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육아 휴직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나의 길고도 짧은 하루는 남편의 출근 알람과 함께 시작된다. 남편의 알람 시간은 6시 20분. 그러나 그가 첫 번째 알람에 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관계로 6시 25분 알람이 한 번 더 울릴 때 일어나면 된다. 이삼일에 한 번꼴로, 내가 너무 졸린 나머지 숨을 고롱고롱하게 골고 있다 보면 우리 남편은 나를 포근히 꼭 안아주고 “우리 정아, 더 자요.” 하는 마법의 말을 귀에 속삭여주는데 그럼 나는 부리나케 바로 잠들어버린다. 이런 날에는 보통 9시에 일어나게 되고, 아닌 날에는 일어나 남편이 씻는 동안 그와 나의 아침을 간단하게 차리기 시작한다.
나는 남편과의 아침 식사를 좋아한다. 우리 남편의 눈은 정말이지 골든 리트리버를 쏙 빼닮았다. 무해해 보이는 쌍꺼풀 눈이 아침에는 더욱더 처량하고 안쓰러워 사랑스럽다. 출근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똥강아지다. 나보다 연상이지만 눈매만큼은 강아지 같기도 하고 어린 소년 같기도 해서 내가 차려놓은 간단한 식사(주로 삶은 달걀과 과일, 견과류 등)를 오물오물 먹고 있는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행복감이 차오른다.
오늘은 남편이 남겨놓고 간 마법의 말에 의해 같이 아침을 먹지 못했는데(나는 제때 못 일어난 것에 대해 곧잘 남편 핑계를 대곤 한다), 망상이 많은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남편이 틀어놓은 샤워기 소리를 들으며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을 가만히 헤아려본다. 여자의 평균 수명은 남자의 것보다 4-5년 정도 길다고 한 뉴스기사가 머리를 스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우리 남편은 아마 높은 확률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다.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할 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는 할머니인 나를 떠올리다 울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래도 살아온 날보단 같이 할 날들이 더 많음에 또 안도한다. 그치만 아쉽다. 남편의 20대는 어땠을지. 뱃속의 튼튼이가 자라서 아빠를 많이 닮는다면 그 아이가 자라는 것을 통해서 짐작이나마 해볼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녀석이 아빠보다 나를 더 닮는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겠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에 파묻혀 다시 잠에 빠져든다.
가끔 오늘처럼 나의 소중한 사람과의 남은 날들을 헤아려 보곤 한다. 그러면 견딜 수 없이 그 사람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워 지금 함께 있음에 작은 감격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정아의 리트리버 퇴근!!’ (리트리버 이모티콘과 함께)
남편의 퇴근을 알리는 카톡이 왔다. 보고 싶어지는 찰나에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남편. 나의 길고도 짧은 하루가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내일이면 나는 또 그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