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세 마리가 한곳에 있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기어간다. 어떤 사람은 그 모습을 보며 기겁할지도 모르겠다.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벌레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이 벌레만 보이면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어떻게 해서든 추방을 하던 사형을 하던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려 하는 모습을 보아와서 그런가. 어쩌면 금은보화를 보듯 보았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가난이라는 딱지가 떨어지지 않고서야 절대 눈앞에서 멀어질 수 없는 벌레이다. 사실 모른다. 부자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집에도 바퀴벌레가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살아본 적 없으니 알 수 없는 자격지심에서 오는 편견일지 모른다.
아차, 하는 소리를 내며 이성이 나를 깨운다. 쓸데없는 망상을 하느라 혐오스러운 바퀴벌레가 집 안에서 기어 다니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을 거냐고 말이다.
바퀴벌레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주위를 유심히 둘러본다. 적당한 도구를 찾아야 한다. 세 마리 모두 어쩌지 못한다. 적어도 두 마리, 아니다 한 마리라도 처리해야 한다. 파리채가 보였다. 언제 적 파리채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시골집 경로당에서 할매 할배들이 평소에는 느긋하게 움직이면서 장기와 바둑, 그리고 파리채로 파리를 잡을 때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탁, 탁, 탁. 무하마드 알 리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듯 탁, 탁, 탁. 그 모습이 신비로워 유심히 지켜보았다. 난 그 모습을 복사하듯 바퀴벌레에게 탁. 한 마리는 몸통에 반쯤을 맞고 기절. 탁, 이번에는 완벽한 헤드샷. 액을 토해내고 즉사. 이번에는 탁, 오른쪽 하복부를 맞히며 거동이 불편해졌다. 다시 한번 확인, 탁. 액을 터트리며 즉사. 기절에서 풀리는 모습을 보이며 허둥이는 모습을 확인, 다시 한번 탁. 이번에는 막타라 힘을 너무 줬는지 흉측한 모습으로 터져버렸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끽해봐야 한두 마리 정도를 하늘로 보낼 줄 알았지만 모두 보내주었다는 것에 후련함에 만족감에 마음은 찌푸려지지 않았다. 만약 놓쳤다면... 그래도 별생각 없었을 거다. 그냥 어딘가 잘 먹고 잘 살다 밖으로 기어 나오겠지 하고 말았을 거다.
가장 싫은 일은 지금부터다. 사체를 처리하는 것. 아마 두루마리 휴지 한 통을 다 써야 할지도 모른다. 잡았을 때 그 질감이 너무너무 싫었다. 딱딱하면서도 말캉한 질감 말이다. 너무 하기 싫어서인지 머리로는 빨리 해결하고 다른 거 하자고 하는데 끄윽, 20분째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다.
아무 동작 없이 무언가를 쳐다보기만 하다 보면 잡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난 살인을 했다’라는 문구가 뇌리에 꽂혔다. 만약 혐오스럽게 죽어 있는 세 개?, 세 분?, 세 마리!? 다른 존재였다면 난 어떤 감정으로 이 공간을 채우고 있을까. 개나 고양이였다면?, 사람이었다면?, 쥐나 토끼였다면 난 어떤 감정으로 이 공간에 머물고 있을까? ‘공평’. 난 생명을 앗아갔다. 이유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 혐오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살게 놔둘 수도 있었고 생명을 앗아가지 않은 채 내쫓았을 수도 있다. 선택은 파리채로 탁, 탁, 탁. 끔찍한 몰골로 목숨을 앗아갔다. ‘나 어제 저녁 목숨을 앗았어. 바퀴벌레.’ 반응은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별 시덥지 않은 일로 치부할 거다. 오히려 생명을 앗아간 것보다 바퀴벌레가 살 만큼 더러운 집에 사는구나, 바퀴벌레가 살 정도의 형편없는 집에 사는구나 정도를 우선적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두루마리 휴지를 한 통을 다 쓸 생각으로 손으로 둘둘 말며 풀어댄다. 아무리 두껍게 풀어도 결국에는 집을 때 느낌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해야지 느낌이 안 날 거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세 마리를 동시에 잡아 잘 싸서 변기 물에 버리고 물을 내려버렸다. 쾌활한 소리를 내며 빨려 들어갔다.
청소를 하는 시간도 할 마음도 없었음에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잘 안 했던 공간까지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평소 습관이 있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등짝에 땀이 배어날 정도로 청소를 했는데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난 오늘 생명을 앗아갔고 생명이 깃들었던 무언가를 변기에 내렸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청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