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이 아닌 내 시간

by J팔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것이 맞나?, 그럼 난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건가?’
분명 나는 여기에 있고 분명 날 위한 일을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인데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인다.

그러다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가 들쑥날쑥한 것들은 사라지고 평야만이 눈에 들어온다.
사방이 탁 트이고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쭉 뻗은 평야가 말이다.

‘아~ 난 어디든 달려 나갈 수 있구나 그런데 난 여기서 뭐 하는 걸까?’

분명 난 지금 숨 막혀 하고 있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은 내일을 하면서 무얼 위해 살아가는지 방향성을 잃어버린 채 난 이 공간에 채우고 있다.
언제든지 달려 나갈 수 있음에도 스스로에게 언제 채워 늦지 모를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달려 나가고 싶은 감정은 목끝까지 차올랐는데 도무지 도망칠 수가 없다.

“주위를 봐. 너를 잡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냥 가면 돼.
뭘 망설이는 거지? 그냥 가면 돼.
뛰어가든 천천히 걸어가든 그냥 가면 돼.
처음이야. 황당하고 기가 찬 눈으로 널 쳐다보고 욕도 하고 비난도 할지 모를 테지만, 그냥 찰나의 순간의 한숨 같은 말일 뿐이야.
그들도 그들의 쇠사슬의 무게 때문에 금세 널 잊어버리고 앞만 보게 될 거야.
그러니 제발 가. 안 잡으니까.”

이 말이 더 화가 난다. 짜증이 난다.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양껏 고함을 지르고 싶다. 자승자박이라 더 화가 난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오직 오로지 ‘나’다.

어느 날 기차를 타는데 맨 뒤쪽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앞줄이었던 나는 천천히 기차 맨 끝으로 걸어갔다.
기차 안은 고요했다. 몇몇만이 날 흘겨볼 뿐 전부 공기와 같이 날 바라봤다.
칸칸이 문을 열어 결국에 맨 뒷칸에 왔다.

뒷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았지만 별다르게 없었다.
밖이 보이는 얼굴 크기만 한 쪽 창문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창문 너머 바깥 풍경을 보았다.
뭔가 특별한 것이 보일 거라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바라봤다.
멍하니 바라보는데 처음에는 모습들이 빠져나가듯이 보이던 것들이 들어오는 듯한 모습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기분이 오묘해졌다. 내가 알고 있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니 기분이 오묘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오묘했다.

꼭 타임머신을 탄다면 이런 기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