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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살아간다. 경쟁 대상과 경쟁으로 인한 결과만 다를 뿐 살아간다는 것은 변함없다. 위의 숫자를 보고 A는 1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B는 단순한 숫자놀음으로 판단 후 그냥 자기 할 일만 할 것이다. 그리고 C는 모든 게 덧없음을 이야기하며 그저 살아가는 데 충실할 것이다. A가 옳고 C가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방식만 다를 뿐 각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변함없다.
A, B, C가 균등하게 있는 사회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사회, 균등한 사회, 공정한 사회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사회'는 A가 좀 더 많기를 바란다.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하며 경쟁이 가지는 긍정적인 부분을 지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패배한 자, 경쟁에서 중도 탈락한 자, 경쟁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자는 그리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잘못'이 아닌 '선택'의 갈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출간된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는 6회 브런치북프로젝트에 맞춘 '타깃용' 글이었다. 당시에 쓰던 글이 있었지만 브런치북에 참가하기에는 무거운 듯했다. 그래서 무겁지 않되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로 경로를 바꿨고, '퇴사'와 '일의 가치'를 소재로 잡았다.
결과는 깔끔하게 탈락했다. 6회 브런치북프로젝트 경쟁률은 8,000:1이었다. 내 생애 태어남을 제외하고 경쟁률 8,000:1 의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10개의 글이 선정되었으니, 적어도 80,000개의 글이 가상공간에 접수된 것이다. 나는 10명 안에 들어가기 위해 A만큼의 최선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이상의 노력은 했다. 그러나 79,990개 글 중 하나가 되어 소위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글을 멈추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서점에서 '일'과 관련된 경쟁 도서를 둘러보며 기획을 다시 잡았다. 결국, 쓰던 글로 돌아가지 않고 15개 목차에 멈춰있던 글을 재건축이 아닌 재개발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적어나갔다. 두 달 후 하나의 긴 글이 완성되었다. 그 글은 한 출판사를 만나 자기계발서 <직장은 없지만 밥은 먹고 삽니다>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얼마 전 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티저 글이 등장했다. 이제 다들 준비하라는 예고였다. 정확한 공지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전에는 책을 구성하는 15개의 글(목차)만 있으면 브런치 작가에 한해 누구나 신청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듯하다. 매거진이 아닌 브런치북이란 이름으로 기준을 명명했는데, 즉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는 '사전 완성도'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앞서 브런치는 6회에 참가한 10명의 에디터 인터뷰를 브런치북으로 담았다. 내용에는 왜 '이 사람'의 글을 뽑았는지, 당신이 7회에 참가해서 '이 글'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정말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용을 읽고 결론 내린 점은 필력은 필수사항이었고, 우대사항은 결국 기획이었다. 당신의 기획(콘셉트)이 얼마나 괜찮은지를 보여달라는 듯했다.
나 또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 현재 퇴고를 앞둔 글이 있지만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기획으로 7회를 준비하려 한다. 어쩌면 7회에는 8,000:1을 넘어 10,000:1의 경쟁률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9,999에 해당될 확률이 99.99%이겠지만, 0.01%의 확률을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직' 가지고 있다. 혹자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마음이 없다면 글로써 밥 먹고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글이 예비 경쟁자의 동기를 활활 불태울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행복까지는 아니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글로써 긍정적인 기운을 가졌으면 좋겠다. 브런치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부분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대부분이 경쟁에서 패배자의 역할을 맡겠지만, 분명 기회는 존재한다. 적어도 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다가올 테니.