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자매

동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언니가 동생에게 바치는 애정 듬뿍의 참회록

by 장정



나와 동생은 도무지 닮은 점이 없다. 우리가 피 섞인 자매라는 외형적 특징은 끝이 뭉툭한 코끝이 전부다. 동생은 진하고 예쁜 쌍꺼풀과 갈매기 날개처럼 활개 친 눈썹 그리고 시원한 이마를 가진 덕분에 뭉툭하고 콧대 없는 코로도 제법 귀엽게 생긴 미인형 얼굴인 것에 반하여 나는 무쌍에 좁은 이마, 거기에 동생과 같은 뭉툭한 코가 뒤섞인 편평하고 특징 없는 얼굴을 가졌다.


우리는 키마저도 8cm 가까이 차이가 난다. 내가 큰 쪽, 동생이 작은 쪽이다. 동생은 키만 작을 뿐 아니라 체구 자체가 작아서 바지는 고사하고 윗옷도 공유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게다가 나는 키에 비해 발이 크고, 동생은 키에 비해서도 발이 작다. 우리는 키 차이보다 발 사이즈 차이가 더 어마어마하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동생이 신는 신발들은 발끝부터 들어가지지 않는다.


어디 이뿐일까? 우리 자매는 성격마저도 내향적이란 것 외에는 닮은 점이 없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나와 너무나 달랐던 동생을 이해해 줄 마음이 늘 부족했던 것 같다. 나는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먼저 끝내놓고 쉬는 성격이다. 그에 반해 동생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뒀다가 전날 몰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동생에게 끝없는 잔소리를 퍼붓도록 만들었다.


어느 날은 대학 과제를 하는 동생이 과제의 주제에 대한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았는데 “그걸 왜 고민해. 대충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일단 써. 시작이 반이야. 답답하게 주제 하날 못 정해서 걱정만 하고 있냐.”라는 질책성 말들만 잔뜩 해줬던 것 같다. 동생은 동생대로 “됐어. 진짜 도움이 안 되네. 내가 알아서 해. 정이 놈아(연년생이라 나에게 언니라 하지 않고 종종 정이 놈아-! 하는 게 내 동생의 말버릇이다.).”하고 나를 방에서 내쫓아버렸다.


내가 얄미울 언니였을 것이 이것뿐이랴. 나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는 편이어서 반 3등 안에는 항상 들어가는 편이었는데, 내 동생은 중학교 때부터 반 3등 안에 든 적이 없다. 공부하는 게 너무 싫으니 자기는 강아지 미용사가 되겠다니(‘그것도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니 손재주는 공부 머리보다 더 없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해.’라고 내가 구박했던 것도 같다.), 좋아하는 만화책만 사고 있다든지, 덕질이나 한다든지. 나는 그런 동생을 혀를 차며 봤고 동생이 엄마 속을 썩일수록 내가 더 잘하는 딸이 돼야지 하며 엄마 마음을 사기에 바빴다. 명절에도 덕질을 좋아하는 동생이 유일하게 일 년에 두 번 사고 싶은 것을 잔뜩 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날이었는데 나는 내 세뱃돈을 보란 듯이 동생 보는 앞에서 엄마한테 다 줘버리고 동생에게도 쓸데없는 거 살 바에는 집안 살림에 보태게 엄마한테 줘야 하지 않겠냐고 압박을 주는, 동생의 입장은 하나도 생각해주지 않는 못되고 매정한 (속된 말론 재수 없었을) 언니였다.


그러던 중 내 동생의 존재와 성향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는데 20대 중반 무렵 불어닥친 MBTI 광풍이었다. 나는 이 성격 유형 지표를 맹신하진 않는 편인데, 다만 INFP인 내 동생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통계적으로 알게 되었던 것은 나에게 꽤 큰 충격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프피인 사람들의 특성은 분석이 유독 잘 된 편이었는데, 그 성격적 특징에 동생이 거의 전부 해당이 되는 점을 보며,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느낌이었다. 내 눈에는 금세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바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고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내 동생을 구성하는 특성 자체란 것을.


내 동생은 똑똑하다. 나는 얘가 중고등학교 때 너무 방황해서 바보인 줄 알았지만, 동생이 수험생일 때 미적분을 가르쳐보니 이해력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걱정과는 달리 좋은 대학에 진학했고, 짧은 기간 안에 좋은 성적으로 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했다. 제 앞길을 잘 챙기며 기특하게 잘살고 있는 내 동생에 대해 나는 너무 쓸데없이 걱정했던 것 같다. 아마 우리는 너무 반대의 자매라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그간 별 도움이 안 될 잔소리만 퍼부었던 것을 참회하며, 마음 한 켠에 든든한 우군이나마 될 수 있도록 조용히 뒤에 서 있는 역할로 전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치만... 나완 또 반대로 엄청난 금사빠라 요새 얘의 연애 사업을 듣고 있자면 걱정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참자!)


나는 내 동생을 너무나도 사랑하는데 이상하게 만나면 제일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어려운 게 동생 같다. 엄마와 아빠한테도, 내 남편한테도 사랑한다는 오글거리는 말들은 곧잘 해주는데 어쩐지 동생에게는 여전히 “으이구! 또 다른 사람 눈치 보느냐고 휴가를 못 썼다고?!! 얌마!! 그런 거 눈치 보지 말고 쓰겠다고 당당하게 말해!!”하고 버럭 할 뿐, 부드러운 말이 잘 나오질 않는다. 아마 동생 입장에서 여전히 ‘잘난 척쟁이 언니 놈’ 일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빌어 이렇게 고백하고 싶다. 사랑하는 귀여운 내 동생 ㅇㅇ야, 언니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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