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by J팔

제목을 ‘전쟁’이라 적고 ‘묘하다’로 바꾸었다. 감정에 대한 번뇌를 그냥저냥 도랑에 물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나가려 했다. 그러니 마음속을 잠시나마 들여다봐야 하는데 전쟁영화 같은 것이 이미지가 그려졌다. 개인적인 감정들이라 다른 누군가에게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밴드오브르라더스,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상황의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전쟁보다도 치열하고 허무하고 덧없지만 말이다.

내 안 속의 감정이다. 요즘 묘하다는 말이 입가에 맴돈다 머릿속에 잔상이 맴도니 아마 입가에도 묘하다는 단어가 입안에도 머금어져 있는 듯하다. 요즘 이상하리 만큼 구름모양의 작은 변화를 봐도 감정은 한없이 요동친다. 이런 감정 같기도, 저런 감정 같기도 하다. 여러 감정중에 아무거나 골라 나는 지금 이런 상태야라고 꼭 집어 그것에 맞는 몇 년 동안 나 자신을 컨 크롤 한 매뉴얼대로 해소를 시켜줘야 하는데 요즘은 그러기가 묘하다. 정확한 감정의 진단이 나오지 않으니 묘한 채로 나둔다. 그러면 나의 모든 선택들은 불안하다. 틀리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틀릴 수도 있지만 나는 꼭 이겨낼 거야 하는 생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뭐랄까... 무뎌졌다. 잘하다 한, 두번 틀리면 그것이 크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자주 틀리는 사람은 아무런 감정이 없다. 틀릴 수 있다, 아니다 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듯하다. 그냥 이것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라는 선택만 있을 뿐이었다. 근데 묘하다는 단어는 계속 듣고 보지만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늘 낯선 음식, 낯선 사람, 낯선 골목길, 낯선 집을 대하는 듯하다. 같아 보이는 듯하다. 또 어떻게 보면 다르다. 양념이 잘된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이것이겠지 하고 그래서 이건 아마 이맛 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입안 속으로 넣어 씹어 먹다 보면 전혀 다른 무언가에 다른 맛일 때가 있다. 묘하다는 단어의 감정이 주는 나의 느낌 중 하나가 이거이다.

당신의 첫사랑은 언제였나요? 누군가 첫사랑을 물어보면 그때는 그것이었다고 말하지만 또 시간이 세월이 흘러 첫사랑이 무엇이 냐고 묻는다면 달라 있을 수가 있다. 그때는 그런 것이 첫사랑이었는데 되돌이켜보면 그건 사춘기 때 겪는 흔한 질풍노도 같은 것이었고 진정한 의미의 첫사랑은 이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묘하다는 단어의 감정이 지금 그러하다. 뒤돌아서면 바뀌어 있고 또 뒤돌아 서면 바뀌어 있다. 현재 내 마음속은 전쟁과 같다. 서로 다른 감정들이 뒤 썩여 자신들이 감정이 옳다고 말하는듯하다. 그럴 때 가끔 눈물이 나온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한 것처럼 눈물이 나온다. 소리라도 꺼이꺼이 내며 울고 싶지만 내 감정의 진실을 알 수 없어 흐르는 눈물만 부둥켜안고 제발 멈춰주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 자신은 어떨 때 울고 싶어 슬픈영화를 본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런 일 때문에 그 사람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수시로 감정 위로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제 길을 걷고 있는데 이런 모양의 구름과 저런 모양의 구름이 한 대 엉켜 하늘 위에 있었다.

해는 뉘억뉘억 지고 있고 빨갛게 물든 하늘은 주황색 빛깔이 되어 같다.

바람은 그렇게 더웠던 여름날이 무색할 만큼 차가워져 내 몸 안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그 모든 것들이 그림과 같아서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꿈일까 현실일까라는 생각에 젖어 있을 때 또다시 바람이 불어와 왔다. 여름날의 마지막 온기를 머금은 따듯한 바람이 나의 몸을 댑혀주었다. 불현듯 대되며 말했다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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