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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경험, 실패 경험

쎈 선배의 편지

by 쎈 바람

30년 넘게 일하다 보니 그동안 했던 일 중에는 성공한 것도 많고 실패한 것도 많습니다. 이렇게 제가 경험했던 성공 실패 사례를 모아서 자료를 만들고, 회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한 적이 있습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추진하는 과정이 있으며 결과물에 대한 세평이 있기에 이를 종합하여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서 각각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여 정리했습니다.

당시 교육 주제가 흥미로워서인지 꽤 많은 구성원이 수강 신청을 하고 참석했습니다. 아마도 실제 업무 사례를 시작부터 결과까지를 실무 책임자에게 들으며 파악할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겠죠. 흥미롭게 제 설명을 듣던 참석자들은 제 마지막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성공이나 실패에도 공식이 있는 것 같죠? 그런데 제가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론이라는 것을요. 제가 뽑은 요인들은 결과적으로 제품이 성공했으니 성공 요인이라고 했지만, 만약 그 제품이 실패했다면 실패 요인이었을 겁니다.”

집중해서 들었는데 이런 결론에 이르니 아마도 허탈했을 겁니다. 결국 성공이나 실패에는 공식이 없다는 게 강연이 요지였으니까요.


그러나 성공과 실패 경험은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경험의 기억들이 쏟아져 나와 힘을 발휘하죠. 누군가 의욕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예전에 경험한 관련된 성공과 실패 사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회사가 저연차 구성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는데 막상 저연차 구성원이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도 선배들은 내가 이미 경험한 것이라며 과거의 사례를 툭 던져 말문을 막곤 합니다.

신기한 건 쏟아져 나온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 대부분이 나온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의 근거라는 겁니다. 내가 해 봤는데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식이죠. 게다가 경험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이디어에 힘을 싣고 싶으면 긍정으로 해석해서 이야기하고 반대하고 싶으면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이야기합니다.


경험, 특히 직접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경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앞의 성공 경험을 답습하거나 실패한 경험을 교훈 삼는다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왜일까요?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시간 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변화를 동반하기에 과거의 경험이 현재 시점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시간에 의해 변하기 때문이죠. 과거에 실패했던 것이 현재에는 유효할 수 있고, 과거에 성공했던 것이 현재에는 적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성공일 수 없고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실패일 수 없습니다.

성공 경험이든 실패 경험이든 경험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 소중한 자산을 딱딱하게 굳혀 화석화해서는 안 되겠죠?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과 조건에 맞게 판단하고 적용하는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과거의 경험도 유용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도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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