님 말처럼 하지 않나요.
네에~ 보통은 그런 거죠, 사실 그때는 왜 제가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었어요.
그래서 제가 말하고도 그 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변명하듯이 말했어요.
이상한 일이죠 내 생각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를 그런 생각 때문에
그것이 어떻다는 거냐. 식의 변명을 해대는 게 아무튼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텔레비전 방송에서 제가 했던 말을 정리해주는 그런 말을 들었어요.
나만이 그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텔레비전 방송에서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어떤 말을 했나요? 어떤 내용의 방송이었어요?
그렇니깐 여행을 다니는 어떤 분을 촬영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여행자가 나왔어요. 말해놓고 말이 이상하네요. 여행 프로그램에 여행자가 나온다니…….
아무튼 그분은 여행 중독자 같은 사람이었죠
표현이 좀 그런가요. 여행 중독자라니…….
-여행 중독자 많아요. 저도 한때 그랬는걸요. 티브이에 나온 사람이 여행을 자주 한다면
그 표현이 맞을 거 에요.
그래요……. 음 그 여행 중독자님은 참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그 여행 중독자님은 당연하지만 또 어디론가 여행을 같고 길을 걷다 잠시 쉬고 있었어요.
그때 앉아있던 여행 중독자에게 PD가 질문을 했어요.
‘왜 그리 여행을 자주 다니시는 겁니까?’
여행 중독자님은 한참 먼발치를 보면서 중얼거리듯 말하더라고요.
‘고민거리를 털어버리려고’ PD는 중얼거리듯 이야기해서 못 들 은 건지
말하는 말에 의미를 모르겠어. 였는지 ‘네 뭐라고요?’라고 다시 물었어요.
그 여행 중독자는 카메라를 보는 건지 PD를 보는 건지 저를 봐라 보면서
이야기했어요. ‘여행을 하면서 가끔 사람들을 만나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죠. 살면서 한번 볼까 말까 하는 그런 사람들요. 더군다나 여기는 외국이니
나를 알 수 있는 확률은 더희 박하죠 외국인이 무슨 공파 몇 대손 이런 거 물어 올리 만무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여행자 중독자님은 먼발치를 바라보더라고요.
PD는 답답했는지 ‘그래서요’라고 물었어요.
여행 중독자님은 헛웃음을 지으며 저를 다시 보고는 말했어요.
‘저는 그렇게 다시 볼일이 없는 사람들과 가끔 길 위에서 쉴 때나, BAR에서 와인 한잔할 때
식당에서 밥을 먹다. 한국에서는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해요.
비밀 이야기 일수도 있고, 고민, 걱정거리, 그런 것들을 가볍게 이야기해요 무게를 두지 않고’
PD는 다시 질문을 했어요. ‘왜죠’
그녀는 음~~ 이라는 말과 ‘글쎄요 나를 아는 사람이 나에 비밀, 걱정거리, 고민을 아는 게
싫어서겠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마~라고 운을 띄우고 말해도 나중에 내가 친했던 사람이 무심결에 나에 이야기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내가 싫어하게 될까 겁이 나기도 하고 그렇죠.’
‘그래서 여행을 하는군요, 속마음을 털어놓기 위해서’ PD의 이 말에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여행 자체가 좋기도 하고요 봐요, 이경 치를 이 자연을 좋지 않아요?
그리고 꼭 사람들에게 만 저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필요는 없죠. 지금 내가 지나가는 자리에
흘려보낸다 해야 하나, 뿌린다 해야 하나, 묻는 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러고 있어요.’
저는 이 방송에 나오는 여행 중독자 그녀의 말을 듣고 내가 그때 회식자리에서
실장님에게 했던 말이 이랬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이야기해한 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생각과 비슷해서 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요?
그래서.. 음……. 저의 생각을 말하기가 그래요 속마음을 말하기가
선생님은 다시 못 볼 사람은 아니잖아요.
-기분 좋은데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그럼 예외를 두는 건 어때요?
예.. 어떤?
-저한테만 말하는 거예요.
속마음, 걱정거리, 고민 당신을 아는 어떤 존재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그리고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그러면 당신도 기쁠 거예요
의지도 되고 당연히 저는 그렇게 해줄 수 있고요.
그래도 좀 그런데 막상 속에 있는걸. 텅, 텅, 비우듯이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놓고 집에 돌아와 이불 킥하면서 왜, 그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요?
-세상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봐요. 저를 돌, 바위, 풀, 동물 아니면 그 어떤
것이라도 지운 씨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물건,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어쩌면 쉬울 수 있어요.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방금 전 회식 이야기, 여행자 이야기도 속마음의 일부를 보여준 거예요.
그런 것처럼 차근차근
그럼 이렇게 해요 우리 주제를 정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아니라 영화라던지, 게임이라던지
여행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생각나는 데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요. 영화부터 시작할까요.
살면서 재밌게 본 영화나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있어요?
쏘우 1편요.
-네? 쏘우요!?
왜 하필 쏘우죠?
절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아닙니다.
말하기 싫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