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조금 늦은 바람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지 말지를 회사에 가는 동안 한참을 고민을 했다. 막당히 일에 대한 생각으로 잔뜩 넣은 체 출근을 해야 참된 직장인이겠지만 난 아니기로 했다. 그냥 적당한 노동으로 적당한 수익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련다. 욕망이 들끌으면 찬물을 붓고 돈이 부족하면 배가죽을 줄이고 생생한 경험을 못 하면 신선한 간접 경험을 찾아 헤매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버틴다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어불성설이다.
어쩌면 구내식당에서 두 끼가 현재 내 인생에 있어 전부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회사를 출근하는 동안에 아침밥 생각에 온통, 오전 내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점심밥 생각에 온통 그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고민할 것도 없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곤죽이 되던 어찌 되던 밥은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매우 매우 샘솟았다. 고민의 끝은 늘 해방감이 찾아온다. 미련 없이 구내식당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는 내 모습이 보인다.
역시 느끼는 거지만 이른 시간에 오거나 아에 미친 척 늦은 시간에 와야 한다. 이른 시간과 늦은 시간에는 사람들의 줄이 적고 조금은 한산한 공간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공간에서 풍기는 그 어떤 기운으로도 어떤 식사를 할지 정해지는 듯하다. 이른 아침에는 고무적인 모습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이 많다면 조금 늦은 시간에는 고명한 부처의 모습으로 해탈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밥을 먹는 것이 주냐 아니냐에 따라 거창하게도 삶의 방향이 이리도 첨해하게 다르다니 신비로울 따름이다. 그래도 출근은 빨리 해야 했기에 몽상을 하며 모든 음식들을 숟가락으로 퍼서 입속으로 쑤셔넣듯 먹어댔다. 결국에는 입가와 테이블 주위에는 지저분해졌다. 세상에 환경 따위는 전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티슈를 뽑아 양념이 묻은 입가와 테이블을 닦았다.
가끔 이상한 데 꽂힐 때가 많다. 지금 이 순간처럼 말이다. 난 왜 지금 이 순간 양념이 잔득 묻은 티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별게 별 공산품들이 있다. 하루에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여러 공산품들이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난 참으로 편리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구나. 그러다 문득 난 이것들을 소비하며 살아가는 존재일까 하는 잘 짜여진 시스템을 소비해야 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마약이란 간 특별한 게 없는 듯하다. 주위에 모든 것들이 마약이다. 눈치 채지 못하게 중독되어 가고 있는 난 마약쟁이이고 말이다. 하루라도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참으면 참을 수 있겠지. 하루면 이틀이면 한 달이면 어떡해서든 안 사용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점점 난 불편한 인간이 되어 버릴 거다. 그러자 회사라는 곳에 가 일하기가 싫어졌다.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몽상을 할 때부터 일하기 싫었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늘따라 회사라 가는 입구는 어두어 보이고 구내식당 출구 쪽 문은 환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돈’이라는 것 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난 왜 돈을 벌어야 하는 의문이 지금 이 순간에 짙게 베어들며 고민하게 만든다. 저 출구로 나가면 난 살아갈 수 있으려나 아니면 허우댁 되다 다시금 이곳으로 오게 되려나 모를 일이다.
난 왜 뜬금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스스로헤 인생에 강요를 하는가. 천천히 의자를 빼고 일어나 주방으로 빨려 들어가는 레일 위에 식판을 던져 두고 문 쪽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