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러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청량한 하늘, 어느 곳에서도 쉬이 볼 수 없을 것 같은 바다와 같은 모습의 하늘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숨을 깊게, 깊게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을 것처럼 가슴속에 담아냈다 입으로 뿜어 냅니다. 마음속 열기와 함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그 순간만큼은 뻥 뚫린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쾌청해집니다.
“일하기에는 아까운 날씨군”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한마디 합니다. ‘넌 여기서 왜 이러고 있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 꾸역꾸역 참으며 다른 말로 한다는 게 날씨 타령입니다.
담배를 태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각종 화학물로 각박한 세상에 잠시 벗어난 이 순간에 얻은 한숨을 더럽히지 말자며 겨우 참아 냅니다.
다시금 여운을 느끼려 청량한 하늘을 바라보는데 비행기가 날아다닙니다. 처음 봅니다. 한두 대야 날아가는 것을 보았지만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비행기가 여러 대 날아가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서로의 선을 그리며 작은 점, 중간 점, 큰 점, 각각의 크기로 점점 교차해 날아갑니다.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를 바라볼 때면 저 안에는 누군가가 타고 있겠지, 그 누군가 중 창문 너머에 무언가를 볼 거고 그 풍경에 우리의 모습도 보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가끔은 누군가가 볼 거라 믿고 비행기를 빤히 바라본 적이 있어요. 눈은 안 보여도 다른 무언가가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죠.
별소리 같지만 별소리입니다. 어쩌면 부러움을 이상하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리에 있는 나와 어이둥둥 날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탄 누군가를 비교하며 말이죠.
지금 이 글을 타이핑하는 순간에도 와이키키 해변의 푸른 바다 위를 바라보는 나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진득한 열기, 달짝지근한 음식, 꿈속 같은 주황빛 노을.
모든 것이 생생하게 상상이 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한 움큼 움켜진 고운 모래 같은 상상입니다. 뭘 망설이는 걸까요?
상상하기를 멈추면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어떤 미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을까요. 아님 잠시 고장 난 귀가 잘못 들은 걸까요. 웃음이 나옵니다.
어른이라는 말이 참으로 누가 만들었는지 대단한 말입니다. 어렸을 때 하지 못했던 그 어떤 것을 어른이 되어서 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아까워 못 먹던 불량식품을 병원 링겔 꼽기 전까지 먹고, 어렸을 때 못 간 곳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에 맞아 죽어도 즐기게 됩니다. 어쩔 수 없어요.
의지와 상관없이 몸과 마음의 x와 y가 서로 벗어나 버린 것을요. 어린애입니다. 몸만 늙어 버린 어린애입니다. 아프면 엄마, 아빠를 찾는 어린애입니다.
비행기를 보며 별생각을 다합니다. 비행기 몇 대가 지나간 것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아마 조금은 어른이 된 것일까요, 아님 다른 종이 된 것일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