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어쩔수가없다.

실로 오랜만의 끄적임

by JJ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



영화를 보고 나와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마트에 잠깐 들렀다.

우유 하나만 산다는 걸

또 이것저것 담아 한 봉지를 가득 만들어 장을 보고 나왔다.



집까지는 짧은 거리지만 묵직한 봉지를 들고 가려니 팔이 뻐근했다.


오른 어깨에 가방을 매고

오른손에 장바구니까지 들고 가던 길


갑자기 문득

오른손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오른손, 오른팔을 너무 부려 먹고 있나?


능숙하고 힘이 센 오른손이라

손이 하고 팔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오른쪽이 도맡아 한다

오른손잡이인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왼손보다 잘하고 힘 좋은 오른손이라서

아파 못 쓸 때까지 먼저 쓰임을 당하는 오른손의 운명이란..



그런 생각의 끝에 만수가 있었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온 그였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학업도 놓지 않은, 성실했던 그다.

함께 일하는 동료, 부하 직원들을 위해

회사의 새 대표에게 목소리를 높인, 정의로웠던 그다.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 온 만수가

내 오른손, 오른팔처럼 가엾게 느껴졌다.


하도 많이 자주 써서

나이가 들면 결국 먼저 고장이 날 운명을 타고난

오른손 말이다.





오랜만의 주말 조조 영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부랴부랴 나오느라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허기졌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배고픔 보단

뭘 조금 먹다가 얹힌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분주히 점심 준비를 하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오른손에 대한 생각은 금방 잊혀졌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불안과 걱정,

마음 한 켠의 찝찝함이 나를 꽤나 불편하게 한다.



그런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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